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K는 22일 김광현의 메이저리그 도전을 최종적으로 수락했다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SK가 장고 끝에 팀 에이스 김광현(31·SK)의 메이저리그(MLB) 도전을 허가했다. SK는 결국, ‘팬퍼스트’를 지키기 위해 눈앞의 성적을 포기했다. 

SK는 22일 구단 최종 회의를 거쳐 김광현의 MLB 도전을 허가하기로 했다. SK는 22일 김광현, 그리고 호주에서 유망주캠프를 진행 중인 1군 코칭스태프에게 이와 같은 결정을 통보했다. 김광현은 조만간 포스팅시스템을 통해 MLB 진출을 타진한다. 김광현을 둘러싼 분위기가 나쁘지 않아 비교적 좋은 조건에 태평양을 건널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SK는 김광현의 해외 진출을 허락하게 된 이유로 “2007년 입단 이후 올해까지 13시즌 동안에 4차례 우승을 이끈 높은 팀 공헌도, 원클럽맨(One Club Man)으로서 그동안 보여준 팀에 대한 강한 애정, SK와이번스 출신 첫 메이저리거 배출에 대한 팬들의 자부심 등이 있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결정까지 쉬운 일만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SK는 김광현과 MLB 도전에 대해 프리미어12가 끝난 이후 논의하기로 했다. 다만 그 공백기가 너무 길었다는 것이 문제였다. 그 사이 팬들의 여론은 “김광현을 MLB로 보내자”로 맞춰졌다. 결정을 미루는 듯한 SK의 인상에 팬들이 들고 일어났지만 정작 SK는 결정을 내릴 수가 없는 상황이었다. 본격적인 협의에 들어가기 전 SK가 다소 곤란한 상황에 직면했다.

사실 그냥 선수를 하나 보내는 문제가 아니었다. 우선 전력 약화가 뻔했다. 올해 시즌 마무리가 너무 좋지 않았던 SK는 내년 성적이 절실한 상황이었다. 15승을 보장할 수 있는 김광현이 빠지면 ‘3강 수성’은 고사하고 포스트시즌 진출을 놓고 다투는 신세로 전락할 수 있었다. 

게다가 김광현의 프리에이전트(FA) 계약은 2020년까지다. 수술로 2017년 전체를 날린 탓에 2021년까지 뛰어야 FA 자격을 다시 취득할 수 있었다. FA 계약 중 포스팅을 허용하는 것은 어떤 의미에서든 KBO리그에 하나의 전례였다. 실제 다른 구단들은 다소간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는 후문이다. 이론적으로 FA 계약의 1~2년만 채우고 포스팅을 하겠다는 선수가 다시 나타날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SK는 이번 주 초심으로 돌아갔다. 그들이 항상 외친 ‘팬퍼스트’의 가치를 무시할 수 없었다. SK 구단은 이번 이슈에서 무엇보다 SK 팬들이 김광현의 MLB 진출을 희망하다는 사실을 가장 무겁게 받아들였다. 

한 고위 관계자는 “전력도 전력이지만 팬들이 원했다. 항상 팬들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하는 구단이, 성적 때문에 팬들의 여론을 외면할 수 없었다”고 털어놨다. SK가 마음을 돌린 결정적인 이유다. 염경엽 감독 또한 프런트의 문의에 "선수의 꿈을 막지 않겠다"는 뜻을 재차 드러냈다. 현장이 동의했고, 구단의 운신폭을 넓혀준 셈이 됐다.

결국 김광현을 MLB로 보낸 것은 팬들의 힘이었다. 팬들은 당장의 성적 저하라는 아픔은 감수하겠다며 에이스의 꿈을 밀어줬다. SK가 고민한 지점은 여론이었지만, 역설적으로 여론이 압도적이기에 SK도 그들의 명분을 만들고 최종 결정을 내릴 수 있었다. 여론이 반반이었다면 고민이 더 깊었을지 모른다. 선수의 MLB 도전을 팬들이 만든 초유의 일이 벌어진 것이다.

한편으로는 김광현 프리미어12 대회 기간 중 언론을 통해 자신의 의사를 밝힌 것에 대해 미안해했다. 김광현은 귀국 후 이 부분에 대해 구단에 진심으로 사과했고, SK도 하나의 실타래를 풀고 다음 논의로 넘어갈 수 있었다. 절차에서 조금 시간이 걸렸지만 마지막 허들을 넘은 셈이었다. 김광현도 “어려운 여건에도 불구하고 메이저리그 진출을 허락해 주신 점에 대해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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