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우람 ⓒ한희재 기자

[스포티비뉴스=김건일 기자] 4일 휴식을 보장받는 선발과 달리 중간 투수는 쉬는 날이 정해져 있지 않다. 대신 불펜에서 매일 대기한다. 그렇다고 해서 돈을 많이 받는 것도 아니다. 축구와 달리 야구에선 출장 수당이 따로 없다. 시장 가치도 그렇다. 구단들은 1점을 지키는 불펜보단 1승을 보장하는 선발을 원한다. FA로 대형 계약을 맺은 투수들은 대부분 선발이다.

직업 만족도는 당연히 불펜보다 선발이 크다. 오랫동안 불펜으로 뛰다가 선발로 보직을 바꾼 한 투수는 "역시 선발이 좋다"고 말했다.

정우람은 불펜 투수를 향한 선입견을 바꿨다. 2015년 시즌이 끝나고 4년 84억 원에 한화와 계약했다. 2011년 정대현(4년 36억 원), 2014년 안지만(4년 65억 원)을 뛰어넘는 불펜 투수 최고액이자 역대 FA 계약 13위로 불펜 투수로 위상을 높였다.

어느덧 한화와 4년 계약이 끝난 정우람은 27일 4년 39억 원에 한화와 다시 계약했다. 불펜 투수인데도 8년 동안 123억 원 보장 계약을 체결하게 된 것이다. 나이 35세, 두 번째 FA에서 이룬 계약이라는 점에서 첫 번째 FA 계약에 못지않게 의미가 있다.

정우람이라는 이름 석 자로 만든 계약이 아니다. 마운드 위에서 만들었다. 정우람은 한화에서 지난 4년 동안 230경기에 출전해 251.1이닝을 던졌다. 무엇보다 단 한 번도 1군 엔트리에서 빠지지 않았다. 철저한 자기관리로 부상을 피했고 마운드에 오를 때마다 자기 공을 던졌다. 두 번째 FA를 앞둔 올 시즌 기록한 평균자책점 1.54는 데뷔 후 가장 낮다. 한화는 "정우람은 계약기간 동안 매 시즌 55경기, 50이닝 이상을 소화하며 꾸준한 활약을 했다"고 밝혔다.

한화 박상원은 '정우람 선배처럼 되고 싶다'고 입버릇처럼 말한다. 선발이 아닌 불펜으로 성공하겠다는 뜻이다. 가을 야구와 프리미어12에서 활약한 조상우를 비롯해 고우석 문경찬, 하재훈 등 리그엔 젊고 새로운 불펜 전문 요원이 부쩍 많아졌다. 이들은 정우람이 닦은 길을 걸으며 '제2의 정우람'을 꿈꾼다.

스포티비뉴스=김건일 기자

관련기사

저작권자 © SPOTV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