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수지 ⓒ KOVO 제공

[스포티비뉴스=화성, 조영준 기자] "예전 현대건설에서 뛸 때는 11연패까지 했습니다. 그러나 5연패 한 지금의 연패 무게가 더 힘들었어요."

IBK기업은행의 맏언니 김수지(32)가 모처럼 활짝 웃었다. IBK기업은행은 올 시즌 팀 첫 경기에서 KGC인삼공사를 이겼다. 출발은 좋았지만 이후 열린 5경기에서 모두 패했다. 5연패에 빠진 IBK기업은행은 최하위로 추락했다.

2011년 창단한 IBK기업은행은 여자 배구의 '신흥 강호'로 군림했다. 창단 2년 만에 챔피언 결정전에서 우승했고 5시즌 연속 챔피언 결정전에 진출하는 성과를 거뒀다. IBK기업은행은 여자 배구의 '막내 구단'이지만 짧은 기간 무려 우승을 기념하는 별을 세 개나 달았다.

올 시즌 1라운드에서 이러한 IBK기업은행의 자존심은 바닥까지 떨어졌다. 5연패에 빠지며 역대 최악의 출발을 보였다. 특히 지난 10일 열린 흥국생명과 펼친 2라운드 첫 경기에서는 힘 한 번 써보지 못하며 0-3으로 완패했다.

5연패에 빠진 IBK기업은행의 다음 상대는 GS칼텍스였다. 1라운드에서 5전 전승을 거둔 GS칼텍스의 기세는 하늘을 찌를 듯했다. 경기를 앞둔 상황에서 GS칼텍스의 압도적인 우위가 점쳐졌다.

▲ GS칼텍스와 경기 5세트에서 득점을 올린 뒤 환호하는 김수지(왼쪽)와 백목화(가운데) 이나연 ⓒ KOVO 제공

그러나 IBK기업은행은 이전 경기와는 다른 끈끈함으로 GS칼텍스를 괴롭혔다. 김우재 IBK기업은행 감독은 젊은 선수들을 대거 기용하며 팀에 변화를 줬다. 팀의 주포인 어도라 어나이(23, 미국)도 모처럼 결정타를 때리며 해결사 노릇을 했다. 이 경기에서 어나이는 팀 최다인 23점을 올렸고 공격성공률은 36%를 기록했다.

이 경기의 수훈갑은 김수지였다. 그는 개인 한 경기 최다인 9개의 블로킹을 잡았다. 블로킹 9점을 포함한 17점(공격성공률 62%)을 올린 김수지는 팀을 연패의 늪에서 구했다.

올 시즌 IBK기업은행의 주장 완장을 찬 표승주(27)는 주장으로 팀 전력에서 이탈했다. 여기에 잦은 포지션 이동으로 팀의 방향을 확실하게 잡지 못했다. 여러모로 힘든 상황 속에서도 김수지는 흔들리지 않았다. 그는 적재적소에 상대 공격수를 봉쇄하며 팀 분위기를 끌어 올렸다.

김수지는 "GS칼텍스는 속공도 하지만 주 공격수가 3명이다. (블로킹) 리딩을 하는 것에 우선순위를 뒀다. 또한 사이드 블로커가 중요했는데 잘 잡아줘서 저도 생각했던 대로 잘 움직일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 김수지 ⓒ KOVO 제공

프로 리그에서 14년을 뛰었던 김수지는 노련한 블로킹 리딩으로 이소영(25)과 강소휘(22) 그리고 메레타 러츠(25, 미국, 이상 GS칼텍스)의 공격을 봉쇄했다. 5세트 막판에는 장기인 이동 속공으로 알토란 같은 득점을 올렸다.

김수지는 국내 리그는 물론 수많은 국제무대를 경험했다. 그동안 쌓인 블로킹 노하우는 침몰 직전의 IBK기업은행을 구해냈다.

IBK기업은행은 김수지와 어나이 그리고 17점을 올린 김주향(20, IBK기업은행)의 활약에 힘입어 '연패 악몽'에서 깨어났다. 그러나 팀이 해결해야 할 문제점은 여전히 적지 않다. 팀의 기둥인 김희진(27, IBK기업은행)은 이 경기에서 미들 블로커로 투입됐지만 8점에 그쳤다. 세터는 김하경(23)과 이나연(27)이 번갈아 출전하고 있지만 확실한 주전 세터는 없는 상태다.

주포인 어나이도 지난 시즌처럼 꾸준한 경기력이 필요하다. 또한 잦은 포지션 변동으로 인한 선수들의 부진도 보완해야 할 과제다.

▲ 5연패에서 벗어난 뒤 감격의 눈물을 흘리는 김주향(가운데) ⓒ KOVO 제공

자주 변하는 포지션에 대해 김수지는 "그것보다는 개인적으로 자기 소임을 못 한 것이 첫 번째라고 생각한다. 서로 확신이 없어서 연패로 가는 분위기에 빠졌다"고 지적했다.

김우재 IBK기업은행 감독은 "표승주는 현재 부상 중이고 선수 자원도 그리 많지 않지만 있는 선수들을 다 활용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스포티비뉴스=화성, 조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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