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잠실야구장 전경(기사 내용과 관계 없음).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고유라 기자] KBO리그에서 베테랑들의 입지가 계속해서 떨어지고 있다.

최근 리그에서는 '베테랑 한파'라는 말이 심심찮게 들린다. 많은 팀들의 운영 계획을 볼 때 FA 계약부터 시즌 선수 기용까지 모두 어린 선수들 위주로 돌아가기 때문. 선수들이 스스로 "한 살 더 먹은 게 죄"라는 말을 할 정도로 베테랑들은 더 이상 어깨를 필 곳이 없다.

이번 FA 시장 역시 일찌감치 계약을 맺은 키움 포수 이지영(3년 18억 원)과 kt 외야수 유한준(2년 20억 원)을 제외하면 다른 선수들은 장기전의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FA 시장이 얼어붙은 이유 중 하나는 20일 열리는 2020 KBO리그 2차 드래프트 때문인데 이것도 '베테랑 한파'와 관련이 있다.

많은 팀들이 FA 협상이 늦어지고 있는 것과 관련해 2차 드래프트를 언급하고 있다. 2차 드래프트에서 어느 정도 수혈이 가능한지를 직접 확인한 다음에 팀에 필요한 구성원을 FA 시장에서 찾겠다는 것. 수십억 원이 필요한 FA보다는 쏠쏠한 선수를 1~3억 원 내로 구할 수 있는 2차 드래프트가 실용적이라는 판단이다. 내부 FA 역시도 팀의 계획서에서 2차 드래프트 다음 장에 올라 있다.

2018 2차 드래프트부터는 입단 2년차 이내 선수들이 자동으로 보호되지만 군보류 선수가 자동 보호에서 풀렸고 입단 3~5년차 이내 2군 유망주들은 보호선수 40인 명단에 들기 힘들기 때문에 다들 '흙속의 진주'를 찾고 있다. 그 결과 많은 팀들이 빼앗기기 싫은 유망주 보호에 올인하면서 이번 드래프트 시장에는 역대급으로 이름값 있는 베테랑 선수들이 많이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현실적으로 타팀에서 1~3억 원을 내고 연봉을 감수하며 베테랑 선수를 데려갈 일은 많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 국내 에이전트는 "10개 팀들이 모두 약속한 듯 외부에서 베테랑 선수를 영입하는 데 관심이 없다. 모두 육성에 올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 FA 시장에서 베테랑들은 원소속팀 말고는 타팀의 러브콜이 예상보다 적다는 이야기. 여기에 FA가 아닌 베테랑들도 팀의 보호선수 명단에서도 제외되는 씁쓸한 상황을 맛보고 있다. 2차 드래프트에서 깜짝 놀랄 선수의 이적 소식이 들려올 수 있을까.

스포티비뉴스=고유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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