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울산 현대와 포항 스틸러스의 동해안 더비는 신경전이 대단하다. 지난달 6일 포항 스틸야드에서 열린 경기에서도 종료 후 시비가 붙었다. ⓒ한국프로축구연맹



[스포티비뉴스=이성필 기자] "다른 경기는 다 져도 되니까 동해안 더비만 이기라고 하네요."

프로축구 K리그1 파이널A 38라운드를 앞두고 가장 긴장하고 있는 팀을 꼽으라면 울산 현대를 1순위로 꼽을 수 있다.

울산은 지난 23일 울산종합운동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1 2019' 파이널A 37라운드에서 전북 현대에 1-1로 비겼다. 이겼다면 우승이 확정됐지만, 비기면서 우승은 최종전으로 미뤄졌다.

울산의 우승 가능성은 높은 편이다. 전북과는 승점 3점 차이다. 12월 1일 포항 스틸러스와 최종전에서 비겨도 우승이다. 이기면 완벽한 정상 정복이다. 하지만, 포항에 패하고 전북이 최종전 상대인 강원FC에 이긴다면 상황에 따라 준우승도 가능하다.
다득점 우선 원칙에 따라 울산이 70골로 71골인 전북에 한 골 뒤져 있다. 실점에서는 울산이 전북보다 3실점 더 많은 35실점이다. 만약 울산이 포항에 0-1로 패하고 전북이 강원에 이긴다면 준우승에 머무르게 된다. 패하더라도 다득점 패배를 해야 전북의 역전 우승을 막는 것이 가능하다.

하지만, 최종전 상대가 포항이라는 것이 마음에 걸린다. 2013년 포항과 최종전에서 경기 전까지 승점 73점으로 1위를 달리고 있었던 울산은 종료 직전 김원일에게 결승골을 내주며 0-1로 패했다. 승점 74점에 도달한 포항의 극적인 우승이었다.

이번에는 상황과 경기 장소가 다르지만, 상대는 똑같다. 경기 날짜까지 같다. 포항은 내년 아시아 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 출전권 획득이 사실상 어려워졌다. 대구가 서울에 이기면 대구의 몫이 된다. 서울이 대구를 이겨도 마찬가지, 서울과 대구가 0-0으로 비기고 포항이 울산을 9-0으로 이겨야 획득 가능한, 상당히 어려운 조건이 만들어졌다.

▲ 두 구단 팬들은 서로를 '승점자판기'라며 놀리는 재미를 자주 보여준다. 지난달 6일 경기에서 포항 스틸러스가 이긴 뒤 팬들이 울산 현대 팬들을 향해 내건 '비웃음' 현수막. ⓒ한국프로축구연맹

여유가 넘치는 팀은 포항이다. 지난 23일 서울전을 3-0으로 이긴 뒤 선수들에게 짧은 휴식을 줬다. 송민규, 박재우 등 어린 선수들에게 기회를 부여했는데 지친 서울을 압도했다.

심리적 부담이 큰 울산을 상대로 포항이 '스틸타카'를 선보인다면 상황은 180도 달라진다. 울산은 전북전에서 마무리가 가능했지만, 해내지 못했다. 소극적인 경기 운영을 하다가 승리를 놓쳤다. 포항전에서 모든 것을 걸어야 한다.

울산을 자극하기 싫은 포항의 한 선수는 스포티비뉴스에 익명을 전제로 "울산의 우승 열망을 모르지 않는다"면서도 "포항 유니폼을 입고 울산의 우승 희생양이 되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자존심의 문제다. 리그 마지막 경기라 체력 문제가 있기는 하지만, 영혼을 불태워 싸울 것이다. 울산의 우승을 막으려는 것이 아니라 포항이 동해안 더비에서 이기는 것이 우선이다"며 치열한 경기를 예고했다.

포항 관계자도 "우리는 느긋한 편이다. 우승은 울산 스스로 결정해야 하는 문제일 것이다. 다만, 팬들이 다른 경기는 다 져도 뭐라고 하지 않을 테니 울산과 동해안 더비는 무조건 이기라고 한다. 이번이 그 경기다"고 전했다. 

포항 팬들의 준비도 만만치 않다. 원정 버스 3대가 움직인다. 울산이 가깝기 때문에 개별 원정 인원까지 염두에 두면 울산종합운동장 남측 관중석을 가득 메웠던 전북 수준은 아니지만, 어느 정도는 충분히 싸우는 힘을 만들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두 구단은 28일 서울 축구회관에서 동해안더비 미디어데이도 갖는다. 자존심 싸움에서 밀리지 않겠다는 의지가 담긴 행사다. 울산이 운명을 스스로 결정하느냐, 포항의 자존심이 꺾이지 않느냐를 지켜보는 흥미로운 한 판이 팬들을 기다리고 있다. 
 

스포티비뉴스=이성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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