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영재 ⓒ한국프로축구연맹
[스포티비뉴스=유현태 기자] " 자신 없게 하면 저한테만 손해죠."

파울루 벤투 감독이 오는 12월 11일부터 부산에서 개최되는 2019 EAFF E-1 챔피언십(동아시안컵)에 참가할 한국 축구 대표팀의 23명 선수 명단을 발표했다.

이 가운데 대표팀에 첫 소집된 선수는 이영재(강원FC) 한 명이다. 미드필더 윤일록(제주 유나이티드)은 지난 2017년 11월 E-1 챔피언십 소집 이후 2년여만에, 한승규(전북현대), 김인성(울산현대) 은 작년 12월 아시안컵 소집 훈련 이후 1년여만에 대표팀에 다시 발탁됐다.

첫 대표팀 소집 이후 '스포티비뉴스'와 인터뷰한 이영재는 "사실 다 똑같겠지만 크게 실감이 나지 않는다. 축하 문자가 많이 왔다. 다른 것보다 부모님이 좋아하셔서 기분이 좋다. 유럽파를 제외한 동아시안컵이라곤 해도 국가를 대표해서 뽑힌 것이다. 항상 꿈이지만 멀리 있다고 생각했는데 현실로 다가온 것 같다.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라 얼떨떨한 것 같다. 소집되면 그리고 경기날 드레싱룸에 유니폼이 걸린 것을 보면 실감이 될 것 같다"며 소감을 밝혔다.

휴가를 떠날 12월 대표팀에 소집돼 시즌 마감이 늦어지게 됐다. 이영재는 "선수로서 쉬고 싶을 수도 있었다. 축구 선수들은 12월이 유일하게 쉬는 때라고들 한다. 대표팀에 발탁돼서 가는데, 휴가를 즐길 선수는 없을 것이다. 설레고 긴장되고 그렇다. 휴가를 즐기고 싶은 마음은 없다. 기대는 하지 않았지만 따로 휴가 계획도 하지 않았다"며 대표팀 합류에 설레는 마음을 말했다.

강원 이적 뒤 날개를 달고 펄펄 난 결과 대표팀까지 승선했다. 김병수 감독의 공격적인 스타일에, 이영재의 기술이 더해지면서 후반기 뛰어난 활약을 했다. 강원 이적 전 90경기에서 8골 9도움을 기록했던 이영재는, 강원 이적 이후 12경기 만에 6골과 5도움을 올렸다.

이영재는 "아무래도 감독님의 축구 스타일을 좋아하고 배우려고 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효율적이었던 것 같다. 수비도 많이 강조하시지만 공격에서 알려주신 게 많다. 저희가 공격할 때 포메이션상 좋은 위치에 있다보니 공격 포인트를 많이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김병수 감독이) 공격적으로는 워낙 뛰어나시다. 팀 색깔이 그렇다보니 동료들도 잘 도와주더라. 다른 팀에 있을 때보다 자신감을 많이 실어주시고 있다. 갖고 있는 능력보다 높게 평가하시고 발휘할 수 있도록 밀어주신다"고 말했다.

강원에서 얻은 가장 큰 소득은 역시 자신감이다. 이영재는 "왼발잡이다. 왼발의 장기를 살릴 수 있었다. 프리킥이나 코너킥도 전담해서 차고 있다. 킥도 많이 올라왔다. 마무리 패스라든지 골을 넣는 결정력에서 많이 늘어간 것 같다"면서 기술적인 면도 성장했다고 설명했지만 "자신감이 부쩍 올라갔다. 보통 1,2경기를 못하면 위축되고, 경기력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았는데 강원에 와선 이상하게 한 경기 못해도 자신감이 떨어지지 않았던 것 같다. 금방 페이스를 끌어올리고 향상하고 유지하는 걸 배운 것 같다. 보통 기복이 있는 선수라는 평가를 들었는데 이제 그런 기복이 없어졌다"며 정신적인 면의 성장이 크다고 설명했다.

강원 소속으로 오랜만에 대표팀에 차출됐다. 이영재는 "형들이 많이 축하해주더라. (김)오규 형이 축하해주시고, (한)국영이 형도 축하한다고 하더라. (윤)석영이 형도 다녀왔던 사람으로서 처음에 가면 어떻게 하라고 조언해주더라. (정)조국이 형도 말씀해주셨다. 대신 감독님은 칭찬이 없으신 편이다. 따로 말씀은 없으셨다. 제가 느끼기엔 뽑혔다고 해서 칭찬해주시고 하면 저 개인적으로는 자만할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하신 것 같다. 선수들이나 코칭스태프들이 칭찬해주셔서 따로 말씀하진 않으신 것 같다"며 팀의 축하를 많이 받았다고 설명했다.

A대표 경력이 충분한 동료들의 실질적인 조언도 받았다. 자신감을 잃지 말라는 것이다. 이영재는 "(윤)석영이 형, (한)국영이 형이 대표 선수라는 자리가 무게가 있고 책임감이 있다고 말하더라. 뽑힌 것에 부담이 있겠지만 내가 그만한 능력과 자질이 있기 때문이라고 말을 해줬다. 가서 기죽지 말고 할 수 있는 것, 잘할 수 있는 것을 자신감 있게 하고 오라고 해줬다"고 설명했다. 첫 소집이지만 이미 전 소속 팀에서 안면이 있는 김인성, 김태환(이상 울산 현대), 한승규(전북 현대) 같은 선수들이나, 고등학교 선배인 문선민(전북), 동갑내기 박지수(광저우 에버그란데) 등이 있어 다행이라며 웃었다.

선배들의 말대로 자신 있게 부딪힐 계획이다. 이영재는 "대표팀 경기는 쭉 지켜봤다"면서 "축구 스타일을 보면 강원과 다르긴 하지만 패스를 위주로 하고 점유를 위주로 한다. 축구 스타일을 봐도 그렇다. 백패스보다 전진 패스를 좋아하시는 것 같다. 이번에 처음이지만 적응하면서 벤투 감독님께 장점을 어필할 수 있을 것 같다"며 자신감도 나타냈다.

첫 소집에서 얻고 싶은 것이 적지 않다. 이영재는 A매치 데뷔전을 치르는 것, 강원에서 보여준 장점과 왼발 킥의 경쟁력을 보여주는 것, 완성도 높은 마무리 패스를 뿌리는 것을 목표라고 꼽았다. 그가 보고 배우고 싶은 선배도 있다. 바로 울산 현대의 핵심 미드필더 김보경이다. 이영재는 "김보경의 플레이를 보고 배우고 있다. 저와 똑같이 왼발을 쓰는 선수다. 대표팀에서도 많은 경기를 뛰었다. 이를테면 베테랑이라고 말할 수 있는 선수다. 많이 보고 배우고 싶다"고 말했다.

이영재는 있는 힘껏 부딪힐 생각이다. 목표가 단순히 태극마크를 다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는 "이번이 마지막이 아니라 해외파 합류 뒤에도 경쟁력을 보여주고 싶다. 장기들을 살려서 많이 보여주는 게 득이라고 생각한다. 자신 없게 하면 저한테만 손해"라며 자신감 있게 자신을 보여주겠다고 강조했다.

스포티비뉴스=유현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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