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현수는 2019 프리미어12 대표팀 합류 뒤 스스로 주장을 맡겠다고 했다. '주장' 김현수 덕분에 대표팀 분위기는 그 어느 때보다 활발했다고 한다. ⓒ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도쿄(일본), 신원철 기자] "못난 형들을 만나서…형들이 미안했다고 말해주고 싶네요."

한국이 17일 도쿄돔에서 열린 '2019 WBSC 프리미어12' 일본과 결승전에서 3-5로 진 뒤, 대표팀 주장 김현수(LG)는 먼저 후배들에게 사과한다고 얘기했다. 

한국은 이정후(키움)와 김하성(키움)이 대회 베스트팀인 '올월드팀'에 선정되는 등 세계 무대에서 돋보이는 활약을 펼쳤다. 그런데 정작 선배들이 도와주지 못했다는 것이 김현수의 생각이다. "형들이 미안해", 이제 동생들에게 대표팀의 무게중심이 넘어왔다는 것을 인정하는 말이기도 했다.  

▲ 이정후 ⓒ 곽혜미 기자

이번 대표팀에는 올 시즌 KBO리그 세이브 순위 1위부터 6위까지 6명 가운데 5명이 선발됐다. 유일하게 빠진 1명은 1985년생 정우람(한화)이다. 김경문 감독은 최종 엔트리를 발표한 뒤, 그리고 구창모(NC)가 부상으로 빠진 뒤 정우람을 후보로 놓지 않는 이유를 드러내놓고 말하지는 않았다. 

대신 대회에 출전한 선수들의 나이를 보면 이유가 보인다. 대표팀 맏형이 1986년생 33살 박병호(키움)다. 막내는 20살 강백호(kt). 투수 중에서는 32살 원종현(NC)과 차우찬(LG)이 최선참이고, 막내는 20살 이승호(키움)다. 

1985년생 '노장'의 자리는 없었다. 1985년 전 세대는 더 말할 것도 없다. 이는 한때 국제대회에서 한국 야구를 이끌었던 1982년생 '에드먼턴 1세대'가 대표팀과 작별한다는 신호다.

2015년 프리미어12 준결승전에는 정근우-이용규-김현수-이대호-박병호-민병헌-황재균-양의지-김재호가 선발 출전했다. 이 가운데 이번 대회에도 대표팀에 뽑힌 선수는 김현수 박병호 민병헌 황재균 양의지까지 5명. 1982년 에드먼턴 1세대인 정근우 이대호가 퇴장했고, 1985년생 동갑내기 이용규와 김재호도 자리를 비켜줬다.

▲ 이승호. ⓒ 곽혜미 기자
16일 한일전 선발투수로 이승호가 나선 것은 상징적이다. 2이닝 6실점이라는 결과를 떠나 약관의 나이에 4만명 넘는 관중이 운집한 원정구장에서 선발투수로 나선다는 것만으로도 이승호에게는 큰 경험이 됐다. 김경문 감독은 "이제 다음 세대에 대표팀 선발투수를 맡을 선수가 필요하다"며 이승호에게 기회를 준 이유를 설명했다. 

차세대 국가대표 선수들도 자신이 어떤 위치에 있는지 충분히 알고 있다. 풀타임 주전 첫 해, 29살 나이에 처음 태극마크를 단 포수 박세혁은 대회를 치르면서 점점 더 대표팀에 대한 욕심이 커졌다. 앞으로도 자신이 대표팀 안방을 지켜야 한다는 책임감을 갖게 됐다. 

김하성은 벌써부터 "내년 올림픽에서는 일본을 꺾겠다"며 투지를 불태웠다. 이승호는 16일 일본전에서 2이닝 6실점으로 난타당한 뒤에도 기죽지 않고 "다음 경기에도 나가고 싶다"며 눈을 반짝였다. 이미 대표팀 중심타자로 성장한 이정후는 "올림픽도 나가려면 몸 관리가 중요하다"며 2020년을 바라보고 있다. 동생들의 시간이 시작됐다.  

▲ 강백호. ⓒ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도쿄(일본), 신원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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