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실로 오랜만에 찍는 인천의 홈 경기 승리 사진. ⓒ연합뉴스
[스포티비뉴스=인천, 유현태 기자] 인천 유나이티드의 마지막 홈 경기 승리는 감동적이었다.

인천 유나이티드는 24일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1 2019 37라운드에서 상주 상무를 2-0으로 이겼다. 인천은 승점 33점을 기록해 10위에 오른 채 마지막 라운드에 돌입한다. 

유상철 감독이 부임한 5월 이후 안방에서 거둔 첫 승리였다. 코칭스태프가 얼싸안으며 기뻐하고 득점자인 문창진과 케힌데는 유 감독의 품에 안겼다. 유 감독은 지난 19일 자신이 췌장암 4기라고 팬들에게 알렸다. 투병 사실을 알리면서도 인천과 함께 잔류를 위해 싸울 것을 천명했다. 이번 경기에 유난히 많은 취재진이 몰렸던 것은 유 감독의 투병 때문이었다.

하지만 인천의 승리가 유 감독을 생각하는 슬픔에서 시작된 것은 아니다. 유 감독은 경기를 앞두고 취재진과 만나 선수들에게 프로 의식을 강조했다고 설명했다. 유 감독은 "선수들에게 부임한 뒤 홈 승리가 없어서 이기고 싶다고 했다. 하지만 '아차' 싶었다. 나를 위한 승리보다 팬들에게 승리를 안겨드려야 한다고 생각을 바꿨다. 오늘 미팅 땐 팬들에게 홈에서 이기는 경기를 보여주자고 했다"고 말했다.

맞서는 상주 역시 프로답게 맞섰다. 김태완 감독은 상주 상무의 라인업에서 주전을 여럿 빼고 경기에 나서면서 간절한 선수들을 투입했다고 설명했다. 스포츠는 주변 상황과 관계없이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것. 상주가 최선을 다해서 싸웠기 때문에 인천의 승리가 더 값질 수 있다. 김 감독은 "페어플레이, 경기에선 최선을 다해야 한다. 허투루 한 경기도 하지 않으려고 한다. 시즌 초반부터 매일 이야기했다"고 강조했다.

▲ 유상철 감독(왼쪽)이 득점한 문창진을 격려하고 있다. ⓒ연합뉴스

선수들은 가슴 속엔 간절한 마음을 안고 뛰었다. 물론 프로 선수답게 머리론 냉정하게 경기에 집중해야 했다. 김도혁은 "(팀원들끼리) 얘기하기보다는 스스로 잘 알고 있다. 저는 감독님 힘드신데 뛰지 않을 수가 없다. 이거 조금 힘든 것은 감독님하고 비교하면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했다. 더 열심히 뛰고 하나가 될 수 있었다"고 인정하면서도 "감독님도 항상 말씀하시지만, 감독님이 편찮으신 것 때문이 아니라 여기 오신 팬들을 위해 열심히 뛰었다"고 말했다.

인천의 경기력은 끈끈했다. 전반부터 공격적으로 나섰고 여러 차례 좋은 장면을 만들었지만 마침표가 찍히지 않았다. 과정은 좋았지만 마무리까지 갈 때 하나씩 어긋나면서 골로 연결되지 않았다. 다만 포기하지 않았다. 후반 들어 경기 주도권을 쥐고 끈질기게 상주를 몰아붙였다. 그리고 후반 30분 문창진, 후반 43분 케힌데의 멋진 골이 터졌다. 부슬부슬 비가 내리는 '숭의'에는 팬들의 함성과 감동으로 가득찼다. 유 감독의 말대로 인천은 2019시즌 마지막 홈 경기에서 팬들에게 승리를 선물할 수 있었다. 인천의 만세삼창도 오랜만에 시원하게 경기장을 울렸다.

아직 끝이 아니다. 이미 제주 유나이티드가 최하위를 확정했지만 인천은 10위로 잔류를 노린다. 인천이 경남과 최종전에서 승점 1점 이상을 따내면 잔류를 자력으로 확정한다. 유 감독도 다시 한번 냉정해질 것을 강조했다. 그는 "우선 냉정해야 할 필요가 있다. 경남은 꼭 이겨야 하고, 저희는 비겨도 되는 상황이다. 안도하지 않고 득점한다면 1골 이상의 득점으로 승리할 수 있을 것"이라며 자신감을 나타냈다.

인천은 2019시즌에도 K리그1 잔류를 노린다. 유 감독은 "감독을 향한 연민" 때문이 아닌 "프로 선수로서" 자세를 강조하며 다시 한번 기적에 다가서고 있다.

스포티비뉴스=인천, 유현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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