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로베르트 모레노(왼쪽)와 루이스 엔리케(가운데)


[스포티비뉴스=한준 기자] 루마니아와 유로2020 예선 최종전이 로베르트 모레노 스페인 대표팀 임시 감독의 고별전이었다. 스페인 스포츠 신문 마르카의 보도에 따르면 5-0 대승으로 무패 본선행을 이룬 뒤 모레노 감독은 스페인 대표 선수들에게 작별 인사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모레노 감독의 경기 후 기자회견도 취소됐다. 모레노 감독은 스페인 취재진에게 "말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고 말했다.

모레노 감독은 루이스 엔리케 전 스페인 대표팀 감독의 코치였다. 카탈루냐 출신으로 만 16세부터 축구 지도자 경력을 시작한 모레노는 2011년 엔리케 감독을 따라 AS 로마 코치로 부임한 이후 셀타 비고와 FC 바르셀로나에서도 엔리케 감독을 보좌했다.

2017년 엔리케 감독의 수석코치였던 카를로스 운수에가 셀타 비고 감독으로 부임하자 함께 했던 모레노. 2018년 엔리케 감독이 스페인 대표팀 감독 지휘봉을 잡자 다시 엔리케 감독 사단에 합류했다. 그러다 지난 6월 엔리케 감독이 딸 사냐가 골수암으로 투병해 돌연 사임하자 임시 감독으로 스페인 대표팀을 이끌었다.

어린 시절부터 축구 지도자로 일하고, 연구해왔던 모레노 감독은 엔리케 감독 공백기간 스페인 대표팀을 성공적으로 이끌었다. 11월 A매치 예선 최종 일정까지 9경기에서 스페인 대표팀 7승 2무 29득점 4실점의 호성적을 거뒀다.

모레노 감독은 엔리케 감독의 사퇴 이유가 사나의 투병 때문이었고, 사나가 결국 유명을 달리하자 애도를 표하며 "엔리케 감독이 돌아온다면 언제든 자리를 내어줄 것"이라고 했다. 본선행이 확정되자 스페인축구협회는 최근 몇몇 유럽 클럽의 제안을 받은 엔리케 감독에게 유로2020 본선 지휘를 맡아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마르카 보도에 따르면 스페인축구협회는 본선을 이끌 경험있는 지도자를 원했다. 발렌시아에서 2019-20시즌 개막 후 물러난 마르셀리노 가르시아 토랄 감독과도 접촉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스페인 유력 언론은 엔리케 감독이 복귀를 수락해 현지 시간으로 19일 오후 스페인축구협회가 기자회견을 통해 발표할 것이라고 보도하고 있다.

마르카는 모레노 감독이 루마니아전을 마친 뒤 라커룸에서 선수들에게 작별인사를 했다며 기정사실화됐다고 보도했다. 이날 경기를 뛴 선수들도 사안에 대해 "모른다"고 함구했다. 공격수 제라르드 모레노는 "감독을 위해 죽을 수도 있다"며 로베르트 모레노 감독에 대한 충성심을 보였다. 모든 선수들이 그동안 모레노 감독의 지휘에 호감을 얻은 것으로 알려졌다. 로베르트 모레노 감독도 이번 임시 감독직을 계기로 코치가 아닌 감독으로 새 길을 걸을 수 있는 계기를 만들었다.

스포티비뉴스=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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