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산 베어스 좌완 김호준은 스리쿼터로 투구 폼을 수정했다. ⓒ 잠실, 김민경 기자
[스포티비뉴스=잠실, 김민경 기자] "스리쿼터로 바꾸고 난 뒤로 땅에 박는 공이 없어졌다."

권명철 두산 베어스 2군 투수 총괄코치는 좌완 김호준(21)을 지켜보다 팔을 내려서 스리쿼터로 던져볼 것을 제안했다. 김호준은 공을 던질 때 머리가 포수를 끝까지 안 보고 돌아가는 문제가 있었다. 자연히 제구도 불안했다. 권 코치는 어느 날 불펜에서 김호준에게 장난처럼 사이드로 던져보라고 했는데, 고개가 돌아가지 않는 걸 보고 2군 코치진과 회의를 했다. 그때부터 김호준은 스리쿼터로 폼을 바꾸기 시작했다. 

김호준은 "오버로 던질 때 최고 구속은 149km까지 나왔다. 공이 좋을 때는 괜찮은데, 힘이 떨어지면 기복이 심했다. 6~7월 두 달 동안 안 좋다가 8월쯤 다시 좋아지기 시작한 것 같다. 그때 권 코치님께서 사이드로 바꿔보라고 제안을 해주셨고, 나도 괜찮을 것 같아서 받아들였다. 코치님께서 '결과가 안 좋아도 내 탓 하지 말라'고 하셨다"고 말하며 웃었다. 

스리쿼터로 바꾼 뒤로 자신감이 붙기 시작했다. 김호준은 "팔을 내려도 구속은 똑같았고, 변화구 각은 더 좋아졌다. 오버로 던질 때는 체인지업이 잘 안 됐는데, 팔을 내리니까 체인지업이 잘 들어가기 시작했다. 가장 큰 건 제구였는데, 제구가 되기 시작했다. 원래는 10이닝 정도 던지면 볼넷이 10개가 나왔다면, 바꾸고는 1개밖에 안 나왔다. 오버로 던질 때는 안 좋으면 구속 기복도 심하고 제구가 날렸는데, 스리쿼터로 던지면서 구속 기복이 있더라도 존에 비슷하게는 계속 들어가는 느낌이 있었다"고 이야기했다.

완벽히 자기 폼으로 바꾸려면 아직 더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 김호준은 "권 코치님께서 잘되다가도 안 될 때가 올 거라고 하셨다. 미야자키 교육리그에 갔을 때 안 좋았다. 코치님께서 지금이 그 시기인 것 같다고 하셨다. 엄청 안 좋다가 마지막 2~3경기 정도는 좋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마무리 캠프로 넘어와서 김원형, 정재훈 코치님께서 팔을 내렸으면 상체도 같이 숙여야 한다고 알려주셨다. 그래야 컨트롤하기 수월할 거라고 하셨다. 처음에는 상체는 그대로고 팔만 내렸다. 마무리 캠프에 와서 상체를 조금 더 숙이고 지금 4~5번 정도 피칭을 했는데 코치님들께서 벗어나는 공이 없고 확실히 좋아졌다고 해주시더라"고 덧붙였다.

김호준은 지금 이 변화가 선수 생활의 전환점이 되길 기대하고 있다. 두산도 김호준이 앞으로 좌완 불펜으로 힘을 실어줄 수 있는 선수가 되길 기대하고 있다. 두산은 최근 신인 지명에서 계속해서 후순위로 뽑으면서 좋은 좌완을 얻기 힘들었고, 원석을 직접 찾아서 다듬어보자는 생각으로 독립리그 파주 챌린저스에서 뛰던 김호준을 지난해 육성선수로 뽑았다. 아직은 거친 원석이지만, 구단의 기대 대로 성장하고 있다. 

▲ 두산 베어스 김호준 ⓒ 두산 베어스
김호준은 "지금의 변화가 신의 한 수가 됐으면 한다"며 "제구에 자신감이 붙으면서 마음이 편해졌다. 견제나 수비에서 실수할 때 두려움도 사라졌다. 전에는 한 번 실수하면 아예 도전을 안 했는데, 이제는 견제하고 실책이 나와도 '또 하면 되지'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팔을 내리고 편안해져서 그런지 마음가짐이 바뀐 것 같다"고 했다. 

마무리 캠프에서 김호준의 투구를 2번 정도 지켜본 김태형 두산 감독은 "나이스 볼"을 외치며 힘을 실어줬다. 

올해는 한번도 1군의 부름을 받지 못했다. 김호준은 "정식 선수도 되고, 1군 스프링캠프도 가고, 시범 경기도 뛰고 원하는 대로 다 됐는데 1군에는 못 들었다. 경기에 못 나가도 벤치에라도 한 번 앉아 있고 싶었는데 올해는 못 이뤘다"고 덤덤하게 이야기했다. 

이어 "욕심이 엄청 컸다. 시즌 초반에는 나는 공이 좋은 것 같은데 왜 (1군) 기회가 안 올까 생각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나만의 욕심이었다. 그 욕심 때문에 2개월 동안 정말 힘들었다. 조금만 더 하면 기회가 올 것 같았는데, 그때는 내가 안 좋았다. 그 시기에 유지해서 계속 좋은 공을 던져야 했는데 욕심 때문인지, 타자와 싸울 수 있는 경기력을 보여 드리지 못했다. 욕심과 불만이 많았던 한 해였다"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차근차근 다시 시작하겠다고 다짐했다. 김호준은 "스프링캠프부터 다시 하나하나 시작하려 한다. 정식 선수 신분을 유지하고, 내년에는 올해 못 이룬 1군 엔트리 등록까지 하고 싶다. 아직까지는 팔 높이가 왔다 갔다 해서 겨울에는 이것부터 확실하게 만들려 한다. 슬라이더는 존에 넣었다 뺐다가 되는데, 체인지업은 아직 그렇게 안 된다. 체인지업을 이제는 포수한테는 던지는데(웃음) 아직 내 것이 안 됐다. 견제랑 수비도 일단은 기본만 하자는 생각이다. 내년에는 1군 엔트리에 들어서 중간 계투로 한 시즌 쭉 남고 싶다"고 힘줘 말했다.

스포티비뉴스=잠실, 김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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