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K 선발진의 미래 중 하나로 뽑히는 좌완 백승건 ⓒSK와이번스
[스포티비뉴스=캔버라(호주), 김태우 기자] 2018년 6월 25일 진행된 KBO리그 1차 지명 행사에서는 저마다 큰 기대치가 있는 선수들이 화려하게 등장했다. 그러나 백승건(19·SK)을 주목하는 시선은 드물었다.

일각에서는 “인천·경기 팜이 약했기 때문에 가능했던 1차 지명”이라고 평가 절하했다. 1차 지명 중 계약금 2억 원 이상을 받은 선수가 6명에 이른 반면, 백승건은 계약금도 1억 원에 불과했다. SK 팬들도 2차 지명을 기대하는 시선이 많았다. 분명 저평가였다. 

백승건은 당시 상황에 대해 “기분이 나쁘지는 않았다. 그때는 좋은 평가를 받은 다른 선수들보다 내가 살짝 떨어지는 부분이 있었다. 그냥 뽑아주셔서 좋았을 뿐”이라고 솔직하게 인정했다. 하지만 이 평가를 뒤집어보겠다는 강한 의지를 속에 품고 있었다. 다른 팀들의 1차 지명 선수들이 해외 스프링캠프에서 큰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때, 백승건은 강화의 찬바람과 싸우며 조용히 칼을 갈고 있었다.

1년이 지난 지금, 백승건은 가장 성공한 1차 지명 선수 중 하나가 됐다. 1군에 올라오지 못한 선수들도, 1군에서 제대로 활약하지 못한 선수들도 있었지만 백승건은 올해 1군에서 확실한 가능성을 내비쳤다. 15경기에서 19⅓이닝을 던지며 평균자책점 2.33을 기록했다. 결국 프로는 결과와 성적이다. 덜 화려했을지 몰라도, 결과와 성적에서 1차 지명 동기들을 추월하기 시작했다. 이제는 당당한 SK의 차기 선발 후보로 뽑힌다.

성장세가 가팔랐다. SK의 기대 이상이었다. 체계적인 웨이트트레이닝을 한 결과 시간이 갈수록 구속은 더 빨라졌다. 2군에서 최고 145㎞를 찍더니, 1군에서는 최고 146㎞가 나왔다. 안정된 경기운영과 체인지업의 위력은 지명 당시의 평가 그대로였다. 1군 메이저투어 당시, 신재웅의 갑작스런 부상으로 예정에 없던 1군 등록을 경험하는 운까지 따랐다. 노력이 기회를 만났던 셈이다.

백승건은 “1차 지명을 받고난 뒤 내년(2019년)에 한 번만 1군에서 뛰었으면 좋겠다 싶었다. 그런데 운 좋게 기회를 받았다. 경기에서 던졌는데 결과도 좋게 나오고, 많은 경기 나가면서 1군 분위기도 알 수 있었다”면서 “많은 팬들 앞에서 던지니까 공을 던지는 게 재밌었다. 영광스러웠던 시즌이었다”고 돌아봤다. 그런 백승건은 호주 캔버라 유망주캠프에서 더 높은 곳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김광현이 메이저리그(MLB) 도전을 택했고, 이제 그 빈자리를 누군가 메워야 한다. 백승건도 후보 중 하나다. 좌완이라는 점에서 백승건에 기대를 거는 팬들도 많다. 백승건도 본격적인 선발 준비에 들어갔다. 시즌 때 나타났던 문제점을 고치는 동시에 장점을 살리는 연습에 분주하다. 체력도 길러야 하고, 변화구도 연습해야 하는 등 과제는 많지만 SK 코칭스태프는 아직 채워넣을 것이 많은 그릇이라고 믿는다.

백승건도 “선발 준비를 하려면 체력도 키워야 하고, 경기 운영도 길게 가져가야 하는 부분이 있다”면서 “변화구도 더 확실하게 해야 한다. 커브를 던질 때 팔꿈치가 떨어져 빠지는 경우가 있었다. 포인트 더 높게 주면서 그런 부분을 고쳐나가고 있다. 슬라이더와 체인지업도 계속 연습 중이다. 웨이트트레이닝의 중요성도 잘 알고 있다”고 자신의 과제와 목표를 술술 풀어나갔다. 마치 이런 기회가 올줄 알았다는 듯, 백승건은 철저한 계획 속에 움직이고 있었다.

캔버라 캠프에 온 것도 다행이었다. 백승건은 “진짜 운동만 할 수 있는 환경이다. 내년을 위한 준비를 하니까 더 열심히 하게 되고, 어느 때보다 더 생각하면서 훈련을 하고 있다”면서 “자리를 잡게 된다면 올해보다 더 나은 성적과 나은 경기력을 팬들에게 보여드리겠다”고 다짐했다. 김광현의 성장 과정을 기억하고 있는 SK 팬들은, 백승건 또한 그런 과정을 차근차근 밟아가길 기대하고 있다.

스포티비뉴스=캔버라(호주), 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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