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타격 가능성에서 높은 평가를 받는 최준우는 내년 1군의 벽에 재도전한다 ⓒSK와이번스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SK 호주 캔버라 유망주 캠프 당시 SK 코치들은 한 선수의 집요한 질문에 답변을 내놓기 바빴다. 때로는 기본적인 것, 때로는 고차원적인 것을 묻는 이 선수의 얼굴에는 진지라는 단어가 묻어있었다. 

코치들은 “악동이다”라고 몸서리치면서도 내심 흐뭇했다. 선수에 대한 애정이 더 생기는 계기가 됐다. 정수성 코치는 “자꾸 와서 묻길래, 내가 다른 선수보다 이 선수에게 신경을 써주지 못한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까지 들어 지금까지의 훈련 일정을 다 살폈을 정도”라고 웃었다. 이처럼 밤낮으로 코치들을 괴롭힌 선수는 바로 3년차 내야수 최준우(20)였다. 

최준우는 이번 캔버라 캠프에서 가장 성실하게 훈련을 소화한 선수로 뽑힌다. 단순히 훈련에만 그치지 않았다. 많이 묻고, 머리에 많이 채워 넣었다. 최준우는 “타격은 박재상 코치님, 주루는 정수성 코치님을 많이 찾아갔다”면서 “사실 코치님들을 많이 괴롭힌 것 같기는 하다”고 미소 지었다. 

배우려는 의지는 냉정한 현실 인식에서 나왔다. 타격에서는 이미 높은 평가를 받고 있었던 최준우는 올해 퓨처스리그(2군) 67경기에서도 타율 0.335를 기록했다. 그 기세를 몰아 그토록 그리던 1군에 올라갔다. 초반에는 안타를 곧잘 치는 등 큰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경험과 기량 모두 부족했다. 점차 방망이가 죽더니, 결국 1군 15경기에서 타율 0.212의 성적으로 시즌을 마쳤다.

2군에서의 성공에 내심 자신감이 있었던 최준우에게는 큰 자극이었다. 최준우는 “어느 정도 준비가 됐다고 생각했는데, 1군에 가서 생각해보니 많이 부족했던 것 같다. 처음에는 나에게 화가 많이 났다. 부족한 것이 너무 많았다”고 입술을 깨물면서 “유지하는 방법을 몰랐던 것 같다. 잘 맞았을 때가 있었는데 갑자기 떨어져 버렸다. 다시 포인트를 찾지도 못했고, 안 좋아지니 마음만 급해졌다. 자신감을 얻기보다는 아쉬웠던 것이 많았다”고 돌아봤다.

최준우는 ‘화풀이’ 대상으로 이번 캔버라 캠프를 지목했다. 다시 1군에 올라갔을 때는 스스로에게 ‘화’가 나지 않도록, 더 철저하게 준비한다는 각오로 호주에 갔다. 최준우는 “2군에서 할 때와 1군에서 할 때가 다르다. 1군은 긴장도 많이 된다. 그런데 내가 잡혀 있는 기본이 없으니 불안한 게 많았던 것이다”면서 “1군에서 느꼈던 부족한 점을 위주로 훈련을 했다”고 설명했다.

콘택트에 장점이 있는 선수라고 했다. 주위에서 그런 칭찬이 쏟아졌고, 스스로도 그런 생각을 안 했다면 거짓말이다. 그러나 1군의 벽을 느낀 뒤 그런 자만심을 싹 지웠다. 스윙부터 다시 시작했다. 최준우는 “V자 스윙 형태였는데 바꿨다. 임팩트에 더 신경을 써서 방망이가 그대로 돌아가도록 하고 있는데 이게 더 좋은 것 같다. 공을 쳐서 날려 보내야 하는데, 지금까지는 궤도로 치는 느낌이 있었다. 지금은 공을 때리고 있는 것 같다”고 만족스러워했다.

사실 긴장은 1군에서만 느낀 게 아니다. 캔버라 캠프에서도 치열한 경쟁을 확인했다. SK는 중앙 내야가 약하다. 자연히 이번 캔버라 캠프에서도 중앙 내야수 자원들에게 큰 관심이 쏟아졌다. 최준우는 자신과 동등한 기회를 얻고 있는 동료들의 성장세를 누구보다 가까이서 확인했다. 최준우도 “경쟁 구도가 보인다”고 했다.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 할 수 있는 것은 최선을 다하고 선택을 기다리는 것뿐이다.

최준우는 “아무래도 장점인 타격을 많이 보여드려야 하지만, 수비를 포기할 수는 없다. 스로잉을 간결하게 바꾸면서 자신감이 붙은 것 같다. 주루도 스킵 동작과 도루 쪽에서 많이 여쭤봤다. 경쟁력을 만들려면 도루도 좀 더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면서 “12~1월에도 (유)서준이형과 기본기 위주로 철저히, 그리고 자주 훈련을 하기로 했다”고 다짐했다. 

두 번 실패는 없다는 각오로 내년을 바라본다. 최준우는 “하나씩 고쳐가니까 재밌었던 것 같다. 힘든데 배워가는 게 많아서 굉장히 설렌다”고 캔버라 캠프를 총평하면서 “올해 1군에서 실패하면서 부족한 점을 알았다. 내년에는 똑같은 실패를 반복하지 않겠다. 많이 운동해왔던 것들을 믿고 해보고 싶다”고 다부지게 말했다.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는 것을 믿는 이 캔버라 캠프의 악동이 1군의 벽에 다시 도전할 준비를 마쳤다.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저작권자 © SPOTV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