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위를 확정해 기뻐하는 서울 선수들과 주저 앉은 세징야(오른쪽 아래) ⓒ한국프로축구연맹
[스포티비뉴스=대구, 유현태 기자] 한 시즌 농사를 잘 지으려면 특색 있는 경기력은 필수다. 하지만 때로 경기 내용보다 결과가 더 중요한 경기가 있다. 

대구FC와 FC서울이 1일 DGB대구은행파크에서 치른 하나원큐 K리그1 2019 38라운드가 바로 그랬다. 경기 내용이 어떻든 결과만 잡는다면 모든 것이 용서될 수 있는 경기였다.

2020시즌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 출전권을 따내려면 3위를 확보해야 했다. 서울은 승점 55점으로 3위, 대구는 승점 54점으로 4위를 달리고 있었다. 마치 드라마처럼 시즌 마지막 경기에서 두 팀의 운명이 갈리게 됐다. 대구는 홈에서 반드시 이겨야 했고, 서울은 무승부 이상을 거둬 자력으로 ACL에 복귀하는 것을 노렸다.

조금 더 급한 쪽은 대구였다. 서울은 수비를 먼저 단단하게 쌓으면서 이를 역이용하려고 했다. 경기 전 서울 최용수 감독은 "주세종은 전략적으로 뺐다. 전반전 난타전이 벌어지고 공격적으로 대구가 나설 수 있을 것 같다. 오늘은 에너지 넘치는 선수가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기술적인 능력과 공격 전개에 강점이 있는 주세종을 대신해, 신체 조건이 뛰어나고 다부진 오스마르를 선발로 기용했다. 치열한 경기 양상을 예상했기 때문이다.

서울은 수비적으로 물러섰다. 점유율에서 42-58로 대구에 크게 밀렸지만, 대구가 세밀한 패스 플레이를 보여줄 수 있는 여유를 주지 않았다. 중원부터 강하게 압박했다. 대구는 전반전 슈팅이 하나도 없었고, 후반전에도 4개 슈팅을 시도했을 뿐이었다. 대구가 김선민, 박기동, 신창무까지 공격적인 카드를 연이어 꺼냈지만 서울은 여전히 잘 버텼다.

최 감독의 실리적인 전술 대응이 적중한 것이다. 경기 뒤 기자회견에서 최 감독은 "훈련의 포인트는 선 수비, 후 역습을 강조했다. 페시치, 고요한처럼 몸 상태가 안 좋은 선수들, 주세종까지 후반전에 활용할 생각을 했다. 세징야, 김대원, 에드가는 경기 흐름을 바꿀 수 있는 선수다. 협력 수비로, 수비 라인을 조금 내려놨다"고 설명했다.

약간의 운도 서울 쪽으로 웃었다. 안드레 감독은 "가벼운 선수들, 기술 있는 선수들이 많다. 잔디가 많이 젖어 있으면 공을 다루기가 쉽지 않다" 날씨를 하나의 변수로 꼽았다. 대구엔 김대원, 정승원, 김선민 등 작고 빠른 선수들이 많다. 이것이 장점이 되기도 하지만, 물기가 많은 잔디에서 공의 속도가 빨라지고 미끄러지는 장면이 많이 나오면 몸싸움을 벌여야 할 일이 많다. 서울은 오스마르를 수비형 미드필더로 기용하는 등 장신 선수를 여럿 배치해 치열한 몸싸움으로 경기 주도권 싸움을 벌였다.

원하는 바는 같았고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 준비했다. 하지만 때론 결과가 모든 것을 설명할 때도 있다. 최근 고전을 면치 못하던 서울은 ACL 출전권을 따냈고, 대구는 상위 스플릿 진출이란 소기의 성과를 거둔 것에 만족해야 했다.

스포티비뉴스=대구, 유현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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