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월드컵 챔피언' 그리즈만
[스포티비뉴스=유현태 기자] 같은 앙투안 그리즈만이지만, 쓰는 법에 따라 다른 선수가 될 수도 있다.

그리즈만은 2018년 러시아 월드컵에서 프랑스의 우승에 혁혁한 공을 세웠다. 호주와 조별 리그 1차전부터 결승전까지 모두 선발로 출전했다. 특히 강팀과 연이어 맞붙은 녹아웃스테이지에서 강했다. 아르헨티나와 16강에서 1골, 우루과이와 8강에서 1골 1도움, 벨기에와 4강서 1도움, 크로아티아와 결승에서 1골 1도움을 기록했다.

월드컵 우승과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에서 활약을 바탕으로 2019-20시즌을 앞두고 '스페인 챔피언' 바르셀로나로 이적해 관심을 받았다. 리오넬 메시, 루이스 수아레스 등 공격 파트너는 물론이고 세르히오 부스케츠, 아르투르, 프렝키 더 용 등 중원에서 볼 배급도 좋지만, 그리즈만의 활약상은 그리 특별하지 않다. 그리즈만이 시즌 초반 11라운드에서 4골과 3도움을 올리고 있다.

프랑스 대표팀에 오면 그리즈만은 다시 특별한 선수가 된다. 의심할 여지 없이 그리즈만은 프랑스 최고의 선수다. 그리즈만은 UEFA가 공식 홈페이지에서 집계하는 유럽 국가 대항전 선수 랭킹에서 5위에 오를 정도로 영향력이 높다.

그리즈만은 17일(한국 시간) 열린 프랑스와 알바니아의 유로2020 예선 경기에서 1골 1도움으로 맹활약하며 2-0 승리를 이끌어 본선 진출을 확정했다. 

알바니아전에서 그리즈만은 경기 통계 이상의 활약을 했다. 그리즈만은 무려 6개의 키패스를 기록했다. 전반 8분 올려준 프리킥을 코랑탱 톨리소가 머리로 마무리한 것 이외에도 멋진 패스는 얼마든지 있었다. 후반 7분 오른쪽 측면에서 올리비에 지루를 향한 원터치 스루패스, 후반 9분 레오 뒤부아를 향한 땅볼 패스는 득점으로 연결되기에 충분했다. 후반 27분 지루가 골대를 때리기 전에 절묘한 방향 전환 패스도 그리즈만의 발에서 나왔다.

날카로운 득점 감각도 자랑했다. 전반 31분 뒤부아의 크로스에 쇄도하는 타이밍은 그리즈만이 좋아하는 득점 형태를 그대로 보여줬다. 앞선에 위치한 공격수들이 움직이면서 공간을 만들었을 때 이를 찾아들어가는 것이 그리즈만의 특기다. 

프랑스에서 그리즈만이 활약할 수 있는 이유는 자유롭기 때문이다. 알바니아전에서 최전방에 지루 혹은 비샴 벤 예데르가 움직이고 그리즈만이 이를 지원하는 형태였다. 월드컵에서도 주로 최전방이 아닌 처진 공격수로 활약했다. 중앙에서 움직이지만 그 앞엔 늘 다른 동료가 있었다. 그리즈만은 홀로 빛나는 별이 아닌 동료와 함께 빛나는 선수였다.

▲ 바르사에선 고민이 많은 그리즈만

바르사가 그리즈만에게 원했던 것은 네이마르(파리생제르맹)의 빈자리를 메우는 것이다. 네이마르가 2017년 여름 파리로 떠난 뒤 공격수 한 자리는 늘 고민거리였다. 하지만 그리즈만은 제 2의 네이마르가 될 수 없다. 네이마르는 타고난 드리블러다. 오히려 동료들이 지나치게 접근할 경우 드리블 할 공간이 부족할 수 있다.

그리즈만은 동료들이 옆에 있을 때 움직임을 역이용하면서 공간을 창출하는 스타일이다. 바르사에서 그리즈만은 주로 왼쪽 측면에 전형적인 윙어처럼 배치된다. 왼쪽에 고립된 상태인 데다가, 메시 때문에 공격의 무게가 오른쪽에 실리고 있어 그리즈만의 영향력은 더욱 작아질 수밖에 없다.

그리즈만이 라리가 11경기에서 기록한 키패스는 경기당 0.8개에 불과하다. 프랑스가 치른 지난 4번의 A매치에서 경기당 키패스는 무려 4.5개다. 바르사의 공격은 그리즈만이 아닌 메시의 발에서 풀리고 있다. 메시는 바르사에서 경기당 2.3개의 키패스를 기록하고 있다. 더구나 드리블 돌파까지 경기당 4.3개나 성공하고 있다.

그리즈만도 이를 인지하고 있다. 스페인 스포츠 신문 '마르카' 등에 따르면 그리즈만은 "바르셀로나가 힘들 것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나는 많은 걸 배우고 있다"며 "만약 내가 중앙에서 더 뛸 수 있다면 더 발전했을 것이다. 나는 몇 년 동안 전방에서 뛰었다. 이제 나는 적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디디에 데샹 프랑스 감독도 "그리즈만의 바르셀로나 생활은 비극적이지 않다. 경기장에서 포지션 문제다. 그리즈만은 아틀레티코에서 포지션이 더 나았다"고 평가했다. 

투톱을 주로 쓰는 아틀레티코에서 그리즈만은 중앙 공격수지만 사실상 프리롤에 가까웠다. 득점에 가담하기 위한 전진은 물론이고, 두 줄 수비의 앞에서 공을 받아 연결하거나, 측면으로 넓게 벌려주는 움직임까지 맡았다. 동료들을 살려 '티키타카'로 공격을 풀어나가는 장면에서 그리즈만의 장점을 볼 수 있었다. 하지만 바르사에서 그리즈만은 왼쪽 측면에 홀로 놓인 채 동료들과 합을 맞출 기회를 얻지 못하고 있다.

바르사의 그리즈만과 프랑스의 그리즈만은 분명 다르다.

스포티비뉴스=유현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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