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민우는 자신의 링네임 '코리안 모아이'를 딴 '모아이짐'을 운영하고 있다. 22일 상계동 모아이짐에서 인터뷰를 마친 김민우.

[스포티비뉴스=상계, 김건일 기자] 김민우(26, 모아이짐)의 오른손 주먹이 도전자 장익환(32, 팀파시)의 얼굴에 꽂혔다. 이때 맞은 장익환 못지않게 때린 김민우에게 고통이 전달됐다. 지난 9일 여수에서 있었던 로드FC 밴텀급 타이틀 1차 방어전에 나선 챔피언 김민우의 오른손은 정상이 아니었다.

22일 서울 상계동 '모아이짐'에서 만난 김민우는 "경기 4주 전에 오른손이 부러졌다. 하지만 너무 오랫동안 경기를 준비했고 도망갔다는 소리를 듣고 싶지 않아서 출전을 강행했다. 주사 치료하고 하루도 안 빼먹고 진통제 먹어 가며 훈련했다"고 돌아봤다.

"훈련하면서 미트를 쳤을 땐 아프지만 참을 만했다. 그래서 '경기 때도 괜찮겠지' 했는데 딱딱한 머리를 때리니까 '딱' 소리와 함께 입질이 왔다. 그때부터 오른손을 쓸 수가 없었다"고 돌아봤다.

오른손을 못 쓰는 대신 계속 왼손을 쓰다 보니 이번엔 왼손이 나갔다. 1라운드가 끝나고 김민우의 두 손이 부러졌다. 경기는 2라운드에 이어 3라운드까지 10분이 더 남아 있었다. 김민우는 다시 한번 부상을 숨겼다. 기권으로 타이틀을 잃을 수 없었다. 뼈가 부러진 두 손은 쥐어지지 않았다. 그러나 김민우는 공격했다. 힘이 완전히 빠진 오른손과 달리 왼손엔 감각이 남아 있었다. 김민우는 먼저 공격하지 않고 받아치면서 유효타를 적중했다. 왼손 잽이 쌓인 장익환의 얼굴엔 피가 났다.

3라운드 종료 공이 울렸다. 10년 같았던 10분이 흘렀다. 김민우는 승리를 확신한 듯 두 손을 번쩍 들었다. 하지만 저지 2명이 무승부를 선언하면서 경기가 계속됐다. 김민우는 다친 손으로 5분을 더 싸웠다. 3-0 판정승. 오른손은 뼈가 빠졌고 왼손은 정권 부위가 골절됐다.

"아픈 것도 아팠는데 주먹이 안 쥐어져서 너무 불편했다. 부러졌다고 해서 '경기 못 한다'고 할 수가 없었다. 똑같이 싸우려 했다. 화끈하게 하고 싶었는데 안 되더라"라며 "(부상 사실은) 부모님에게 말하지 않았다. 경기 후 인터뷰로 알게 됐다. 그래서 '(아픈데) 왜 뛰었느냐'고 많이 혼났다. 축하보다 걱정하시더라"고 멋쩍어했다.

내 코치는 친형

김민우는 주짓수 검은 띠와 함께 타격 센스를 갖춘 완성형 파이터로 평가받는다. 2011년 로드FC 5에서 데뷔해 9승 2패 전적을 쌓았고, 지난 2월 문제훈에게 트라이앵글 초크로 탭을 받아 로드FC 밴텀급 5대 챔피언에 올랐다. 당시 현장 장충체육관에서 경기를 지켜본 UFC 라이트급 챔피언 하빕 누르마고메도프는 김민우를 향해 "그라운드 기술이 아주 좋더라, UFC 수준"이라고 칭찬했다.

김민우를 챔피언으로 이끈 세컨드는 친형 김종훈(27)이다. 김종훈 역시 김민우와 같은 로드FC 밴텀급에서 4전 전승으로 촉망받는 파이터였고, 지난해 12월 함께 주짓수 검은 띠를 받기도 했다. 하지만 선수 생활은 하지 않는다. 큰 다리 부상으로 케이지를 떠났다.

인생에서 주연이 되고 싶었던 형은 동생을 받치는 조연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김종훈은 동생의 든든한 조력자로 새 인생을 산다. MMA 스토리에서 나와 독립한 형제는 김민우의 별명 '코리안 모아이'라는 별명을 따 '모아이짐' 체육관을 개관했는데 김민우가 경기가 있을 때 체육관 관리는 온전히 형의 몫이 된다. 경기가 잡히면 분석하고 훈련을 도와야 하니 김민우가 할 일은 두 배로 늘어난다. 

김종훈은 "선수가 목표였기 때문에 당연히 복귀하고 싶었다. 하지만 이젠 아니다. 나와 동생은 위치가 다르다. 민우를 밀어주고 싶다"고 말했다. 김민우는 "형이 큰 힘이 된다"고 고마워했다.

일본 파이터와 꿈의 대결?

지난 8월 김민우는 SNS에 일본 파이터 아사쿠라 카이와 붙여 달라고 요구했다. 아사쿠라가 일본 격투기 단체 라이진 대회에서 호리구치 쿄치를 1라운드에 실신시킨 직후다. 호리구치는 UFC 랭킹 2위에 올랐던 선수로 일본 경량급 스타 중 한 명이다.

로드FC는 해외 단체와 선수 교류가 활발하다. 아사쿠라가 소속된 라이진은 로드FC의 협력 단체다. 아사쿠라는 라이진으로 이적하기 전 로드FC에서 3경기를 치르기도 했다.

김민우는 다음 계획을 묻는 말에 "부상에서 회복하는 대로 바로 경기하고 싶다. 1년에 2~3번은 뛰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며 "챔피언이니까, 대회사에서 붙여 주는 대로 다 싸울 것이다. 외국 선수와 싸우더라도 똑같이 분석하고 준비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스포티비뉴스=상계, 김건일 기자

저작권자 © SPOTV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