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영화 '러브 앳' 포스터
[스포티비뉴스=김현록 기자]낯선 그녀와 두번째 사랑에 빠질 수 있을까. 영화 '러브 앳'(감독 위고 젤랭)은 군더더기 없는 판타지 로맨틱 코미디다. 곁에 있던 사랑을 소홀히 했던 남자의 평행세계 첫사랑 되찾기가 사랑스럽다가 한심하다가 설레다가 결국 뭉클하게 이어진다.

소설가가 꿈인 고등학생 라파엘은 학교 창고에서 피아노를 치던 소녀 올리비아에게 첫 눈에 빠진다. 그리고 10년, 둘은 뜨겁게 사랑한다. 어느덧 라파엘은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고, 피아니스트를 꿈꾸던 올리비아는 그의 아내로 곁에 있다.

스타 대접에 바쁜 일정에, 한껏 우쭐해진 라파엘은 홀로 외로워하던 아내 올리비아와 크게 싸우고 취해 잠든다. 눈을 뜬 그를 맞이한 건 완전히 다른 세상. 라파엘은 허름한 아파트에서 홀로 사는 문학교사 처지다. 반면 올리비아는 큰 사랑을 받는 세계적 피아니스트다. 평행세계에 놓인 걸 알게 된 라파엘은 세상을 돌려놓기 위해 올리비아와 두번째 사랑을 시작한다. 내가 가장 잘 아는, 그러나 나를 모르는 그녀는 다시 나를 사랑해줄까.

공감을 자극하는 판타지 로맨스는 스크린의 흥행 공식이나 다름없다. 믿을 수 없는 상황 때문에 사랑을 새로 시작하며 얼마나 소중한가를 알아가는 이야기는 시간과 국경을 가리지 않고 사랑받아 왔다. 난데없는 평행세계 덕분에 어쩔 수 없이 역지사지 로맨스를 펼치게 된 남자, '러브 앳' 라파엘의 이야기에도 그 미덕이 있다.

나 없이 너무 잘나가는 그녀에 대한 놀라움도 잠시, 그녀를 되찾으려 안달하는 라파엘. 허나 '러브 앳'은 대책없는 낭만파 로코가 아니다. 웃기는 헛발질 사이 의문이 피어난다. 그가 되찾으려 하는 게 화려했던 현실세계인지, 이제 내 곁에 없는 그녀인 건지 ㅡ 그도 관객도 헷갈린다. 제 생각만 하는 남자주인공이라니, 로맨스 이상형과는 거리가 있지만 그 속내를 감추지 못하는 인간다운 캐릭터는 그래서 더 공감을 산다.

어딘지 익숙한 스토리지만 '러브 앳'은 담담하고도 담백하게, 할 말만 하는 센스와 완급이 좋다. 영화관을 잘못 들어왔나 싶게 박력있는 오프닝, 속도감 있게 흐르는 현실세계 속 10년 러브스토리를 지나 곧장 본론에 진입한다. 군더더기 없이 사랑에 대해 물으며 생각할 거리를 던진다. 할리우드 로맨스를 닮았지만 파리의 공기가 살랑인다. '네가 나를 만나지 않았더라면' 혹은 '내가 너와 함께하지 않았다면'이란 가정형 질문들은 한국의 관객에게도 유효할 것이다.

라파엘 역 프랑수아 시빌, 올리비아 역 조세핀 자피의 매력을 발견하기에도 충분하다. 로코에 빠질 수 없는 수다쟁이 단짝친구 펠릭스 역 벤자민 라베른도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한다.

캐릭터 만큼 돋보이는 건 영화 속 음악이다. 피아니스트 여주인공이 등장하는 영화답게 청아한 클래식 피아노 선율이 이야기와 함께 흐른다. 라파엘의 마음을 움직이고 관객을 설득하는 중책마저도 음악에 맡긴다. 충분히 강력하고 아름답다.

하얀 눈과 아름다운 연주, 매력만점 커플이 함께하는 '진짜 사랑'의 이야기. '러브 앳'은 올 겨울의 데이트 무비가 될 만하다.

11월27일 개봉. 12세 이상 관람가. 러닝타임 118분. 

스포티비뉴스=김현록 기자 roky@spotv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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