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화 이글스의 지명을 받은 이현호 ⓒ 잠실, 김민경 기자
[스포티비뉴스=잠실, 김민경 기자] "10번이고 100번이고 비수를 꽂아도 좋으니 가서 잘하라고 하시더라고요."

좌완 이현호(27)가 지난 10년 동안 입은 두산 베어스 유니폼을 벗고 대전으로 향한다. 이현호는 20일 열린 '2020년 KBO 2차 드래프트'에서 3라운드(보상금 1억 원)에 한화 이글스에 지명됐다. 

뒤늦게 지명 소식을 들은 이현호는 이날 잠실야구장을 찾아 코치진과 선수들, 그리고 구단 관계자와 인사했다. 

이현호는 김태룡 두산 단장에게 "40인 보호 선수에서 풀었으니까 가서 비수를 꽂겠다"고 너스레를 떨었고, 김 단장은 "10번이고 100번이고 좋다. 가서 비수를 꼭 꽂으라"고 답하며 웃었다. 

이현호는 2011년 신인 2라운드 11순위로 입단해 기대를 모았다. 올해까지 1군 7시즌 통산 148경기, 8승, 1세이브, 2홀드, 233⅓이닝, 평균자책점 5.40을 기록했다. 두산에서는 기량을 다 펼치지 못했지만, 한화에서 새 출발을 제대로 해보겠다는 각오다. 

다음은 이현호와 일문일답.

-지명된 소감은.

예상을 조금은 했지만, 한화에서 뽑을 줄은 몰랐다. 한화가 좋은 팀이라 예상을 못 해 당황했다. 한용덕 감독님은 같이 두산에 있을 때 나를 예뻐해 주셨다. 한화의 기대에 부응할 수 있게 준비를 잘하겠다. 

-한화와 인연은 있는지.

최재훈 형과 친하다. (하)주석이는 어릴 때 대표팀을 같이 했다. 

-정진호와 함께 한화에 가게 됐는데. (정진호는 2라운드 지명)

(정)진호 형은 계속 같이했다. 입단(2011년)도 같이했고, 군대도 같이 가서 같이 전역했다. 진호 형과 같이 가면 의지가 될 것 같다. 

-두산을 떠나게 됐다.

아쉽다. 두산에서 잘해서 빛을 봐야 좋은 건데, 기대만큼 하지 못했다. 가능성만 보여 드리고 크진 못 했다. 개인적으로도 어린 선수들이 많아지면서 내가 밀렸다고 생각을 한다. 상위 지명으로 입단은 했는데, 있는 동안 잘하지 못해 죄송한 마음뿐이다. 대신 한화에 가서 잘해야 할 것 같다. 

정말 솔직하게는 지금이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여기서 잘했어야 더 좋은 거지만, 한화에서 나를 뽑아주신 거니까. 가서 기회를 잘 잡아봐야 할 것 같다. 

▲ 정든 두산 베어스를 떠나는 이현호 ⓒ 곽혜미 기자
-한화가 정말 좋은 기회가 될 수도 있겠다. 

이 시기에 다른 팀에 가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두산은 오래 있었으니까 나를 품고 가는 게 있었다. 새 팀은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면 더 쉽게 밀릴 것이라고 생각한다. 못하면 바로 끝이라 생각한다. 

-동료들과 어떤 인사를 나눴나.

가서 잘하란 말을 들었다. 늘 보내주기만 하다가 내가 가니까 시원섭섭하다. 마음이 이상하다. 10년 있던 팀을 떠나려 하니까. 

-김태룡 단장과 인사도 하던데.

나를 보호 명단에서 풀었으니까 가서 비수를 꽂겠다고 했다(웃음). 단장님이 10번이고 100번이고 좋으니까 비수를 꽂으라고 하셨다. 아버지처럼 잘 따랐던 분이다. 아마 (내가 간다고 하니) 섭섭하셨을 것이다. 두산이 정이 많은 팀이다. 두산 선수들과 대결하면 이상할 것 같다. 맞대결하면 (김)재환이 형과 (오)재일이 형을 잡겠다. 그럼 내가 가서 잘하고 있다는 뜻일 테니까.

-두산 팬들에게 한마디 하자면.

개인적으로는 과분하게 예뻐해 주셨다고 생각한다. 기대만큼 못해서 죄송하다. 다른 팀에 가서도 열심히 할 테니 응원해 달라고 하고 싶다. 감사한 마음뿐이다. 

스포티비뉴스=잠실, 김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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