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대 전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을 만들어가고 있는 SK 김찬호 ⓒSK와이번스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2군 성적은 좋았다. 그러나 한계는 스스로가 느끼고 있었다. 1군에서 자리를 잡으려면 뭔가의 전기가 필요했다. 그 필요성을 절실히 곱씹는 순간, 머리를 깎을 시기가 찾아왔다. 

김찬호(22·SK)는 입대 전 퓨처스팀(2군) 마운드의 기대주였다. 공이 빠르지는 않지만, 구속 이상의 무언가가 있었다. 공을 잘 숨기는데다 공 끝도 좋았다. 주무기인 슬라이더는 당장 1군에서도 통한다는 평가였다. 그런 호평 속에 퓨처스팀 코칭스태프는 그를 마무리 투수로 밀어줬다. 세이브도 곧잘 쌓았다. 하지만 2017년 1군 5경기에서는 평균자책점 11.81에 그쳤다. 1군에 자리를 잡기에는 많은 점에서 모자랐다.

그때 합격 통지서가 날아왔다. 다행히도 국군체육부대(상무)에서 야구를 하며 군 복무를 마칠 수 있는 기회가 왔다. 하지만 그 좋은 기회를 돌아보는 김찬호는 “아쉬움이 많았다”고 털어놨다. 김찬호는 “훈련소에 들어가면서부터 아팠다. 군대를 간다는 생각에 운동을 등한시했던 것 같다. 첫 시즌에는 밸런스가 하나도 안 맞았다. 구속도 안 올라왔다”고 후회했다.

그나마 2018년에는 몸이 나아져 퓨처스리그 35경기에 나갔다. 하지만 가장 좋을 때의 폼은 찾지 못한 채 전역을 맞이했다. 남들은 다 환호하며 전역 신고를 할 때, 김찬호는 뭔가의 찜찜함과 함께 거수경례를 할 수밖에 없었다. 김찬호는 “그래도 올해는 작년보다 괜찮았는데 그때도 좋은 건 아니었다”고 했다. 그래서 그럴까. 부대 정문을 나서면서, 김찬호는 “이것저것 다 바꿔보자”는 결심을 했다.

김찬호는 “그전에는 폼도 크고, 불필요한 동작이 많았다. 피칭도 많이 못했다. 조금 많이 던지면 헥헥 거리고 그랬다”고 고백했다. 선천적으로 마른 체질에 폼까지 크니 에너지 소모가 많았던 셈이다. 그런 김찬호에게 제대 후 1군 나들이는 큰 도움이 됐다. 포스트시즌을 앞두고 1군 선수들의 스파링 파트너가 된 김찬호에게 투수코치들은 “폼을 바꿨으면 좋겠다”고 권유했다. 변화가 필요했던 김찬호가 원하던 바였다. 망설임 없이 고개를 끄떡였다.

그런 김찬호에게 호주 캔버라 유망주 캠프는 ‘변신’의 과정이었다. 일단 폼부터 교정했다. 최상덕 투수코치가 도왔다. 전체적으로 컸던 폼이 간결해졌다. 김찬호는 “지금까지 해왔던 것을 다 바꾸는 중인데, 공을 던지는 것부터가 편하다. 힘도 가볍게 들어가는 느낌”이라면서 “슬라이더 각은 비슷한데 제구를 하기가 더 쉬워졌다. 패스트볼·변화구 모두 제구가 편한 느낌이다”고 웃었다.

폼 교정 중이라 당장의 욕심은 내지 않는다. 김찬호는 “내년 중반 1군에 가는 게 목표”라고 먼저 말했다. 멀리 보기에, 계획도 많다. 김찬호는 “몸을 불리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는데 살이 안 찌는 체질”이라고 고민을 드러내면서도 “연습을 많이 해야 한다. 아직은 한참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캠프가 끝난 이후에도 쉬지 않고 운동을 할 생각”이라고 의욕을 다졌다.

완전한 변신까지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는 아직 모른다. 지금 목표대로 반 시즌이 될 수도 있고, 1년, 어쩌면 그 이상의 시간이 걸릴 수도 있다. 이제 군대라는 도피처도 사라진 선수로서는 조바심이 들 수도 있다. 그러나 1막의 자기 모습으로는 1군에 가기 어렵다는 것을 안다. 바꿔야 살 수 있다. 김찬호는 자신의 2막이 1막과는 완전히 다를 것이라 스스로를 채찍질하고 있다. 

김찬호는 “어느 보직이든 던질 수 있도록 준비를 해야 한다. 입대 전에는 너무 투피치였다. 중요한 순간에 2S를 잡아두고 실투가 많았다. 체인지업과 포크볼을 다 연습하고 있다. 둘 중에 더 좋은 것을 장착해보려고 한다”면서 “1군에 올라갈 때는 팬들에게 실망을 드리지 않을 실력을 갖추는 게 목표”라고 각오를 드러냈다. SK는 그 변신의 완성을 기다리고 있다.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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