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기생충'의 조여정이 제40회 청룡영화상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김현록 기자] "감사합니다. 여우주연상 부문은 저만 '기생충'이 받는 줄 몰랐던 것 같아요. 이 부문은 정말 제가 받을 줄 몰랐던 것 같아요."

21일 열린 제 40회 청룡영화상 시상식의 여우주연상 수상자, 배우 조여정은 얼이 빠진 듯 일어나 눈물을 흘리며 무대에 올랐습니다. 커다란 눈을 더 동그랗게 뜨고 무대에 올라가는 그녀를 보고 있자니 웃음과 눈물이 동시에 났습니다. 그녀도 눈물을 흘리다 말고 환하게 웃으며 고백과 같은 수상소감을 이어갔습니다.

"어느 순간 연기가 제가 가장 짝사랑하는 존재라고 받아들였던 것 같아요. 언제든지 버림받을 수 있다는 마음으로 짝사랑해왔던 것 같아요. 그리고 이뤄질 수 없다. 어찌 보면 그것이 제 원동력이었던 것 같아요. 사랑이 이뤄질 수 없으니까 사랑을 열심히 해야지 이렇게. 오늘 이 상을 받았다고 사랑이 이뤄졌다고 생각하지는 않겠습니다."

박수칠 타이밍을 놓친 시상식의 관객들처럼, 저 역시 멍하니 그녀의 수상소감을 들었습니다. 눈물을 흘리던 그녀가 고백처럼 쏟아낸 이야기에서 아픔과 진심이 고스란히 느껴졌습니다. 이뤄지지 않을 짝사랑이라 믿었기에, 그녀는 늘 뒤돌아보지 않고 열렬하고 절절하게 자신을 던졌던 걸까요. 

조여정은 22년 전 잡지 모델로 데뷔했습니다. 그때를 돌아보면, 인형처럼 사랑스러운 미모에만 홀려 오늘의 조여정을 상상하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달콤한 로맨스 속 씩씩한 캔디에 머물 듯 했던 요정같은 배우는 저의 뻔한 예상을 보란듯이 뒤엎었습니다. '방자전'의 춘향으로 파격의 변신에 도전했던 그녀는 거기서 멈추지 않았습니다. '후궁:제왕의 첩', '인간중독', '표적', '워킹걸' 등 변신을 거듭했습니다. 겁없이 연기했고, 남김없이 쏟아부었습니다. 아담한 그녀가 지닌 힘과 무게는 그런 담금질과 같은 시간을 거쳐 만들어졌습니다.

그리고 2019년. 조여정은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을, '심플한' 부잣집 사모님 연교를 만났습니다. 봉준호 감독이야, 어느 배우라도 함께하고 싶을 연출자지만 조여정은 어차피 안 될 짝사랑처럼 조금 체념하고 있었다 합니다. '제 또래 여배우가 봉 감독의 영화에서 할 수 있는 게 있긴 할까', '그럴 일 나는 없을 건가봐' 평소 생각했다면서요. 하지만 2017년 12월 봉준호 감독이 그녀에게 연락했습니다. "우리 영화 좀 이상해요" 하며 건넨 작품이 지금의 '기생충'이었습니다. 조여정은 "저 이상한 거 좋아해요"라며 시나리오를 받아들었다 합니다. 

연교는 빛나는 작품 속에서도 반짝반짝 빛이 나는 캐릭터였습니다. 조여정이 있어 더 빛이 났습니다. 봉준호 감독은 "조여정이 아니면 이 영화가 불안했었다"고 밝힐 만큼 신뢰와 만족감을 밝혔습니다. 1000만 관객이 이미 확인했듯, 조여정은 적당히 속물적이고 사랑스럽고 순진하며 관능적이기도 한 다채로운 인물을 능청스럽도록 풍성하게 만들어냈습니다. 연교의 매력, 조여정의 존재감은 '기생충'이라는 강력한 세계 속에서도 오롯합니다. 그녀 아닌 연교를 상상하기 어려울 만큼요. 오랜 시간 혹독한 짝사랑을 경험한 그녀이기에 그 모두가 가능했을 겁니다.

깊고 오묘한 세계가 그녀에게 어떻게 더 답을 해줄지는 모르겠지만, 지금껏 지켜본 그녀의 짝사랑은 참 씩씩하고 단단했습니다. 진솔하고 한결같았습니다. 그녀의 오늘은 끊임없는 구애의 결과이기에 더 흐뭇하고 기쁩니다. 사랑하는 만큼 사랑받기 충분한 사람, '기생충'과 함께 더 빛난 배우 조여정에게 축하를 보냅니다. 앞으로도 애정을 두고 지켜보려 합니다. 당신의 짝사랑이 분명 화답받으리라 믿으며. I'm deadly serious!

스포티비뉴스=김현록 기자 roky@spotv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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