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카센타'의 박용우. 제공|트리플픽쳐스
[스포티비뉴스=김현록 기자]배우 박용우(48)은 많은 사람들이 입버릇처럼 달고 사는, '~한 것 같다'는 표현을 좀처럼 안 쓴다. 매력적인 배우지만, 직접 얼굴을 마주하면 간결하고 담백하게 제 뜻을 이야기하는 또다른 매력이 있다.

새 영화 '카센타'(감독 하윤재, 11월 27일 개봉) 개봉을 맞아 만난 그는 여전했다.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 이후 약 1년, 개봉을 앞두고 편집을 새로 마친 버전을 보며 진심의 눈물을 흘렸다면서 "이 영화의 팬이 됐다"고 했다.

"그래도 우린 '사람'이잖아."

영화는 파리에 먼지만 날리는 국도변 카센타를 운영하던 부부가 벌이를 위해 일부러 길에 못을 박아 남의 차 타이어를 망가뜨리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웃기게 또 짠하게 또 무시무시하게 그린다. 밑바닥 소시민의 벌이는 생계형 범죄 블랙코미디에선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도 슬며시 떠오른다.

모든 순간 모든 현장에서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며 살을 붙여나갔다는 박용우. 그는 "최선을 다했다는 건 자신할 수 있다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들려줬다. 그의 이야기를 들으니 '카센타'가 더 흥미진진했다.

▲ 영화 '카센타'의 박용우. 제공|트리플픽쳐스
-'카센타'는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빵꾸'라는 제목으로 첫 선을 보인 지 1년 만에 개봉한다. 제목 외에도 많이 달라졌나.

"제 생각에는 많이 바뀌었다. 결말은 같다. 하지만 다르다. 부산 떄는 마지막 슬픔이 감정적으로 안 와닿았다. 이번 개봉을 앞두고 며칠 전 모 영화 커뮤니티와 하는 GV(관객과의 대화) 시사, 그리고 언론배급시사회에서 다시 봤는데 두번 다 진심으로 울었다. 저도 모르게.

눈물에도 여러가지 종류가 있을 텐데, '카센타'에 바람이 있었다면 공감하는 눈물이다. '사람'이라는 단어를 들었을 때 공감되는 감정들이 있다. 그 감정에 공감하며 흘리는 눈물이었다. 돌이켜서 생각해 보면 초중반에 웃기고도 슬픈 아이러니한 상황들의 웃음들이 꾸준히, 보여져야만 그 슬픔이 진심으로 동화된다. 그때는 너무 절제해서 느껴지지 않았다. 이번에는 웃기고도 슬픈 상황이 계속 이어지니까 슬픔이 이어지면서 공감이 되더라. 제가 출연한 것을 잊고 봤다. 제가 감히 언론배급시사회 때도 '이 영화 팬이 됐다'고 했는데 그게 빈말이 아니다."

-소시민 가족이 벌인 생계형 범죄가 절묘한 블랙코미디로 그려졌다. '기생충'이 생각난다는 반응도 많다.

"'기생충'을 보고 팬이 됐다. 봉준호 감독 영화 중에 가장 인상적이었다. 말씀을 그리 해주시니 굳이 연관지어 이야기하자면, '기생충'은 고급스런 재즈 음악을 듣는 것 같았고, '카센터'는 고급스런 트로트를 듣는 느낌이었다."

-처음엔 제안을 받고 거절했다가 마음을 바꿔 출연했다. 적극적으로 의견을 내고 고민하며 만들어갔다고 들었다.

"제가 기억하는 버전만 해도 시나리오 버전이 10개 가까이 된다. 처음 시나리오만 봤을 땐 싱거운 느낌이었다. 이걸 어떻게 채우려 하나 걱정이 되더라. 결과적이긴 하지만, 현장은 채우는 재미가 있었다. GV 때 소설가라고 밝힌 한 관객이 '이런 장르 안 좋아하고, 솔직히 찬사 보낼 정도는 아니다'면서 '그런데 최선을 다한 영화 같아서 박수치고 싶다'고 말씀하셨다. 제가 원한 거였다. 최선, 그것만큼은 자신있다. 그 과정을 제가 아니까.

하기로 한 이상, 최선을 다해 이 영화의 장점을 표현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제 이야기가 일리있으면 감독님도 수용해 주시고, 저도 감독님 생각이 명확하시면 그걸 또 받아들이고 자연스럽고 폭넓게 소통했다. 최선을 다하는 과정이 재미있었다. 제가 의외로 책임감이 있다.(웃음) 하겠다고 한 이상 되돌린 적은 없다. 최선의 방법을 생각한다. 결과적인 거지만, 지금은 이 영화를 하길 잘했고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처음엔 왜 거절했나. 또 무엇에 끌렸나.

"처음 감독님 만났을 때는 경직돼 있더라. 주장을 고집하고 꺾이지 않으려 해서 '소통 안 되는 사람이구나' 했다. 그러고는 7~10일 지났나. 해외 여행 중이었는데 고치 시나리오를 메일로 보내주셨다. 제가 이야기한 디테일을 고치셨더라. 제 뜻대로 고쳐서가 아니라 '아 잘못봤구나' 했고 '귀담아 듣고 기억했구나' 했다. 그것이 감동적이었다.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빈말 아니라 감독님에게 끌렸다. 상대역으로 나오는 조은지씨에 대한 기대감도 사실 있었다. 다른 배우들도 자연스러운 연기를 하시는 분들을 캐스팅하셨더라."

