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선수협은 4년의 FA 재자격연한이 폐지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고유라 기자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이대호 프로야구선수협(선수협) 회장은 2일 선수협 총회 직후 취재진과 만나 KBO 이사회가 제안한 프리에이전트(FA) 개선안을 ‘조건부 승인’한다고 밝혔다.

전체 투표 결과 과반이 넘는 선수들이 이사회 안에 찬성했다. 다만 샐러리캡의 구체적인 안이 없어 ‘조건부’가 붙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다소 흥분하며 아쉬움을 토로한 지점도 있었다. 이 회장은 “FA 재취득연한 4년은 (이사회에서) 논의가 아예 없었다고 하더라. 부탁을 드렸는데 서운한 부분이 있다”고 콕 집어 말했다. 오히려 샐러리캡보다 더 강경했다.

선수들은 매년 등록일수를 채운다는 가정 하에 고졸은 9년, 대졸은 8년을 뛰어야 프리에이전트(FA) 자격을 취득할 수 있다. 선수협은 줄곧 이 기간이 너무 길다는 의견을 내세웠다. 이사회도 이런 의견을 수용했다. 제도가 바뀌면 취득연한이 1년씩 줄어든다. 타 리그에 비하면 아직은 길지만, 그래도 1년을 줄인 것 자체가 진일보했다는 평가다.

그런데 FA를 하고 나서도 하나의 족쇄에 묶인다. 현행 규정상 FA 자격을 행사하면 4년이 지나야 다시 FA 자격을 획득할 수 있다. 그것도 역시 등록일수를 채워야 한다. 선수협은 줄곧 이 규정을 폐지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래야 계약이 자유로워지고, 그만큼 이동도 자유로워질 수 있다는 논리다. 그러나 이사회는 요지부동이었다.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일부 구단의 경우 재취득연한 완화 혹은 폐지에 대해 긍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했다. 그러나 현실은 달랐다. 이사회는커녕 단장들이 모이는 실행위원회에서도 안건이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 구단 단장 또한 “이번 제도 개선안 회의 당시에는 논의가 되지 않았다”고 확인했다. 논의조차 없었다는 것에 대해 선수들이 실망한 것이다.

재취득연한이 사라지면 선수들은 운신의 폭이 넓어진다. 메이저리그(MLB) 선수들이 그렇다. 시장 상황에 따라 단년 계약으로 나중을 바라볼 수 있다. 올해 시카고 화이트삭스와 4년 7300만 달러 대형 계약을 한 포수 야스마니 그랜달은 지난해 FA 당시 시장 여건이 좋지 않았다. 결국 1+1년 계약을 맺고 올해를 별렀다. 재수를 한 셈인데, 어쨌든 성공했다. 현재 KBO리그에서는 불가능한 그림이다. 

올해 FA 자격을 얻은 안치홍을 예로 들어보자. 그간 뛰어난 공격력을 갖춘 2루수로 평가받았지만, FA 시즌을 앞둔 올해 성적이 썩 좋지 않았다. 수비에서도 물음표가 붙었다. 그러나 내년에 만 30세가 되는 선수다. 아직은 반등할 여지가 있다. 자신의 기량에 자신이 있다면 단기 계약을 맺은 뒤 나중을 기다려도 된다. 하지만 지금 구조에서는 계약하면 그 팀에 최소 4년을 남아야 한다. MLB처럼 계약의 묘가 부족한 결정적인 이유다.

선수협은 재취득연한 4년이 폐지되어야 자유로운 이동이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구단도 이를 모르지 않는다. 그러나 구단이 가지고 있는, 보류권이라는 일종의 ‘기득권’을 내려놓기가 쉽지 않다. 특히 현행처럼 계약금 비중이 큰 상황에서 젊은 선수들의 경우 구단이 큰 지출을 감수해야 한다는 위기의식도 있다.

그러나 재자격연한이 폐지되면 구단도 얻는 이득이 있다. 4년을 보유하기 부담스러운 어중간한 나이의 베테랑 선수들의 경우 1년 단기 계약을 통해 징검다리 몫을 맡길 수도 있다. 현행 제도에서 FA 계약을 하면 그 후의 정리가 부담스러운 경우도 적지 않은데 깔끔한 계산이 가능하다. FA 신규 취득 연령대가 MLB보다 높은 KBO라면 더 그렇다. 4년 계약이 고착화되면서 구단의 발이 묶이는 부작용이 없었다고 할 수도 없다.

한편으로는 시장에 FA 선수들이 많아지면서 얻는 효과도 있다. 다양한 계약 방식으로 구단의 지출 계획을 세울 수 있다는 점 또한 부수적인 효과로 거론된다. 다만 구단의 부담을 덜기 위해서는 계약금 비중을 낮춰야 한다는 이야기도 설득력이 있다. 지금의 FA 계약은 계약금 비중이 높아도 너무 높다. 전체 총액의 20~30% 아래로 낮춘다면, 구단도 다시 계산을 해볼 수 있는 구조가 될 수 있다.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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