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일 서울 KBS아레나에서 열린 2019 유소년 야구 클리닉 '빛을 나누는 날'에서 이대호가 유소년 야구 선수들에게 사인을 하고 있다.

[스포티비뉴스=화곡동, 김건일 기자] "우와! 롯데네."

한 유소년 야구 선수가 롯데 로고가 그려진 야구공을 사인을 해달라며 건네자 이대호가 놀라워했다. 얼어있던 아이는 히죽 웃었다.

3일 서울 강서구 화곡동 KBS아레나에서 열린 프로야구선수협 주최 '2019 유소년야구클리닉' 마지막 코너로 진행된 팬 사인회에서 이대호는 활짝 웃는 얼굴로 어린 팬들을 만났다.

이대호라는 이름. 덩치, 인상에 경직됐던 어린 야구 팬들은 예상 밖 이대호의 다정다감한 말투에 긴장을 풀었다. 사인에 사진 촬영, 그리고 대화까지 계속된 요구에도 이대호의 입꼬리는 내려가지 않았다.

이대호에게 사인을 받은 한 유소년 야구 선수는 "TV로는 무서웠는데 생각했던 것보다 무섭지 않았다"고 발그레 웃었다.

KBO리그는 팬 서비스가 부족하다는 지적에 시달려 왔다. 선수들이 팬들의 사인 요구나 인사를 외면하는 영상이나 사진 또는 제보가 이어졌고, 해당 문제가 공론화되기까지 이르렀다. 이대호는 지난 8월 23일 2008년 베이징올림픽을 기념하는 '야구의 날' 팬 사인회에 나타나지 않아 비난의 중심에 섰다. 게다가 선수협 회장이라는 지위가 비난 정도를 키웠다.

이대호는 이날 행사 전날인 2일 2019년 선수협 총회에서 "책임을 통감하고 있다"며 "야구장 밖에서 선수들과 팬들이 함께하는 행사가 많아져야 한다는 데 많은 선수가 공감하고 있다"고 개선 의지를 보였다.

▲ 3일 서울 KBS아레나에서 열린 2019 유소년 야구 클리닉 '빛을 나누는 날'에서 행사에 참석한 KBO 선수들이 유소년 야구 선수들에게 사인을 하고 있다.

이날 팬 사인회엔 이대호뿐만 아니라 행사에 참여한 선수 30명 모두가 팬들과 밝은 얼굴로 만났다. 오전 11시에 시작해 쉬는 시간 없이 저녁 5시까지 이어진 긴 행사였는데도 피곤한 내색을 하지 않았다. 유소년 선수들부터 학부모들까지 사인 줄이 가장 길었던 롯데 외야수 민병헌은 행사가 끝나고도 마지막 남은 한 명까지 챙기고서야 자리를 떴다.

삼성 원태인은 "나도 (어렸을 때) 프로 선수들이 와서 같이 운동하면 기억에 많이 남았다"며 "나 또한 어린 친구들에게 추억을 쌓게 해주고 싶었다. 그래서 말도 많이 걸고, 하나라도 더 알려주고 싶었다. 내가 이 무대에 왔으니, 나중에 저 친구들도 이 무대에 와서 얘기 나누면 의미 있지 않을까 싶다"고 웃었다.

스포티비뉴스=화곡동, 김건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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