▲ 마무리캠프 막바지 일정으로 향하고 있는 kt는 전체적인 선수들의 기량향상을 확인하고 있다 ⓒkt위즈
[스포티비뉴스=가오슝(대만), 김태우 기자] kt는 2019년 창단 이래 최고의 시즌을 보냈다. 팀 역사상 최다승(71승)을 거두며 첫 5할 승률을 달성했다. 비록 NC와 5위 싸움에서 아쉽게 물러나 포스트시즌 진출에는 실패했지만 구단에는 큰 의미가 있는 시즌이었다.

그런데 분위기가 조금은 이상하다. 기대 이상의 성과를 낸 뒤 으레 찾아오는 만족감을 느끼기 힘들다. 비관적인 분위기도 아니지만, 그렇다고 낙관적인 분위기도 좀처럼 읽히지 않는다. 그래서 그런지 kt의 가오슝 마무리캠프는 차분하게 흘러가고 있다는 인상이 강하다. 역설적이지만, 오히려 긍정적인 대목이 있다.

냉철한 현실 인식이 그 중심에 있다. 여전히 부족한 것이 많다는 것이다. 이강철 kt 감독은 “선수들도 열심히 했지만 전체적으로 상당 부분이 맞아 떨어진 시즌이었다. 운도 조금 따랐다”고 했다. 내년에도 이렇게 조각이 딱딱 맞춰진다는 보장이 없다는 것이다. 이숭용 kt 단장 또한 “몇몇 팀들이 일찍 무너진 덕이 있었다”고 냉정하게 말했다.  

올해 성적에 안주했다가다는 그대로 추락이라는 것을 모든 구성원들이 공유하고 있다. 심지어 “전력 유지조차도 성적 하락으로 이어진다”는 위기의식도 팽배하다. 그래서 10개 구단 중 내년 준비를 가장 빨리 시작했다. 지난 10월 18일 1.5군과 유망주들은 물론 올 시즌 1군에서 풀타임을 뛴 몇몇 젊은 선수들까지 싹 모아 대만 가오슝으로 떠났다. 가장 빨리 마무리훈련을 시작하며 나태의 싹을 잘라버렸다.

kt가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가기 위해서는 선수층이 더 탄탄해져야 한다. 이번 마무리캠프에서 그 가능성을 만들어낸다는 각오다. 이를 잘 알고 있는 만큼 준비도 확실하게 했다. 다른 팀들이 일본불매운동 여파 탓에 한국에 머문 사이, kt는 일본에서 대만으로 캠프를 옮겨 해외 전지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대규모 인원이라 많은 비용이 들어간 것도 사실이지만 미래를 위한 투자에 인색하지 않았다.

훈련 프로그램도 알차다. 처음에는 날씨가 너무 더워 훈련량을 조절하긴 했으나 최근에는 온도가 낮아져 훈련하기 딱 좋은 날씨가 만들어졌다. 한국은 추워서 야외 훈련을 하기 어려운 시점에 kt는 몸이 가볍다. 비도 오지 않아 훈련 일정에도 차질이 없었다. 여기에 특이한 것은 실전 경기다. kt는 미리 대만 프로팀과 합의해 중간에 연습경기 일정이 많이 잡았다. 푸방 가디언즈, 라미고 몽키스와 연습경기를 하며 훈련 성과를 확인했다.

실전 경기는 선수들이 반긴다. 기분 전환 효과도 있고, 연습한 것을 실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승패가 중요한 경기가 아니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도전할 환경이다. 실전에서 부족한 점을 느끼면 다음 날 훈련에서 이를 다시 보완한다. 한편으로는 코칭스태프도 선수들의 기량 향상 과정을 체크할 수 있어 유용하다.

물론 한 달 남짓의 짧은 기간 동안 엄청난 기량 향상을 바라기는 무리다. 하지만 좋은 환경과 열의 속에 선수들의 기량도 조금씩, 그리고 옳은 방향으로 자라고 있다. 이강철 감독은 “아직 고민이 있는 부분도 있지만 박세진 문상철 등이 좋은 진도를 보이고 있다. 특히 박세진은 기대가 된다”면서 “나머지 선수들도 조금씩 다 발전하고 있는 것 같아 긍정적이다”면서 남은 캠프를 바라봤다.

스포티비뉴스=가오슝(대만), 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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