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산 베어스 김태룡 단장(왼쪽)과 김태형 감독 ⓒ 두산 베어스
[스포티비뉴스=잠실, 김민경 기자] "우리 선수가 더 낫다고 판단했다."

두산 베어스는 20일 열린 '2020년 KBO 2차 드래프트'에서 지명권 3장을 모두 쓰지 않았다. 1라운드부터 3라운드까지 최다 3명을 뽑을 수 있는데, 1라운드에서 지명을 포기하면 2라운드부터는 자동으로 지명권이 사라진다.   

지명권을 쓸 수 있으면 쓰려고 했지만, 1라운드 보상금 3억 원을 주고 데려올 선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10번째 순서를 기다리는 사이 눈여겨본 선수는 다른 팀의 지명을 받았다.

두산 선수를 탐내는 팀은 많았다. 올해도 한 팀당 최다 유출 인원인 4명을 꽉 채웠다. 사이드암 변진수(26)가 1라운드에 KIA 타이거즈 유니폼을 입었고, 우완 강동연(27)이 1라운드에 NC 다이노스에 선택을 받았다. 한화 이글스는 외야수 정진호(31)를 2라운드, 좌완 이현호(27)는 3라운드로 지명했다. 

2012년부터 올해까지 5차례 2차 드래프트가 진행되는 동안 두산은 모두 23명을 내보냈다. 팀당 최다 유출 인원이 5명이었던 2012년, 2014년, 2016년에 해마다 5명이 떠났고, 4명으로 줄어든 2018년과 올해는 4명씩 떠났다. 반대로 5차례 2차 드래프트가 진행되는 동안 10명도 빠져나가지 않은 구단이 있다. 두산이 '불균형' '손해'를 언급하는 것을 볼멘소리로 넘길 수 없는 수치다. 

해가 지날수록 취지에서 벗어난 지명이 나오고 있기도 하다. 1군에 나설 기회가 없는 2군 선수들에게 기회를 주자는 취지였는데, 1~2년차 유망주들이 자동 보호 대상에 들어가면서 즉시 전력감 또는 베테랑으로 눈을 돌리는 일이 많아졌다. 

올해만 봐도 내야수 정근우(한화→LG), 투수 김세현(KIA→SK), 내야수 채태인(롯데→SK), 투수 이보근(키움→kt)이 1, 2라운드에 지명을 받았다. 1~2년 전에는 FA 협상을 했던 선수들이다.

김태룡 두산 단장은 곧 있을 실행위원회, 그리고 윈터미팅에서 제도의 실효성에 대해서 강하게 어필하려 한다. 김 단장은 "지금 분명 제도를 보완해야 할 필요는 있다. 폐지까지도 이야기가 나올 것이다. 이번 2차 드래프트를 보면 나이가 있는 선수들이 많이 지명됐고, FA를 했던 선수들도 많았다. 모양이 이상해진 것은 사실"이라고 힘줘 말했다.

제도를 유지하자는 쪽에서는 40인에서 보호 범위를 더 줄이자고도 이야기한다. 보호 범위를 줄이면 더 알찬 보강을 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2차 드래프트마다 선수 유출이 많은 구단에는 위와 같은 주장이 '도둑놈 심보'로 들릴 수밖에 없다. 다른 구단이 공들여 키운 선수들을 더 쉽게 데려가겠다는 말과 다름 없다. 지명 범위를 넓힐 바에는 트레이드가 이치에 맞다.

두산에서 나간 4명 가운데 정진호는 주전까지 차고 올라가진 못했어도 2011년부터 올해까지 1군에서 475경기를 뛰었다. 올해 한국시리즈 엔트리에도 들었던 선수다. 이현호와 변진수도 1군에서 가능성은 보여줬던 선수들이다. 강동연은 상무에서 제대한 지난해 한국시리즈 2경기에 나서기도 했다. 그래도 이들을 묶지 못할 만큼 두산은 지켜야 할 유망주가 많았다.    

"우리 선수가 더 낫다"는 두산의 말을 곱씹어 들을 필요가 있다. 실제로 지명 선수가 나오지 않은 구단에서는 육성 시스템과 관련해 자성의 목소리가 나왔다는 후문이다. 

스포티비뉴스=잠실, 김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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