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0년 FA 시장은 2차 드래프트 변수가 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2차 드래프트로 외부 영입 갈증을 해소하면, FA들은 금액 협상에서 몸값을 더 높이 제시하기 힘들어진다. 사진은 왼쪽부터 전준우, 김선빈, 안치홍, 오지환. 이들은 중형 FA로 분류된다. ⓒ 곽혜미, 한희재 기자
[스포티비뉴스=김민경 기자] "올해는 2차 드래프트가 큰 변수죠."

KBO리그 10개 구단과 FA는 협상에 진전이 있는지 물으면 "20일 이후에 속도가 붙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20일은 2020년 KBO 2차 드래프트가 있는 날이다. 2차 드래프트는 1군 전력에서 제외된 선수들에게 더 기회를 주기 위해 2012년에 마련한 제도다. 2년마다 열렸고, 지난 4차례 2차 드래프트에서 선수 117명이 유니폼을 바꿔 입었다.

각 구단은 지난 10일 40인 보호 선수 명단을 제출했다. 1~2년차 선수와 FA 권리 행사 선수, 외국인 선수는 자동 보호된다. 1~2년차 선수들이 자동 보호되면서 유망주를 보호하긴 수월했지만, 베테랑이나 최근 기량이 하락세인 주전급 선수 여럿이 풀린 것으로 알려졌다. 

상식적으로 보호 선수 명단에서 제외된 선수들이 FA와 비교해 더 뛰어날 확률은 떨어진다. 실제로 각 구단은 보호선수 명단을 받아든 뒤 "다들 (보호 선수를) 잘 묶었다"고 입을 모았다. 그런데도 2차 드래프트 이후를 이야기하는 이유는 뭘까. 

결국 비용이다. 2차 드래프트로는 팀마다 3명까지 지명할 수 있는데, 보상금이 1라운드 3억 원, 2라운드 2억 원, 3라운드 1억 원이다. FA와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훨씬 저렴한 금액에 당장 1~2년은 취약 포지션을 보강할 수 있다. 고령의 베테랑 FA라면 보호 선수 명단에 들지 않은 같은 포지션의 선수를 2차 드래프트로 데려올 수도 있다. 외부 FA에 큰 관심을 두지 않은 이유다.

2차 드래프트로 이적한 베테랑으로는 2012년 투수 김성배(1라운드, 두산→롯데),  2018년 투수 오현택(3라운드, 두산→롯데) 정도가 쏠쏠한 활약을 펼쳤다. 김성배는 2012년 69경기에 나서 14홀드, 2세이브를 챙겼고 2013년에는 58경기에서 31세이브를 거뒀다. 오현택은 지난 시즌 72경기에 나서 25홀드를 챙겨 홀드왕을 차지했다.

19일까지 FA 시장에 나오 19명 가운데 도장을 찍은 선수는 단 2명이다. 13일 포수 이지영(32)이 키움 히어로즈와 3년, 총액 18억 원에 사인했고, 19일 외야수 유한준(38)이 kt 위즈와 2년, 총액 20억 원 계약을 맺었다. 두 선수 모두 원소속 구단에 남고 싶은 마음이 컸고, 구단과 줄다리기를 하지 않았다는 공통점이 있다. 

지난해 FA 시장과 올해 1, 2호 계약을 봐도 이제 FA가 '무조건 잭팟'을 뜻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한 관계자는 "올해는 양의지급의 대형 계약이 예상되는 선수가 없다"고 냉정하게 평가했다. 양의지는 지난해 12월 NC와 4년, 총액 125억 원 계약을 맺었다. 포수라는 포지션의 희소성과 공수에서 국가대표급 능력을 갖춘 결과였다. 

올해는 외야수 전준우(33, 롯데), 내야수 오지환(30, LG)과 김선빈(30, KIA), 안치홍(30, KIA) 정도가 중형 FA로 분류된다. 포수 김태군(30, NC)은 포지션 이점을 볼 것으로 기대했으나 가장 포수 영입을 원했던 롯데가 FA 시장 철수를 선언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김태군 측은 원소속 구단과 협상에 우선순위를 두고 2차 드래프트 결과를 지켜보려 한다. 

투수 정우람(34, 한화)과 손승락(37, 롯데), 내야수 박석민(34, NC)과 김태균(37, 한화) 등은 예전처럼 여러 구단에서 군침을 흘리기에는 나이와 내구성이 걸림돌이다. 

중형 FA 정도는 어느 정도 원하는 선에서 금액을 맞추더라도, 지금 흐름이면 나머지 FA들은 2차 드래프트 이후 몸값을 더 올리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스포티비뉴스=김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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