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농구가 아닌 길을 선택했다. 김명진은 사회 초년생으로 배울 게 많다고 했다.
[스포티비뉴스=맹봉주 기자 / 한희재·이강유 영상기자] 은퇴 후 새롭게 출발한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운동 선수들은 보통 은퇴 후 자신이 했던 종목과 관련이 있는 일을 한다. 농구 선수도 다르지 않다. 지도자의 길을 가거나 스킬 트레이너, 농구교실, 3대3 농구 쪽으로 진출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하지만 지난 시즌까지 부산 KT에서 뛰다 은퇴한 김명진(30, 177cm)은 달랐다. 김명진은 선수시절부터 입버릇처럼 "은퇴 후엔 농구와 관련 없는 일을 하겠다"는 말을 했다. 그리고 그 말대로 현재 농구가 아닌 새로운 길을 가고 있다.

2012년 프로농구 신인 드래프트에서 전체 6순위로 KT에 지명된 김명진은 지난 시즌까지 6시즌 간 KT에서만 뛰다 유니폼을 벗었다(2012년 드래프트 전체 1순위는 김시래, 2순위는 최부경).

데뷔 시즌 53경기에 나서며 평균 3.1득점 1.2리바운드 2어시스트 1.1스틸로 가능성을 보였다. 하지만 2번째 시즌 1경기 출전에 그쳤고 그 이후에도 두 시즌 합해 23경기 뛰는데 그쳤다. 지난 시즌 커리어 하이인 3.5득점으로 벤치에서 힘을 불어넣었지만, 시즌 종료 후 은퇴를 결정했다.

은퇴 후 김명진은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농구 쪽 일이 아닌 연예계에 발을 디딘 것.

현재 콴 엔터테인먼트 음반 기획팀에서 일하고 있다. 가수 하하, 별, 스컬, 지조 등이 소속된 회사다.

아직 인턴이라는 김명진은 새로운 일을 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 보단 즐거움이 앞선다고 했다. "역시 내 예상이 맞았다. 농구만 하다 사회에 나오니까 모르는 것 천지였다"는 말도 덧붙였다.

▲ 현역 시절 김명진은 항상 열심히 뛰는 선수였다. 무엇보다 팬 서비스가 좋았다 ⓒ KBL
Q. 은퇴 후 연예계 쪽에서 일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은퇴를 올해 6월에 했다. 최근 들어 연예계 쪽에 관심이 많았다. 어쩌다보니 이쪽 일을 하게 됐다. 현재 엔터테인먼트 회사에서 일한다. 가수들이 음반을 낼 때 필요한 것들을 도와주고 있다.

Q. 은퇴는 언제부터 생각한 건가?

출전 시간이 줄어들면서부터 은퇴 생각은 항상 했다. 구체적인 건 3년 전부터였던 것 같다. 은퇴 후에 무엇을 할지 고민했다. 은퇴하더라도 하고 싶은 플레이를 다하자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은퇴하기 1, 2년 전부터는 마음 편히 자신 있게 했다. FA(자유 계약)가 되면 재계약이 힘들 거라고 예상했다. '부담 없이 하자, 재밌게 하자'고 마음먹으면서 했다. 선수들과 웃으면서 추억도 많이 쌓았다.

Q. 이른 나이의 은퇴다. 많이 아쉬울 것 같은데.

솔직히 지금 몸이 정말 건강하다. 큰 부상이 없었다.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최고 전성기다. 하지만 그동안 못해왔던 결과다. 큰 상처나 충격은 없다. 마지막 시즌 팀의 주축 선수들이 부상을 많이 당했다. 그때 팀에 마이너스만 되지 말자는 생각에 열심히 뛰었다. 좋은 결과도 나왔고 팀은 오래간만에 플레이오프에 올랐다. 마무리를 잘하고 나간 것 같아 기분이 좋다.

Q. 선수 시절부터 "은퇴 후엔 농구와 관계 없는 일을 하고 싶다"고 했다. 그리고 그 말을 지켰다.

맞다. 예전부터 입버릇처럼 달고 살았다. 은퇴하면 농구 말고 다른 일을 하겠다고 했는데, 그 말을 지키고 싶어 주위에 더 말하고 다녔다. 어릴 때부터 쭉 농구만 했다. 남은 인생도 농구만 하기엔 한 번 사는 인생 너무 재미없을 것 같았다. 또 세상 물정을 너무 모르는 것도 싫었다. 농구 선수들은 세상을 보는 시야가 좁다. 그래서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고 싶었다. 막상 나와서 현실에 부딪히니 할 줄 아는 게 없더라. 하지만 운동선수들의 장점은 포기를 잘 못한다는 거다. 시간은 걸리겠지만 배우다보면 무조건 잘 되리라 믿었다. 나에 대한 믿음이 있기 때문에 새로운 일에 도전할 수 있었다. 지금은 정말 즐겁게 일하고 있다.

