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천 유상철 감독(왼쪽), 경남 김종부 감독 ⓒ한국프로축구연맹
[스포티비뉴스=김도곤 기자] 결승 매치가 즐비한 K리그1 마지막 라운드, 또 다른 결승 매치가 있다.

K리그 마지막 라운드는 결승 매치가 넘친다. 울산과 전북의 우승을 놓고 다투는 마지막 경기가 있다. 울산은 홈으로 포항, 전북은 홈으로 강원을 부른다. 울산이 승점 3점 차이로 앞서 있어 유리한 상황이다. 비겨도 우승이다. 반면 전북은 강원을 무조건 꺾고 포항이 울산을 잡아 주길 바라야 한다. 그리고 다득점을 따져야 한다.

대구에서는 대구와 서울이 ACL 진출 티켓을 놓고 맞대결을 펼친다. 서울이 승점 55점으로 3위, 대구가 승점 54점으로 4위다. 대구는 무조건 서울을 잡아야 한다.

그리고 이들의 경기가 펼쳐지기 하루 전 또 하나의 결승전이 있다. 인천과 경남이다.

인천 유나이티드와 경남 FC는 30일 오후 3시 창원축구센터에서 시즌 마지막 경기를 치른다. 아이러니하게도 두 팀 중 한 팀은 시즌 마지막 경기가 될 수 있지만, 나머지 한 팀은 두 경기가 늘어날 수 있다.

인천은 승점 33점으로 10위, 경남은 승점 32위로 11위다. 11위는 승강 플레이오프로 떨어진다. 안양-부산의 승격 플레이오프 승리 팀과 K리그1 잔류를 놓고 다툰다. 즉 인천과 경남의 경기는 단두대 매치다.

인천이 유리한 상황이다. 비겨도 10위를 확정한다. 하지만 절대 안심하지 않는다. 37라운드 상주에 2-0으로 이긴 경기 후 인천 유상철 감독은 "비겨야 하는 경기가 가장 어려운 경기다"고 선수들에게 강조했다.

인천은 동기부여가 확실하다. 지난달 19일 성남에 1-0으로 승리한 경기에서 선수들은 물론 이천수 전력강화실장이 눈물을 보였다. 유 감독은 "선수들이 강등권에 있다가 이겨 가슴 안에 있던 무언가 나온 것 같다"고 설명했지만 단순히 이겨서 흘린 기쁨의 눈물이라 하기에는 너무 서글프게 울었다.

경기 중 유 감독의 몸 상태가 눈에 띄게 좋지 않은 것이 보였고 곧 건강 악화설이 돌았다. 소문은 사실이었다. 유 감독은 지난 19일 구단 채널을 통해 췌장암 4기라고 밝혔다.

유 감독은 "날 위해서가 아닌 팬들을 위해 뛰어달라"고 주문했다. 선수들은 유 감독의 말대로 팬들을 위해 뛰었고, 또 유 감독을 위해 뛰었다. 상주전 후 선수들 모두 입을 모아 "팬분들은 물론, 감독님을 위해 뛰었다"고 밝혔다. 감독이 아픈 몸을 이끌고 팀과 끝까지 함께 하면서 선수들 역시 확실한 동기부여가 생겼다.

이천수 전력강화실장도 분위기를 다잡았다. 성남전 하루 전이 유 감독의 생일이었다. 이때까지 이 실장을 비롯한 소수만 유감독의 병을 알고 있었다. 선수들도 몰랐다. 관계자에 따르면 선수들이 마련한 생일 파티가 끝난 후 유 감독이 자리를 뜨자 이 실장은 선수들에게 "내일 경기 못 하면 평생 후회할 일 생긴다. 정말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전반이 끝난 후 선수들이 유 감독의 상태를 알게 됐고, 눈물의 승리를 선물했다. 이후 제주에 발목이 잡히긴 했지만 인천은 수원과 1-1 무승부, 상주에 2-0 승리를 거두며 잔류 싸움에 유리한 위치로 갔다.

▲ 인천(위), 경남 ⓒ한국프로축구연맹
인천에 많은 관심이 쏠리고 있지만 경남이 다른 팀을 볼 상황은 아니다. 무조건 이겨야 한다. 인천은 무승부와 승리라는 두 가지 선택지가 있지만 경남은 '승리' 딱 하나 뿐이다.

경남은 지난 시즌 2위를 차지하는 이변을 일으키며 ACL에 진출했다. 구단 역사상 첫 ACL이었으나 결과는 좋지 않았다. 조별리그에서 탈락했고 리그에서 부진도 심각했다.

괴물 공격수 말컹이 중국으로 떠난 공백을 메우지 못했다. 새 외국인 선수 조던 머치는 중도 하차했고, 지난 시즌 말컹과 함께 활약한 네게바는 부상으로 계약을 해지했다. 성적은 떨어지기 시작했고 하위권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여름 이적시장에서 '소양강 폭격기' 제리치를 강원에서 영입했다. 제리치는 경남 이적 후 리그에서만 9골을 몰아넣으며 기대를 충족시켰다. 하지만 경남은 여전히 반등하지 못했고, 마지막까지 잔류 싸움을 하게 됐다.

경남에 희망적인 것은 단두대 매치를 홈에서 치른다는 점이다. 인천이 원정대 버스만 16대를 구해 와 응원에서 맞불을 놓을 것으로 보이지만 홈에서 치르는 경기는 확실히 이점이 있다. 또 파이널 라운드에서 딱 한 경기(상주전 0-1패)만 졌을 정도로 경기력이 올라왔다. 경남도 충분히 막판 뒤집기를 할 수 있는 상황이다.

이제 딱 한 경기로 K리그1 잔류 마지막 주인공이 가려진다. '너를 잡아야 내가 사는' 단두대 매치가 파이널 라운드 B그룹의 마지막을 수놓는다.

스포티비뉴스=김도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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