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든 구단 관계자들이 여전히 큰 기대를 걸고 있는 SK 외야수 정진기 ⓒ한희재 기자
[스포티비뉴스=캔버라(호주), 김태우 기자] “정말 많은 것을 가지고 있다. 몸이 가지고 있는 것만 따지면 한동민보다 낫다” (이진영 코치)

이진영 신임 SK 타격코치는 호주 캔버라 유망주캠프에서 한 타자에 반했다. 자질은 익히 들어 알고 있었지만, 실제로 보니 반짝반짝 빛이 났다. 이 코치의 눈앞에는 정진기(27·SK)가 묵묵하게 스윙을 하고 있었다. 이 코치는 “왜 지금까지 모든 지도자님들이 정진기에 대해 좋은 평가를 내렸는지 알 수 있을 것 같다. 연습 때 하는 것이 경기에서 나오면 대단한 성적을 낼 선수”라고 칭찬했다. 

이 코치는 정진기가 대성할 그릇이라고 믿는다. 이 코치는 “타격·주루·수비 중 하나를 잘하면 1군에 올 수 있다. 두 개를 잘하면 주전 선수가 된다. 세 개를 다 잘하면 스타가 되는 것”이라면서 “정진기는 세 가지를 모두 잘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고 미소 지었다. 다만 그런 잠재력에도 불구하고 지금껏 1군에서 제대로 된 활약을 하지 못한 것에는 이유가 있을 터. 이 코치는 ‘성격’으로 그 범위를 좁힌다.

이 코치는 “정진기는 너무 착하다”고 안쓰러워했다. 시키는 것을 해내는 능력은 리그 제일이다. 실제 SK 야간훈련의 최종 관문인 ‘30분 250타’에서 마지막까지 가장 힘 있는 타구를 날리는 선수도 정진기다. 힘과 몸은 타고났다. 그러나 단순히 시켜서 하는 것이 아닌, 조금 더 선수 스스로가 ‘이기적으로’ 생각하길 바라고 있다. 이는 정진기를 바라보는 SK 코칭스태프와 선배들 모두의 생각이기도 하다.

사실 몇 년째 같은 평가다. 마무리캠프 때는 모든 지도자들이 “정진기를 터뜨려보자”는 일념 하나에 뭉친다. 스프링캠프 때까지는 나쁘지 않다. 연습 타구만 보면 SK 전체 선수 중 으뜸이다. 트레이 힐만 감독도, 염경엽 감독도 “이젠 터진다”는 기대감에 부풀었다. 그러나 정작 경기에 들어가면 연습 때 모습이 안 나온다. 자신의 장점을 보여주지 못한다. 그러다 2군으로 내려가고, 좀 좋아지면 1군에 올라왔다가, 다시 안 되면 2군으로 간다. 도돌이표다.

가장 답답한 것은 역시 선수 자신이다. 정진기는 “올해 삼진을 줄이려고 혼자 연구를 많이 했다. 타격폼도 바꿨다. 그런데 그게 독이 된 것 같다.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은 했는데 자책을 많이 했다. 죄송하기도 했고, 내가 따라가지 못한 부분이 있었다”면서 “부담은 없었는데, 한 가지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 이것저것 하다가 2년의 시간이 그냥 흘러갔다”고 했다. 축 처진 어깨가 보였다.

그러나 코치들은 포기하지 않는다. 정진기의 기운을 북돋으며 끌고 가고 있다. 염 감독은 “다른 사람들의 말에 휘둘리지 말 것”, 딱 하나만 주문했다. 눈치를 보지 않고 계속 해보라는 주문이다. 이 코치도 “그냥 네 스윙을 세 번 하고 나와라. 삼진 먹고 나와도 상관없다”고 명령(?)했다. 정수성 코치 또한 “지금은 타격에 전념할 때다. 주루나 수비는 괜찮다”며 수비 훈련을 조금씩 빼주고 있다. 코치들 눈에는, 조금만 더 가면 될 것 같기에 그렇다.

정진기 또한 코칭스태프와 팬들의 기대를 잘 알고 있다. 마음을 편히 먹기로 했다. 정진기는 “쫓기니까 나만 힘들더라. 이번에는 많이 내려놨다. 몇 년 안 남았다고 생각한다. 후회 없이 해보고 싶다. 선배님들도 그렇게 말씀하신다”면서 “훈련량이 많지만 오히려 잘 됐다고 생각한다. 다른 때와는 지금 느낌이 많이 다르다. 방망이가 잘 나오는 느낌이 든다”고 각오를 다졌다. 

SK가 바라는 것은 단 하나. ‘그 느낌’이 실전에서 한 번만 터지는 것이다. 한 번의 계기가 정진기의 야구 인생과 SK의 외야 판도를 모두 바꿔놓을 수 있다고 믿는다. 그의 잠재력이 터지는 순간, SK의 향후 외야 판도에 붙박이 선수가 하나 생긴다는 것에 이견을 달 관계자는 없다. 여전히 SK가 정진기를 포기하지 못하는 이유다.

스포티비뉴스=캔버라(호주), 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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