Q. 현재 일을 하면서 가장 보람을 느낄 때는 언제인가?

가수들이 내 도움을 받을 때 기쁨을 느낀다. 난 그동안 운동하면서 누군가의 서포트만 받았는데 입장이 바뀌었다. 받는 사람이 즐거워하고 기뻐하면 해주는 사람도 똑같은 감정을 느낀다.

Q. 반대로 힘든 점이 있다면?

힘든 점은 크게 없다. 어차피 밖에 나오면 밑바닥부터 시작해야 된다고 생각했다. 현재 인턴이다. 일반인도 군대 다녀오고 대학교 졸업하면 30살 언저리다. 남들 취업할 나이보다 조금 늦었지만, 크게 늦지는 않았다고 생각했다. 어떻게 보면 선수생활을 어정쩡하게 몇 년 더하는 것보다 어린 나이에 새로운 도전을 한 것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다.

▲ 김명진은 긍정적이었다. 새로운 도전이 힘들기 보단 즐겁다며 웃었다.
Q. 운동이 아닌 다른 일을 하는 은퇴선수들 중 대부분은 자신이 했던 종목과 거리를 두는 경우가 많더라. 본인은 어떤가?

지금도 농구는 굉장히 많이 본다. 아직도 즐겁다. KBL, NBA할 것 없이 많이 본다. 선수들의 플레이, 전술이 재밌다. KBL은 내가 아는 선수들이나 잘하는 후배들이 성장한 모습을 보면서 즐거움을 느낀다. NBA에서는 화려한 플레이를 보고 희열을 느낀다. 농구를 끊을 생각은 없다. 앞으로도 계속 농구를 보고 직접 하기도 할 거다. 이제 주업은 회사원이지만, 취미로 농구를 꾸준히 즐길 생각이다.

Q. 김상규, 김현민, 조상열 등과 함께했던 단국대 시절을 기억하는 농구 팬들이 많다.

단국대 시절까지는 겁이 없었다. 젊은 열정에 파이팅이 넘쳤다. 내가 하고 싶은 플레이가 다 됐다. 다듬어지진 않았지만, 자신감 넘친 모습을 팬들이 재밌게 봐준 것 같다.

Q. 지금도 은퇴를 고민하거나 은퇴 후가 걱정인 운동선수들이 많다. 그들에게 조언해주자면?

어릴 때부터 지도자들에게 제일 많이 들은 얘기가 있다. "농구가 인생의 전부는 아니다"는 말이었다. 농구가 인생의 전부는 아니다.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걸 추천한다. 농구선수를 은퇴하면 대부분 지도자나 트레이너, 3대3 선수, 농구교실 등을 한다. 나도 당연히 그런 쪽으로 생각을 많이 했다. 내가 해보지 않은 일을 도전하기엔 겁이 났다. 하지만 운동이라는 세상에만 갇히고 싶지 않았다. 내가 너무 한정적인 인생만 살지는 않았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또 다른 세상에서 색다른 즐거움을 느끼고 싶었다. 조금이라도 더 젊었을 때 새로운 것에 도전에서 세상을 넓을 시야로 보고 즐겼으면 좋겠다.

Q. 프로농구에 남은 후배들에게도 하고 싶은 말이 있을 것 같다.

1군 엔트리에 못 들어가거나 D 리그에서만 뛰고 있는 선수들이 많다. 미련 없이 했으면 좋겠다. 잠깐이라도 보여줘야 하는 부담감 때문에 하고 싶은 플레이의 반의 반도 못하는 경우가 많다. 마음을 편하게 먹고 경기에 임했으면 좋겠다. 물론 노력은 필수다. 또 은퇴에 대한 걱정도 너무 안 했으면 한다. 누구든 타이밍이 있고 기회가 오기 때문이다. 지금은 농구에만 몰두했으면 좋겠다.

Q. 앞으로 계획과 목표는 무엇인가?

일단 현재 일에 열심히 집중할 계획이다. 이 일을 얼마나 할지 모르지만 끝까지 가보고 싶다. 또 앞으로 운동하는 후배들의 장래나 진로 걱정에 조금이라도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스포티비뉴스=맹봉주 기자 / 한희재·이강유 영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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