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경문 대표팀 감독.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정철우 기자]김경문식 야구는 달라지지 않았다. 김경문 감독이 김경문 감독 스타일의 야구로 끝까지 밀어붙였다. 그리고 결과는 준우승이었다.

김 감독은 선 굵은 믿음의 야구를 추구한다. 벤치가 많이 개입하기보다는 선수들에게 믿고 맡기는 스타일이다.

한번 믿음을 준 선수에게는 신뢰를 잘 거둬들이지 않는다. 이번 대회서도 부진했던 4번 타자 박병호를 끝까지 밀고 나갔다.

희생번트도 잘 대지 않는다. 선수들이 해결해 주는 것을 기다린다. 히트 앤드 런 등의 작전은 종종 나오지만 번트는 빈도수가 확실히 적다.

이런 김경문식 야구는 이번 대회에서도 계속됐다. 현역 감독에서 한 걸음 물러나 있다 다시 잡은 지휘봉이었지만 큰 틀은 역시 달라지지 않았다.

한국은 17일 도쿄돔에서 열린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12 2019’ 일본과 결승전에서 3-5로 졌다.

1회초 김하성의 투런 홈런과 김현수의 솔로 홈런이 터지며 초반 분위기를 잡은 한국이었다.

하지만 1회말 바로 1점을 빼앗긴 뒤 2회말 야마다 데쓰토에게 역전 스리런 홈런을 허용하며 흐름을 내줬다.

한국은 점수 차를 좁히지 못한 채 패했다.

찬스가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3회부터 5회까지 매 이닝 선두 타자가 안타를 치며 살아 나갔다. 완벽해 보이던 일본 불펜도 분명 틈을 보였다.  

하지만 단 한번도 진루타가 나오지 않았다.

3회 무사 1루에선 김재환이 좌익수 플라이로 물러났고 태그업을 하던 김하성이 2루에서 아웃 되며 더블 아웃으로 기회가 무산됐다.

4회 무사 1루에선 양의지 민병헌 허경민이 침묵하며 무득점에 그쳤다.

5회 무사 1루에선 이정후가 좌익수 플라이로 물러났고 김하성의 삼진 때 2루로 뛰던 김상수가 아웃 되며 또다시 기회를 날렸다.

▲ 한국 야구 대표 팀 선수들이 17일 도쿄돔에서 열린 2019 프리미어 12 일본과 결승전서 3-5로 패한 뒤 팬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도쿄돔=곽혜미 기자
단 한번이라도 희생번트를 댔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 장면들이었다.

일본 불펜 투수들은 막강한 구위를 뽐냈다. 이런 선수들을 꺾기 위해선 실투를 유도하고 놓치지 말아야 한다.

실투를 유도하는 좋은 방법 중 하나는 등 뒤에 주자를 놓는 것이다. 실점에 대한 부담감이 실투로 연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3회엔 중심 타자인 김재환에게 찬스가 걸렸지만 4회 양의지나 5회 이정후는 충분히 희생번트를 댈 수 있는 상황이었다.

양의지는 이번 대회 극심한 타격 부진에 빠져 있었고 이정후는 잔 플레이에도 강하다.

그러나 한국 벤치는 끝내 움직임이 없었다. 5회 김하성의 풀 카운트 때 자동 런 앤드 히트가 걸린 것이 전부였다.

야구에서 가정법은 의미 없다고 말한다. 주자가 2루에 있었어도 결과는 같았을 수 있다. 하지만 1점 차의 부담감을 안고 던지는 일본 불펜 투수들을 좀 더 괴롭히지 못했다는 아쉬움은 진하게 남는다.

4번 타자 박병호를 끝까지 믿은 것도 김 감독 스타일 그대로였다.

하지만 이승엽이 성공을 이끌어 냈던 것 같은 드라마는 펼쳐지지 않았다. 박병호는 타율 0.172에 그쳤고 1개의 장타도 때려 내지 못했다.

믿음의 야구는 신뢰와 책임, 부담 등을 모두 이겨 낼 수 있는 기술과 심장이 있을 때 효과가 배가된다. 이승엽은 해냈지만 박병호는 실패했다.

타순 변동이나 대안 마련 등은 애초에 계산에 없었다. 박병호가 제자리를 찾을 것이라는 믿음으로 끝까지 갔다.

김 감독식 야구는 페넌트레이스에서 큰 힘이 발휘될 가능성이 높다. 흐름을 타면 무섭게 질주하는 것이 김경문식 야구다. 단기전에서도 바람을 타면 무섭게 상대를 몰아붙일 수 있다.

하지만 단기전에서 벽에 부딪히면 답을 찾는 루트가 다양하지 못하다는 약점을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이번 대회에서도 결국 장점보다는 약점이 좀 더 도드라지고 말았다.

2020년 도쿄 올림픽은 한국 야구가 걸어 볼 수 있는 마지막 승부다. 국제 대회 선전이 야구 발전에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는 경험으로 알고 있다. 이번 대회가 좋은 예방주사가 되었기를 기원해 본다.   

스포티비뉴스=정철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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