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인천국제공항, 김태우 기자] 선수의 뜻은 변한 것이 없었다. 여전히 메이저리그(MLB)를 꿈꾸고 있었다. 이제 결정의 시간이 다가왔다. 미리 보는 손익계산서는 단순하면서도 약간 복잡하다.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주관 ‘프리미어12 2019’에 출전한 김광현은 18일 동료들과 함께 귀국했다. 귀국 현장에서 가장 많은 관심을 모은 선수는 단연 김광현이었다. 다른 선수들은 이제 휴식에 들어가는 반면, 김광현은 본격적인 거취 결정에 들어가기 때문이다. 

김광현의 뜻은 달라진 게 없었다. 김광현은 “일단 구단과 상의를 해봐야 한다”면서 “지금 상황에서는 잘 이야기를 해보는 것밖에 없는 것 같다. 따로 특별하게 말씀을 드릴 것은 없다”고 말을 아꼈다. 프리미어12 이후 결론을 내리기로 한 SK는 귀국한 김광현과 19일 면담 일정을 잡았고, 이제 지금까지 정리된 서로의 생각을 확인하며 최종 결론을 찾아가는 것만 남았다. 어느 쪽이든 결정은 빨리 내리는 것이 좋다.

김광현이 구단과 상의를 거쳐야 하는 것은 자유계약선수(FA)가 아니기 때문이다. 김광현은 2020년까지 FA 계약이 되어 있다. 첫해인 2017년을 부상으로 뛰지 못해 FA 자격을 다시 취득하는 것은 2021년 시즌이 끝난 뒤다. SK가 허락하지 않으면 미국에는 갈 수 없다. 김광현이 가지고 있는 가장 큰 약점이다.

▲ 김광현은 프림미어12 일정을 모두 끝낸 뒤 메이저리그에 도전하고 싶다는 기존의 뜻을 재차 드러냈다 ⓒ연합뉴스
그러나 오히려 고민이 더 깊은 쪽은 SK다. 생각할 것이 더 많다. FA 기간 중 해외 진출을 추진했던 사례가 흔한 것은 아니다. SK는 어떤 결정이든 리그의 전례 하나를 만들어간다는 측면에서도 부담이 있다. 미국 진출을 희망하는 김광현도 고민할 수밖에 없는 구단의 사정을 모르는 게 아니다. 복잡한 방정식임은 서로 인정하고 있다. 

프로에서 “비즈니스는 비즈니스고, 계약은 계약”이라는 접근 방식을 나쁜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권한은 어디까지나 구단에 있다. 선수의 뜻을 반려해 메이저리그 진출을 1년 뒤로 미룬다면 SK는 전력 이탈이 없다. 김광현의 대안을 마련할 시간을 1년 더 번다. 내년에도 우승권에 도전할 수 있는 전력을 유지한다. 시즌 막판 부진하기는 했지만 SK는 어쨌든 정규시즌 88승 팀이었다.

다만 김광현은 비즈니스 이상의 상징이라는 점에서 팬들의 비판 여론이 거셀 전망이다. 다른 팀 팬들이야 비판할 수 있다 해도, SK 팬들이 등을 돌린다면 이것은 심각한 문제다. 선수의 뜻이나 여론이 계약을 무장해제시키는 것은 분명 원칙적으로 바람직하지 않지만, 한국프로야구의 기형적인 구조에서 ‘팬심’을 잃으면 구단을 운영할 이유가 사라진다. 

그간 공들여 쌓았던 ‘팬퍼스트’ 가치도 이것 한 방에 무너질 위험이 있다. 시간이 흘러 조금씩 잊힌다고 해도 어떤 사안마다 다시 떠올라 팀의 발목을 잡을 가능성 또한 크다. 에이스의 허탈감도 달래야 한다. 김광현을 보내지 않을 경우 경기장 내 전력은 유지할지 몰라도, 경기장 밖에서의 어마어마한 위험요소는 감수해야 한다. SK도 이를 모르지 않을 것이다.

김광현의 뜻을 존중한다면 모양새 자체는 좋다. SK 팬들도 궁극적으로 구단과 선수 모두를 지지해줄 것이다. 김광현은 언젠가 MLB에서의 여정을 모두 마치고 SK에 다시 돌아오게 된다. 사실상 은퇴까지 SK 유니폼을 입는다. 

▲ SK의 에이스로 활약한 김광현의 이탈은 팀 전력의 큰 손실로 이어질 전망이다 ⓒ한희재 기자
그러나 당장의 심각한 전력 약화는 어쩔 수 없다. 김광현은 최소 15승을 보장할 수 있는 투수다. 빡빡한 경기까지 합치면 20승에 가까운 위력이 있다. 누가 5선발이 될지는 알 수 없지만, 20승 공백을 얼마나 메울지는 미지수다. 비교적 준비된 선발감이었던 문승원도 풀타임 첫해에는 고전했던 기억이 있다. 김광현이 나가면 SK는 ‘3강’에서 내려와 포스트시즌 진출을 목표로 삼아야 할 팀이 된다는 의미다.

성적 저하에 따른 비판은, 지금 비난과는 별개로 감수해야 할 가능성이 크다. 다만 성적 기대치가 낮아지면서 새로운 것을 조금 더 빨리 시도할 만한 여건을 만들 수는 있다. 얼마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벌어들일 포스팅 금액, 그리고 김광현의 내년 연봉(15억 원)은 전력 보강 투자로 이어질 수 있다. 

물론 어떤 식으로든 김광현이라는 전력 이탈을 모두 만회하기는 어렵다. 이처럼 중간 지점을 찾기가 쉽지 않아 더 어려운 선택이다. 어쩌면 SK는 보내도 불보듯 뻔한 성적 저하의 비판을 감수해야 하고, 보내지 않으면 당장의 성난 여론과 마주쳐야 하는 진퇴양난의 상황이다. SK는 그들이 미리 작성한 손익계산서에서 무엇이 낫다고 봤을까. 김광현의 올해 메이저리그 도전은 그 결론에 달렸다.

스포티비뉴스=인천국제공항, 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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