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 시즌 좌완 필승조로 뚜렷한 가능성을 내비친 하준호 ⓒkt위즈
[스포티비뉴스=가오슝(대만), 김태우 기자] 2019년 시즌을 앞두고 kt의 화두 중 하나는 하준호(30)의 투수 전향이었다. 아마추어 시절 최고의 선수였던 하준호는 프로 입단 후 투수를 하다 야수로 전향했다. 그런데 이제 다시 마운드에 설 준비를 하고 있었다.

많은 문의와 관심이 쏟아졌다. 그러나 하준호는 언론의 인터뷰 요청을 정중하게 고사했다. “자랑거리도 아니고, 투수로 뭔가를 보여주고 그때 인터뷰를 꼭 하겠다”고 양해를 구했다. 그렇게 1년이 지난 지금. 하준호는 kt의 가오슝 마무리캠프 중 인터뷰 요청에 흔쾌히 응했다. 이제 “뭔가를 보여준” 선수가 되어 있음을 의미했다. 

하준호는 올해 시즌 막판 1군에 올라와 8경기를 소화했다. 8이닝 소화에 그쳤으나 뚜렷한 가능성과 함께 2019년 시즌을 마쳤다. 하준호는 8경기에서 평균자책점 1.13을 기록했다. 승리나 패배, 홀드나 세이브는 없었지만 최고 150㎞에 이르는 강속구로 성공적인 투수 전향을 알렸다. 하준호 또한 기대 이상의 시즌이었다고 2019년을 돌아본다. 

하준호는 “사실 1군에 가서 던지는 것이 목표였다. 그 목표는 이뤘다”면서 “2군에서도 생각보다 잘됐고, 1군 첫 경기에서도 느낌이 너무 좋았다. 나름대로 ‘준비를 잘했구나’는 생각을 했다. 자신감을 얻은 시즌”이라고 총평했다.

사실 투수전향 제의를 받았을 때 하준호는 망설였다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투수로 좋은 기억이 별로 없어서다. 하준호는 롯데 소속이었던 2009년 20경기에서 평균자책점 7.30, 2010년에는 5경기에서 평균자책점 24.00에 그쳤다. 하준호는 “처음에는 안 한다고 했다”고 입을 열면서 “투수로 못했던 기억이 생각났다. 그때는 제구가 전혀 안 됐다. 그 기분을 다시 떠올리기가 싫었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물러설 곳이 없었다. 이숭용 kt 단장은 “아니었다”고 말하지만, 하준호는 “방출명단에 있을 것 같았다”고 절박했던 당시를 떠올렸다. 새롭게 시작하자고 이를 악문 하준호는 차분하게 투수로 다시 몸을 만들었다. 그간 쓰지 않았던 근육이 아프기도 했지만, 하준호는 “타자 경험이 있다 보니 상황과 흐름 파악에 도움이 됐다”고 긍정적으로 돌아봤다.

생각도 어른스러워졌다고 했다. 하준호는 “지금까지는 어린 아이였다. 생각을 잘못했다. 보여준 것도 없이 마냥 기회만 주길 바랐다. 솔직히 ‘나도 저렇게 기회를 주면 잘할 수 있는데’라는 질투도 생겼다. 지금 생각하면 왜 그런 생각을 했을까 싶다. 돌이켜보면 기회는 많았는데, 내가 그 기회를 잡지 못했던 것”이라고 후회했다.

2019년은 그 후회를 던지는 1년이었다. 그렇다면 2020년부터는 미래를 던진다. 하준호도 의욕이 넘친다. 하준호는 “패스트볼과 체인지업을 던지는데 좌타자를 상대로 던질 것이 별로 없다. 그래서 오른손보다 오히려 왼손이 더 어렵다. 커브를 연습하고 있다”면서 “하루 던지면 다음 날 팔이 무겁고 그런 것을 느꼈다. 연투만 되면 괜찮을 것 같은데, 회복에 더 신경을 쓰고 있다”고 마무리캠프 주안점을 밝혔다.

이강철 kt 감독은 “하준호의 공이 좋다. 150㎞를 던질 수 있다. 필승조로 들어올 수도 있을 것으로 본다”며 잔뜩 기대를 걸고 있다. 150㎞을 던지는 좌완은 지옥에서라도 데려와야 한다는 말이 있는데, kt는 지옥까지 가지 않아도 외야에서 그 가능성을 데려온 셈이다. 하준호도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2020년을 바라보고 있다. 더 이상 과거를 돌아보지 않는 것 자체가 큰 변화다. 하준호가 새로운 선수로 다시 태어났다. 

스포티비뉴스=가오슝(대만), 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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