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준우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김건일 기자] 전준우(33)는 리그에서 몇 안 되는 우타 외야수로 3할 타율과 20홈런을 꾸준히 넘길 수 있는 강타자다. 지난해 외야수 골든글러브를 받았고 올 시즌에도 22홈런, 타율 0.301로 활약했다. 전준우가 쌓은 대체 선수 대비 승리기여도(WAR)는 4.24로 리그 야수 중 12위이자 팀 내 1위다.

하지만 수비 승리기여도(WAA)가 -2.076에 불과하다. 리그 좌익수 중 최하위다. 승리기여도 대부분을 공격에서 쌓았다는 뜻이다. 바꿔 말하면 전준우가 외야 수비를 하지 않는다면 팀에 더 많은 승리를 안길 수 있다는 계산이 선다.

올 시즌 롯데가 선발 기용한 1루수는 모두 9명. 이 가운데 가장 많은 수비 이닝을 기록한 채태인은 2차 드래프트를 통해 SK로 이적했다. 문규현은 은퇴했고 제이콥 윌슨은 재계약하지 않았다. 1루수는 현재 포수 못지않게 보강하기가 어려운 포지션이다. 외국인 선수 카드는 유격수에 활용했다.

FA 시장엔 1루수가 가능한 안치홍이 있고 트레이드도 열려 있다. 그러나 보상 선수 등 선수 유출이 불가피하다는 점이 부담이다. 롯데는 최대한 내부에서 대안을 찾고자 했고 새 프런트는 내부적으로 전준우를 1루수로 옮길 가능성을 검토했다. 내야수 고승민과 강로한의 외야 이동이 포석이었다. 두 선수의 외야 변신은 성공적이다. 강로한은 교육 리그와 마무리 훈련에서 중견수로 호평받았고, 고승민도 질롱코리아에서 외야수로 실전 경기에 나서며 안정적인 수비를 하고 있다. 허일에 2차 드래프트로 SK에서 데려온 최민재도 있다. 무주공산인 1루수에 전준우가 자리 잡고 발 빠른 선수가 외야를 지킨다면 공격력은 유지하면서 수비는 강화된다는 결론이 자연스럽게 만들어진다.

코너 외야를 맡다가 1루수로 전향한 사례는 흔하다. 김주찬을 비롯해 김현수 등 오랫동안 좌익수를 보다가 1루수로 전환을 시도한 선수들이 여럿이다. 메이저리그에서도 홈런왕 크리스 데이비스가 좌익수에서 1루수로 포지션을 바꿨으며 LA 다저스 작 피더슨도 외야를 보다가 올 시즌부터 1루수를 맡았다. 전준우는 3루수 출신으로 땅볼 처리가 낯설지 않다. 팀에 대한 애정과 프로 정신은 선수 중에서도 으뜸으로 평가받는다.

물론 롯데가 전준우를 잡았을 때 그릴 수 있는 시나리오다. 롯데로선 전준우의 공격력을 필요로 하고 전준우도 롯데 잔류를 원하고 있다. 하지만 외야수가 아닌 1루수 또는 지명타자라면 구단이 판단하는 선수 가치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 전준우 측에선 "작은 야구장을 홈으로 쓰는 구단이라면 전준우의 외야 수비력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주장하면서 여러 가능성을 열어 뒀다. 롯데는 포수 FA를 놓쳤을 때 발 빠르게 트레이드에 나선 만큼 다른 대안들도 마련해 두겠다는 방침이다.

스포티비뉴스=김건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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