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황희찬(오른쪽)
[스포티비뉴스=유현태 기자] '황소' 황희찬이 이젠 여우처럼 상대 수비수들을 농락한다.

잘츠부르크는 28일 오전 5시(한국 시간) 벨기에 헹크 아레나에서 열린 2019-20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E조 조별리그 5차전 헹크와 원정 경기에서 4-1로 이겼다.

팀의 주 득점원 엘링 홀란이 벤치에서 대기한 가운데 잘츠부르크의 공격은 황희찬이 이끌었다. 공격 포인트는 득점 1개로 끝났으나 경기 영향력은 대단했다. 동료들이 집중력을 조금만 더 발휘했다면 도움을 추가할 수도 있었다. 축구 통계 전문 사이트 '후스코어드닷컴'이 8.2점의 높은 평가를 내린 것도 당연했다.

그간 황희찬의 장점은 저돌적인 드리블에 있었다. 폭발적인 스피드와 다부진 체격에서 나오는 몸싸움은 어떤 수비수든 불안하게 했다. 페어질 판 데이크(리버풀), 칼리두 쿨리발리(나폴리)를 당황하게 했던 장면도 바로 황희찬의 돌파 능력 덕분이었다.

헹크전에서도 장점은 똑같았다. 전반 40분 오른쪽 측면에서 페널티박스까지 순식간에 돌파하는 장면은 황희찬의 전매특허와 같았다. 후반 20분에도 수비를 몸싸움에서 제압하고 크로스를 올렸지만 미나미노 다쿠미의 헤딩이 수비수에 걸려 아쉬움을 남겼다.

폭발적인 돌파가 분명한 장점이지만 한계도 있었다. 유럽에선 황희찬 못지 않은 다부진 체격과 속도를 가진 선수들이 있었다. 매번 1대1 돌파에서 이길 순 없다. 장점은 간직한 채 이젠 수비수를 직접 돌파하지 않더라고 위협적인 공격을 하는 법을 배워야 했다. 영리한 플레이가 필요했다는 뜻이다.

이번 헹크전에선 최전방에서 공간을 찾는 눈, 그리고 동료를 활용하는 시야가 돋보였다. 전반 8분 왼쪽 측면으로 돌아뛰며 올려준 크로스는 미나미노 다쿠미가 마무리하지 못했다. 전반 9분에도 파스톤 다카의 헤딩에 맞춰 수비 뒤로 침투했지만 힐킥이 조금 짧았다. 전반 35분 공간으로 침투하며 가슴 트래핑하고 발뒤꿈치로 내준 장면 역시 다카의 마무리가 부정확했다. 공간으로 빠져드는 움직임부터 패스까지 간결하게 연결됐다.

백미는 후반 24분 득점 장면이다. 황희찬은 카스퍼르 더 노러를 농락했다. 공을 직접 건드린 적도 없었고 몸을 부딪히지도 않았다. 황희찬은 홀란의 크로스 전에 더 노러의 뒤로 파고드는 척을 했다. 더 노러는 크로스를 먼저 차단하기 위해 뒤로 움직이며 황희찬의 앞을 지키고 섰는데, 황희찬은 다시 가속하며 더 노러의 앞으로 움직였다. 황희찬은 이른바 '잘라 먹는' 움직임으로 더 노러의 마크를 따돌리고 팀의 3번째 득점을 터뜨렸다.

황희찬이 공을 가지고 있지 않아도 위협적인 선수로 진화한다.

저작권자 © SPOTV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