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t 가오슝 마무리캠프에서 호평을 받고 있는 박세진 ⓒkt위즈
[스포티비뉴스=가오슝(대만), 김태우 기자] 공을 던지면서도 스스로도 큰 기대는 하지 않았다. 그래서 ‘입대 번호표’까지 뽑았다. 계속된 기량 정체, 그리고 팔꿈치 수술로 몸과 마음 모두 너덜너덜한 상태였다. 박세진(22·kt)은 지쳐 있었고, 이제는 관심에서도 점점 멀어지고 있었다. 

그렇게 무의미한 시간이 지나가던 시기, 하나의 영상에 눈이 번쩍 뜨였다. 바로 자신의 투구 영상이었다. 수술을 하기 전과는 분명 뭔가가 달라져 있었다. kt의 가오슝 마무리캠프에서 땀을 흘리고 있는 박세진은 “피칭 영상을 보는데 수술하기 전과 다른 것, 그리고 더 좋아진 모습이 보였다”고 떠올렸다. 2군에서 박세진을 도운 홍성용 투수코치 또한 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가장 좋을 때의 모습으로 되돌아갈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수술 전까지만 해도 아예 남아있지 않았던 설렘이 조금씩 살아났다. 결정을 내린 박세진은 마무리캠프에 참가할 수 있게 해달라며 구단에 사정을 했다. 박세진은 “지금 군에 가면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딱 한 번만 더 해보자는 다짐을 했다”면서 “그 결정은 1%도 후회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kt 또한 박세진을 마무리캠프에 데려온 것을 1%로 후회하지 않는다. 이강철 kt 감독은 박세진의 이야기가 나오자 흥분과 미소를 감추지 못했다. 이 감독은 “엄청 많이 좋아졌다. 구속을 10㎞ 정도 잃었었는데 지금은 144㎞까지 나온다. 체인지업도 좋다”면서 “지금 추세라면 내년에 5선발 경쟁도 할 수 있다. 선발로 몸을 만들 예정”이라고 말을 이어 나갔다. 올해 두 자릿수 승수를 거둔 배제성이 딱 지난해 이맘때 같은 과정을 거쳤다. 

발상 전환이 성공을 거뒀다. 원래 높은 쪽 코스에 장점이 있었던 박세진은 프로 입단 후 제구와 싸웠다. 낮게 던지려다보니 밸런스가 흔들리고, 결국은 구속과 자신의 장점을 잃는 악순환으로 이어졌다. 하지만 박승민 투수코치는 달랐다. 제구를 생각하지 않고 마음 편하게 높은 쪽을 보고 던지라고 했다. 그러자 구속도 살아나고, 체인지업의 위력도 좋아졌다. 하이패스트볼의 가치가 높아진 현재 야구가 박세진의 잠재력을 깨운 셈이 됐다. 

박세진도 즐겁게 캠프를 진행하고 있다. 힘든 게 하나도 없다. 야구가 된다는 생각 때문이다. 박세진은 “슬럼프 때는 야구가 너무 어려웠다. 그러나 지금은 야구가 되니 뭘 해도 좋다. 던지면 다 스트라이크같다. 자신감이 생겼다”고 웃으면서 “수술 전 안 좋았던 모습이 드러나지 않는 것도 좋다. 지금 이 공을 던질 때의 감각과 자신감을 잃지 않는 것이 중요할 것 같다”고 미소 지었다.

응시하는 시선도 달라졌다. 박세진은 “프로 입단 후 지금까지 타자가 아닌 나와 싸우고 있었다. 힘든 게 많았다. 다른 사람 때문이 아니라 내 자신에게 실망을 많이 했다. ‘고등학교 때 그 자신감이나 구위는 어디가고, 왜 나는 왜 이런 공을 던지고 있나’는 생각을 했다. 그냥 내 공을 던지지 못해 짜증이 났다”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박세진은 “이제 타자와 싸울 준비가 됐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이제 진짜로 타자를 향해 공을 던지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전체 1순위 출신의 유망주가 이제 다시 출발선에 섰다.

스포티비뉴스=가오슝(대만), 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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