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흥국생명과 경기에서 서브를 넣고 있는 이다현 ⓒ KOVO 제공

[스포티비뉴스=수원, 조영준 기자] 인상적인 첫 선발 경기였다. 패기 넘치는 플레이는 돋보였지만 아직 미래를 속단할 수 없다.

이다현(18, 현대건설)은 올해 신인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2순위로 현대건설 유니폼을 입었다. 그는 당시 최대어로 주목을 받은 정호영(18, KGC인삼공사)의 스포트라이트에 가려졌다. 그러나 고교 최고의 미들 블로커로 평가받은 이다현은 2라운드에서 처음 선발로 코트를 밟았다.

2001년에 태어난 이다현은 중앙여고를 이끌었다. 지난 9월 신인 드래프트에서 주목을 받은 선수 가운데 한 명이었던 그는 정호영 다음으로 호명됐다. 현대건설은 국가대표 붙박이 미들 블로커인 양효진(30)이 버티고 있었다. 양효진과 짝을 이뤄 누가 중앙을 지킬지에 관심이 쏠렸다.

프로 2년째인 정지윤이 1라운드에서 주로 선발로 투입됐다. 이런 상황에서 이다현은 자신에게 온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그는 지난 9일 경북 김천체육관에서 열린 한국도로공사와 경기에서 8득점을 올렸다. 이 경기에서 이 감독에게 눈도장을 찍은 그는 흥국생명과 경기에서 선발로 투입됐다.

1세트 시작과 함께 이다현의 활약이 시작됐다. 그는 예리한 서브로 초반부터 흥국생명의 리시브를 흔들었다. 또한 블로킹 3점, 서브 득점 2점을 포함한 11점을 올리며 팀 승리에 기여했다.

▲ 2019~2020 시즌 V리그 여자부 신인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2순위로 현대건설에 입단한 이다현(왼쪽)과 이도희 현대건설 감독 ⓒ 곽혜미 기자

이다현은 프로라는 무대에 기죽지 않는 대범한 플레이를 보여줬다. 경기를 마친 그는 "프로 데뷔 이후 처음 선발로 경기에 출전했다. 언니들이 도와줘서 좋은 결과를 얻었다"며 소감을 밝혔다.

서브가 잘 들어간 점에 대해 이다현은 "버스를 타고 경기장에 오면서 서브를 어떻게 넣을지 머릿속에 그려봤다"고 말했다. 적재적소에 들어간 이다현의 서브 득점은 흥국생명의 추격에 제동을 걸었다. 또한 국내 V리그를 대표하는 공격수인 이재영(23, 흥국생명)과 외국인 선수 루시아 프레스코(28, 아르헨티나, 흥국생명)의 스파이크를 블로킹 득점으로 연결했다.

함께 인터뷰실에 들어온 양효진은 "(이)다현이는 신인 같은 느낌이 안 든다. 신인인데 위축되는 점도 잘 안 보이더라"며 "기본기도 워낙 좋고 앞으로 잘 될 것 같다고 생각했다"며 칭찬했다.

양효진은 2007년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 4순위로 현대건설에 입단했다. 당시 그는 배유나(한국도로공사) 이연주(은퇴) 하준임(은퇴)에 밀려 네 번째로 이름이 호명됐다. 그러나 190cm라는 좋은 피지컬을 살려 국내 V리그 최고의 미들 블로커가 됐다. 또한 수많은 국제대회를 치르며 한국 여자배구를 대표하는 미들 블로커로 우뚝 섰다.

▲ 흥국생명과 경기에서 3-2로 승리한 뒤 기쁨을 만끽하는 현대건설의 양효진(왼쪽)과 이다영 ⓒ KOVO 제공

반면 12년 전 양효진보다 먼저 이름이 불린 이연주와 하준임은 코트를 떠났다. 이들 외에도 신인드래프트에서 주목을 받았지만 유망주에 그치며 기억에서 사라진 선수들이 적지 않다.

양효진은 "제가 신인인 시절이 문뜩 생각날 때는 지난해다. 대표 팀이 (이)주아와 (박)은진이 같은 센터들이 들어왔을 때다"며 회고했다. 이어 "'나도 저런 시절이 있었지'라는 생각도 했다. 유망주에서 그친 선수들도 많은데 다현이는 앞으로 잘 될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며 격려했다.

이 감독도 이다현의 인상적인 플레이를 칭찬했다. 그는 "(이)다현이는 아직 어린 선수고 완성되지 않았다. 그러나 성장 가능성이 있는 선수"라며 "앞으로 같은 또래인 이주아와 박은진처럼 대표 팀 센터로 활약할 선수로 성장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양효진은 '꾸준함'과 성실함'으로 V리그 여자부 '연봉 퀸'이 됐다. 또한 올림픽 본선 경험도 두 번(2012년 런던 올림픽,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이나 했다.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에서는 금메달을 목에 걸었던 그는 세 번째 올림픽 출전에 도전한다.

이다현은 자신의 좋은 본보기가 될 선배와 한솥밥을 먹고 있다. '유망주'로만 끝나는 것이 아닌 '최고의 미들 블로커'로 가는 길은 평탄하지 않다. 수많은 난관을 거치며 최고의 미들 블로커가 된 양효진은 이다현의 좋은 본보기다.

이다현은 "주변에서 가능성 있는 선수라고 평가해주셔서 감사하다. 가능성 있는 선수에 그치지 않도록 앞으로 노력을 많이 하겠다"며 당차게 말했다.

스포티비뉴스=수원, 조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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