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캠프 막바지에 돈을 모아 코치들에게 감사를 표현한 SK 투수들 ⓒ김태우 기자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SK의 호주 캔버라 유망주 캠프에 참가한 최상덕 투수코치와 제춘모 투수코치는 야간훈련을 앞두고 경기장에 나갈 채비를 하는 중이었다. 보통 코치들은 선수들보다 일찍 숙소를 떠나 경기장 정비 등 훈련 준비를 한다. 평상시와 다를 것은 없었다. 

그런데 캔버라 캠프 종료를 앞둔 어느 하루는 달랐다. 선수들이 삼삼오오 모이기 시작하더니 코치들에 앞서 훈련 채비를 마쳤다. 손에 들려 있는 것도 특별했다. 평소 글러브 하나를 들고 야간 훈련에 나가는 투수들이었지만, 이날은 운동화 두 켤레가 함께했다. 코치들에게 줄 선물이었다.

갑작스러운 신발 선물에 두 코치가 놀란 것은 당연한 일. 그러나 이내 선수들의 마음을 알고 제대로 말을 잇지 못했다. 조금씩 돈을 모은 선수들은 휴식일 중 근교 쇼핑몰을 찾아 몰래 코치들을 위한 선물을 샀다. 이 이벤트를 이끈 김주한은 “마무리 캠프때 코치님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작은 선물로 표현하는 것은 선배들부터 이어진 SK 투수들의 전통”이라면서 “항상 고생하는 코치님들께 우리의 마음이 잘 전해졌으면 했다”고 취지를 설명했다.

사실 빡빡한 일정으로 이어진 캠프였다. 5일 훈련에 하루 휴식으로 훈련 일정을 짰다. 캔버라 캠프 전체를 통틀어서도 휴식일은 3일 뿐이었다. 강도도 높았다. 야간 훈련은 매일 오후 10시 넘어서까지 이어지곤 했다. 이런 힘든 일정에서 선수들이 버틸 수 있었던 것은 코칭스태프의 공이 컸다. 억지로 밀어붙이는 것보다는 선수들이 무엇을 해야 할지, 그리고 그것을 하면 어떤 기대 효과가 있을지 충분히 공감을 하며 앞으로 나아간 덕이다.

최상덕 제춘모 코치는 근엄한 성격과 다소 거리가 있다. 오히려 선수들에게 먼저 농담을 던지며 적극적으로 소통하는 지도자다. 그렇다고 마냥 분위기만 즐겁게 하는 것은 아니다. 선수들에게 가장 좋은 것이 무엇일까 끊임없이 고민한다. 게다가 최 코치는 새로 1군 메인 코치가 됐고, 올해 2군에 있던 제 코치는 1군 첫 승격이다. 주축 투수들이 전열에서 이탈한 가운데 두 코치 모두 막중한 부담감 속에 캠프를 진행한 셈이다. 선수들도 그것을 모르지 않았다. 

두 코치의 열성적인 지도 속에 선수들은 이번 캠프에서 기량 향상을 이어 갈 수 있었다고 입을 모은다. 이원준은 코치들과 계속 의사소통을 하며 가장 힘을 잘 쓸 수 있는 팔각도를 찾았다. 김주한과 김찬호는 “코치님들이 폼을 간결하게 다듬어주셨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다른 투수들도 폼과 밸런스, 그리고 구종에서 많은 조언을 구하며 이번 캠프에 임했다. 그 결과 모든 투수들이 “내년을 앞두고 큰 자신감을 얻었다”고 강조했다. 

선수들의 선물에 고마워한 최 코치는 “이번 유망주 캠프에 참가한 선수들이 대부분 어린 선수인데, 생각지도 못한 선물을 받고 깜짝 놀랐다”면서 “조금 더 열심히 지도해 달라는 의미라 여기고 어린 선수들이 발전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SK 마운드는 전력 공백을 끈끈한 의지로 채워나가고 있었다.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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