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큰 성장을 이루며 SK의 핵심 불펜 요원이 된 박민호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2018년 시즌 막판, 트레이 힐만 당시 SK 감독은 박민호(27·SK)를 감독실에 불렀다. 힐만 감독은 “포스트시즌에서 많이 뛰지는 못할 것 같았다. 아쉽지만 너를 포스트시즌 엔트리에서 제외했다”고 통보했다.

힐만 감독은 엔트리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 그런 판단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박민호는 직감적으로 힐만 감독의 원래 뜻을 알고 있었다. “시즌 막판 구위를 봤을 때 확실한 믿음을 주지 못했다”는 메시지를 완곡하게 돌려 말하고 있었던 것이다. 박민호는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제대 후 급히 1군에 호출된 박민호는 1군 3경기에서 평균자책점 15.43으로 부진했다. 

한국시리즈 우승 순간에도 박민호는 잠실이 아닌, 마무리캠프가 열리는 일본 가고시마에 있었다. 박민호는 “분명 우리 팀을 응원하고 있고, 분명 기쁜데, 기분이 이상했다”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저곳에 내가 있었어야 했는데…”라는 아쉬움 때문이었다. 그런 이상한 감정을 다시 느끼기는 싫었다. 답은 1군 붙박이 선수가 되는 것뿐이었다. 이를 더 악물었다. 

가고시마 캠프에서 박민호의 훈련 열정은 유명했다. 코치들이 놀랄 정도였다. 당시 관계자들은 “훈련을 많이 하는 선수들은 항상 있다. 그러나 확실한 목표를 세우고 훈련을 하는 선수는 많지 않다”고 입을 모아 칭찬했다. 그 결과 두 번의 ‘소외’는 없었다. 박민호는 올해 1군 주축 선수로 활약했다. 정규시즌 47경기에 나갔다. 평균자책점 2.68의 투수를 1군에서 제외할 팀은 없었다.

겉으로 드러나는 성적은 화려하지 않을지 모른다. 3승1패4홀드다. 홀드가 많지 않다. 그러나 공헌도는 그 이상이다. 다른 필승조들은 이닝 시작부터 나서 1이닝을 소화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지만, 박민호는 시점과 주자 유무를 가리지 않고 경기에 나갔다. 남들보다 스트레스가 더한 상황, 준비가 덜 된 상황에 나섰다는 것이다. 올해 고과는 성적 이상이다.

스스로의 표현을 빌리자면, “가을야구에 숟가락을 슬쩍 하나 올려보려고 했던” 박민호는 이제 팀에서는 없어서는 안 될 존재가 됐다. 그런데 박민호는 다른 이야기를 한다. “올해 그렇게 잘한 것 같지도 않다”는 게 박민호의 이야기다. 박민호는 “공이 바뀌어서 성적이 좋아진 건지, 내가 잘해서 성적이 좋아진 건지 확실하지 않다”고 강조하면서 “내년 성적을 보면 알 수 있을 것”이라고 의욕을 불태웠다.

그래도 수확은 있었다. 성적이 좋아지며 자신의 공을 믿기 시작했다. SK는 박민호가 구속 이상의 묵직한 구위를 가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런데 성적이 안 나오는 상황에서 박민호는 이런 평가를 스스로 믿지 못했다. “긴가민가했었다”는 게 솔직한 자기 고백이다. 그러나 올해 성적이 좋아지면서 서서히 자신을 믿기 시작했다. 내년에는 그 자신감을 바탕으로 깔고 더 좋은 결과를 낸다는 각오다.

박민호는 “지금까지는 던지면 맞을 것 같은데, 던질 것은 패스트볼밖에 없는 답답한 상황의 연속이었다. 하지만 구속이 안 나올 때도 경기가 된다는 것을 확인한 게 올해 가장 큰 수확”이라면서 “결정구를 찾아야겠지만 나도 부상 없이 한 시즌을 치를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해 뿌듯하다. 더 일관성이 있는 투수가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내년 목표를 세웠다.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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