▲ 영화 '카센타'의 박용우. 제공|트리플픽쳐스
-조은지 배우는 '달콤, 살벌한 연인' 이후 13년 만에 함께했다. 무엇이 좋고 기대가 되던가.

"제일 난감하고 어려운 게 이런 거다. '내가 왜 좋아요. 내가 왜 싫어요.' 가끔 그런 질문을 받는데 '그냥'이라고 이야기하면 성의없어 보인다. 구체적으로 이야기하면 '아닌거 같다'는 생각이 저도 마음 속으로 든다. '그냥''괜히'라는 말만큼 이중적인 단어가 없다. 무책임하게 들리지만 어떤 면에서는 정말 멋있고 대단한 단어인 것 같다. '그냥 좋아. 괜히 좋아.' 그 사람의 진심이라면 진짜 좋은 거니까. 설명이 필요 없다. 무엇무엇 때문이 아니라 그냥 좋은 거다.

굳이 분석을 하자면 조은지씨와 첫 인연은 데뷔할 때 동영상이다. (임상수 감독 '눈물'의) 조은지씨 오디션 동영상을 봤다. 묘한 친구가 오디션 인터뷰를 하고 있더라. 신기하고 묘한 이미지의 배우였고 신비롭게 느껴졌다. 알고보니 조은지라는 배우였다. 응원하고 싶고 항상 박수쳐주고 싶은 배우중에 하나다."

-현장에서 만들어간 재미가 느껴지는 영화다. 연기하는 즐거움도 있었을 것 같다.

"'그래 이거지' 하는 생각은 했다. 이정도면 그래 내가 생각했던 자유스러움이 표현이 되겠다고. 연기하면서 좋았다. 재미있었다. 현장에서 한 걸 다 붙이면 러닝타임이 3시간 반은 나올 것이다. 혼자만의 생각이라면 또 다르겠지만, 감독님도 그 현장이 좋았다고 행복했다고 하시더라. 사람마다 평가하는 기준이 달라 느끼시는 건 다르시겠지만, 저는 항상 그랬다. 드라마 '프리스트' 때도 계속 살을 붙이고 수정해갔고, '카센타'도, 촬영을 마친 영화 '유체이탈자'도. 현장성이 중요하다는 건 항상 인지했다. 점점 더 현장의 즐거움을 알아가고 있는 과정이라고 생각해주시면 좋겠다."

-조은지와 마지막 싸움신이 인상적이다.

"더 세게 해야하는 것 아니냐 하는 분도 있었다. 감독님이 분명히 말씀하신 게 있다. 개인적으로도 작품에서도 남자가 여자에게 막 하는 것, 욕하거나 폭력을 행사하는 것 싫다고. 제가 아무리 좋은 아이디어가 있어도 안 받아줄거라고 명확히 하셨다. 그리고 각기 마지막 대사를 꼭 하라고, 나머지는 마음대로 해도 좋다고. 저는 '그러면 저를 많이 때려줬으면 좋겠다' 했다. 다행히 거의 순서대로 찍었는데, 장녀스럽게 복기하며 살을 붙여나갈 수 있었다. 앞으로도 지향하고 싶은 바람이 있다면, '보여주는 열연을 하지 말자'다. 스스로 흥분하는 걸 지양한다. 흥분되는 연기를 할수록 차분하게 하려고 노력한다. 그 장면은 찍으며 재미있었고, 보면 묘한 느낌도 든다."

▲ 영화 '카센타'의 박용우. 제공|트리플픽쳐스
-촬영장에서 점점 고참이 되어간다. 경험이 쌓이며 달라지는 부분이 있나.

"미처 알지 못할 수도 있고, 달라졌다 생각하지만 아닐수도 있기에 조심스럽다. 다만 습관적으로 하는 말이 있다. '그건 선택의 문제다'라고. 답은 없다. 꼭 그래야만 하는 것도 없다. 특히나 연기에 있어 모든 게 선택의 문제지 명확한 답은 없는 것 같다. 그 선택따라 극대화해 재미를 끌어내고 싶다. 어쩌면 어떻게든 해낼 수 있다는 마음이기도 하다. 견적만 내 주세요~ 알아서 해 드릴게.(웃음)"

-요즘 박용우가 많이 하는 생각은?

"영화에 연결지어 저를 반추하는 걸 좋아한다. 요새는 '카센타' 홍보 중이라, '재구'라는 사람이 짠하고 안쓰럽다. 잘은 몰랐겠지만 그러는 게 다 사랑받고 싶어서다. 인정받고 싶어서. 그걸 격식있게 표현하면 '관계회복' '관계확장' 정도 될 것인데 저도 그런 마음이 있다. 좋은 사람 만나 관계를 맺고 싶고. 그런 의미에서 요즘 대단히 행복하다. '유체이탈자' 통해서 배우생활 하며 처음 배우들끼리 MT를 갔다. 춤도 추고, 영화도 보고, 오늘도 연락이 왔다. 20년 넘게 연기했지만 처음이다. 자연스레 그리 된 것이지 일부러는 못한다. 철없어진다는 걸 느낀다.(웃음) '프리스트' 관계자들도 따로 보고 '카센타'도 그렇고, 작품을 통해 관계가 넓어져 간다.

스포티비뉴스=김현록 기자 roky@spotv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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