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또 한 번의 경쟁에 나서는 이현석은 SK 코칭스태프가 주목하는 포수 자원이다 ⓒSK와이번스
[스포티비뉴스=캔버라(호주), 김태우 기자] 2016년 시즌이 시작되기 전, 박경완 당시 SK 배터리코치(현 수석코치)는 한 선수의 눈물을 안쓰럽게 바라보고 있었다. 냉정한 프로의 세계에서 위로도 별 도움이 되지 않았다. 이현석(27·SK)은 덩치에 어울리지 않게 펑펑 울고 있었다.

당시 SK는 포수 엔트리를 두 명 가져가기로 했다. 주전포수 이재원의 뒤를 받칠 백업포수로 이현석과 김민식(현 KIA)을 놓고 저울질했다. 2015년 마무리캠프부터 치열한 경쟁이 벌어졌다. 박 코치는 “누가 낫다고 확실하게 말할 수 없을 정도의 미세한 차이였다”고 떠올린다. 승리자는 김민식이었다. 이현석은 2군에서 시즌을 시작했고, 결국 2016년 1군에서는 11경기 출전에 그쳤다.

단지 경쟁에서 졌다는 서러움 때문에 눈물을 흘린 것은 아니었다. 이현석은 “후회가 컸다”고 회상했다. 이현석은 “그때가 가장 서러웠다. 마무리캠프 때는 1군에 갈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는 생각을 했다. 그런 생각으로 더 이를 악물고 훈련을 했다. 독기를 품고 더 하려고 했는데,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그게 아니었던 것 같다. 생각했던 계획에 비해 많이 떨어졌다. ‘이거밖에 안 되나’는 생각에 좌절하고, 또 무기력했다”고 떠올렸다.

그렇게 군대를 갔고, 제대 직후인 2019년 시즌을 앞두고 다시 백업포수를 놓고 경쟁했다. 이번 경쟁자는 베테랑 허도환이었다. 도전자 신분으로 달려들었지만 이번에도 개막 엔트리에 들어가지 못했다. 이현석은 다시 눈물을 흘렸다. 시즌이 끝날 때까지 반등은 없었다. 이현석은 올해 1군 2경기 출전에 그쳤다.

나름대로 준비를 한다고 했다. 하지만 잘못 생각한 게 있었다. 이현석은 “첫 경쟁에서 졌을 때 ‘결국 야구란 스포츠는 방망이가 중요하구나’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군(경찰야구단)에서 방망이를 많이 연구했다. 지금 생각하면 그게 안일했다. 다시 왔는데 결국 포수는 수비였다”고 털어놨다. 두 번째 실패였다.

허도환은 트레이드로 팀을 떠났다. 하지만 또 한 번의 경쟁이 시작된다. 군 복무를 마치고 돌아온 이홍구(29)가 버티고 있다.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강력한 경쟁자다. 코칭스태프조차 “이현석이 다른 팀에 가면 충분히 1군에서 뛸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선수인데, 팀 사정상 잡아둘 수밖에 없어 선수에게 미안하다”고 입을 모을 정도다. 그런 팀이 야속할 법도 하지만, 이현석은 이제 그 숙명을 아주 담담하게, 또 쿨하게 받아들인다. 

이현석은 “잘해야 한다는 생각도 있지만, 내가 할 수 있는 것, 그리고 해야 할 것을 꾸준히 하면 누군가는 알아봐주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한다. 경쟁에서 이겨야 한다는 생각만 가지면 결과에 쫓기는 느낌이 많다. 이제는 1군에서 살아남아야 한다는 생각보다는, 투수를 잘하게 도와주자는 생각을 한다”고 했다. 두 번의 경쟁에서 받은 상처는 이제 단단하게 굳어져 있었다.

펀치력이 높은 평가를 받고 있기는 하지만 이현석은 다시 수비에 올인하고 있다. 사실 인사이드워크 등 수비력에서는 이현석이 가장 낫다는 평가도 있다. 그러나 이현석은 “좋은 평가를 받았지만 1군에서 뛸 수 있었던 것은 아니다. 어쨌든 난 계속 2군에만 있었던 선수”라고 고개를 저으면서 “내 수비를 바꾸고 처음부터 다른 도전을 하자는 생각이다. 기본적인 캐칭부터 스타일을 완전히 바꿨다. 최경철 코치님과 많은 이야기를 하면서 용기를 얻었다”고 했다.

사실 개막 엔트리에 들어갈 수 있을지는 아무도 모른다. 이현석도 이제는 마음을 비웠다. 지난 세월에서 남몰래 성숙해진 이현석은 이제 어떤 결과가 나오든 더 이상 울지 않기로 했다. 대신 밝게 웃기로 마음먹었다. 캔버라 캠프에서도 누구보다 에너지 넘치는 선수로 코칭스태프의 기대를 한몸에 모은다. 면도도 싹 했다. 새 기분으로 2020년을 맞이한다.

이현석은 “긍정적인 생각을 많이 하려고 한다. 최선을 다하고, 결과는 받아들이겠다. 12월에도 기계를 두고 캐칭 연습을 하고, 웨이트트레이닝에도 중점을 맞춰 훈련을 할 것이다. 캐칭이나 송구는 내년이 되면 많이 바뀌어 있을 것 같다. 단계를 밟아가며 훈련을 하겠다”고 했다. 긍정과 계획이 묻어난 어투는, 지난 두 번보다는 훨씬 더 경쟁력이 있는 선수가 되어 있을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을 자아냈다.

스포티비뉴스=캔버라(호주), 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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