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야 고수' 벤 아스크렌이 종합격투기 은퇴를 선언했다.
[스포티비뉴스=박대현 기자 / 김동현 영상 기자] '펑키' 벤 아스크렌(35, 미국)이 옥타곤 데뷔 1년 만에 은퇴를 발표했다.

원챔피언십과 벨라토르 웰터급 챔피언 출신으로 UFC에도 진출해 화제를 모았던 재야 고수가 오픈핑거글로브를 내려놓았다.

아스크렌은 지난 19일(이하 한국 시간) 팟캐스트 '아리엘 헬와니 MMA쇼'에 출연해 은퇴 뜻을 밝혔다. "골반 통증이 최근 4~5년 동안 지속되고 있던 상태"라면서 "여기가 끝인 것 같다. 유종의 미를 거두는 데엔 실패했지만 그간 MMA에서 많은 기쁨을 누렸다. 모두에게 감사하다"는 말로 은퇴를 알렸다.

종합격투기 입성 전부터 화려한 커리어를 쌓았다. 일찌감치 대형 레슬링 유망주로 촉망 받았다.

애로헤드 고교 시절부터 미국 위스콘신 주 챔피언에 2번이나 이름을 올렸다. 미주리 대학교 진학 뒤에도 미국대학체육협회(NCAA) 디비전 Ⅰ에서 78kg급 최강자로 군림했다.

모든 체육인 꿈인 올림픽 무대도 경험했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 자유형 84kg급에 미국 대표로 출전했다.

메달을 품진 못했다. 2회전에서 이반 푼도라(쿠바)에게 0-2로 졌다.

ESPN은 "(올림픽과 같은 큰 무대) 경험 부족이 발목을 잡았다. 아스크렌이 오랫동안 꿈꿨던 올림픽 메달 도전기는 눈물로 막을 내렸다"고 평가했다.

이어 "하지만 레슬러로서 아스크렌 기량을 의심하는 건 옳지 않다. 두 차례나 NCAA 정상을 밟은 챔피언이다. 포크 스타일(folk style·미국 고등부와 대학부에 적용되고 있는 레슬링 종목의 한 형태)보다 상대적으로 낯선 자유형 종목에 출전한 게 조기 탈락 원인"이라고 덧붙였다.

이듬해 종합격투기로 진로를 틀었다. 승승장구했다. 입문 1년 만에 북미 2위 단체인 벨라토르에서 웰터급 챔피언을 차지했다.

이후 타이틀 4차 방어까지 성공하며 MMA 파이터로 연착륙에 성공했다.

2014년엔 아시아 1위 격투기 단체 원챔피언십으로 이적했다. 원챔피언십에서도 단 2경기 만에 170파운드 최강자가 됐다.

안주하지 않았다. 세 차례 타이틀 방어에 성공한 뒤 MMA 사상 초유의 선수간 맞트레이드를 통해 세 번째 직장으로 이직했다.

아스크렌은 '마이티 마우스' 드미트리우스 존슨(33, 미국)과 소속을 맞바꿨다. 종합격투기 데뷔 10년 만에 꾸준히 접점을 이어 갔던 UFC에 발을 담갔다.

세 번째 도전은 녹록지 않았다. UFC는 이전 두 단체와 확연히 달랐다. 옥타곤에 넘어온 뒤 아스크렌 커리어는 그야말로 파란만장했다.

아스크렌은 지난 3월 UFC 235에서 화끈한 옥타곤 데뷔전을 치렀다. 전 UFC 웰터급 챔피언 로비 라울러(37, 미국)를 1라운드 3분 20초 만에 불독 초크로 눕혔다.

경기 초반 강력한 카운터 킥을 맞고 휘청했지만 전열을 수습한 뒤 짜릿한 역전승을 챙겼다. 재야 고수답게 볼거리 풍성한 신고식으로 팬들 이목을 사로잡았다.

그러나 2019년 7월 충격의 TKO패를 당했다. UFC 239에서 호르헤 마스비달(35, 미국)에게 경기 시작 5초 만에 플라잉 니를 맞고 실신했다.

이 굴욕적인 패배로 아스크렌은 많은 걸 잃었다. 10년 동안 이어온 무패 전적이 깨졌고 눈앞에 뒀던 타이틀전 기회도 날아갔다.

UFC 역대 가장 짧은 시간에 피니시 당한 선수라는 불명예도 꼬리표로 달았다.

달갑잖은 첫 경험은 계속됐다. 지난달 27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UFC 파이트 나이트 162에서도 아스크렌은 고개를 떨궜다.

'옥타곤 마지막 로맨티스트' 데미안 마이아(42, 브라질)에게 3라운드 서브미션 패했다.

종합격투기 19연승으로 승승장구하던 아스크렌이 MMA 데뷔 첫 연패 늪에 빠졌다. 스스로도 "마이아 전 패배는 명백한 내 실수"라며 완패를 수긍했다.

끈적끈적한 레슬링과 단단한 맷집, 상대를 재치 있게 도발하는 언변으로 많은 사랑을 받았던 아스크렌은 이제 MMA계를 떠나 새로운 삶을 준비한다.

주특기였던 '펑크 롤'처럼 적의 허를 찌르는 멋진 뒤집기 한 판을 인생 2막에서도 보여줄 수 있을지 전 세계 격투 팬들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스포티비뉴스=박대현 기자 / 김동현 영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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