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지현
[스포티비뉴스=유현태 기자] 27경기 출전에 10골과 1도움. 김지현은 빛나는 기록을 쌓고도 강원FC가 고맙다고, 김병수 감독에게 감사하다고 말했다. 강원 특유의 세밀하면서도 유기적인 패스 플레이를 의미하는 '병수볼'이 있었기에 지금처럼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강원은 이번 시즌 가장 뜨거운 화제를 몰고 왔다. K리그에서 전술로 관심을 받는 드문 일도 벌어졌다. 그 핵심에 선 인물은 역시 김병수 감독. 김 감독 체제에서 이제 1시즌 하고 절반 정도다. 이제 첫 발을 뗀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그리고 김지현은 프로에 데뷔하고 주전으로 올라서며 '병수볼'의 한 축으로 성장했다. 김지현은 2019시즌 6위를 넘어 2020시즌엔 더 큰 목표를 향해 나아갈 수 있다고 자신한다.

전북은 김지현이 꼽는 K리그 최고의 팀이다. 하지만 그 저력은 말로 설명하기 어렵다. 직접 붙어봐야 아는 것이라고.

"전북이 왜 1위 팀인지 경기하다 보면 알게 되더라고요. 뛰다 보면 위압감이 있어요. 선수 한 명마다 다 커보이는 느낌. 경기를 뛰다 보면 좀 덜 한데, 선수 1명씩 보면 제가 어릴 때부터 보던 선수들, 대표 선수들이 있어서요. 언제 만나도 항상 긴장할 것 같아요. 작년에 이용 선수랑 처음 붙어봤는데 진짜 공만 오면 다 빼앗긴 것 같아요. 정말 잘하더라고요. 뭐가 다르냐고요? 몸부터 전부 다 다르죠. 힘, 스피드, 기술, 정신력까지 한참 위의 선수라고 생각해요. 전북 선수들은 다들 잘하는 것 같아요. 직접 상대해 본 선수 중엔 홍정호 선수도 있고요."

물론 이번 시즌의 경험은 고스란히 자신감으로 남았다. 강원은 전북전에서 1승 1무 2패로 그리 나쁘지 않은 성적을 냈다. 경기 내용에서도 전북과 대등했고, 때론 점유율 면에선 전북보다 유리한 위치에 서기도 했다. 물론 긴장감은 놓치지 않는다. 다만 강원의 축구, 김지현의 축구라면 분명 해답을 보여줄 수 있다는 자신감이다. 모라이스 감독이 "훌륭한 감독 중에서도 김병수 감독을 가장 많이 칭찬했다. 강원은 올 시즌 성적표가 가장 아쉬운 팀이라고 생각한다"고 칭찬했을 정도의 팀이 아니던가.

"올해 들어서는 조금 편해진 느낌은 있어요. 직접 해보니까 전력이 그렇게 크게 차이 나는 것은 아닌 것 같아요. 저희가 워낙 전술적으로 공을 잘 돌리는 팀이다 보니, 공을 받기도 편하고 공격하기도 더 좋은 것 같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긴장은 하고 들어갈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 지난 3월 전북전에서 결승 골을 기록한 김지현 ⓒ한국프로축구연맹

경기력이 근거다. 강원은 이번 시즌 경기당 490.4개 패스를 하면서 전체 1위를 기록했다. 전방으로 연결되는 패스가 경기당 286.1개로 역시 1위였다. 공을 점유하고 세밀하게 풀어가면서 공격적인 운영을 펼쳤다. 밀집 수비와 역습을 펼치는 팀에 고전했던 것은 사실이지만, 완성도를 높인다면 해결할 수도 있는 문제다. 시즌 내내 승패를 반복하고, 또 오르락내리락하면서도 스타일을 유지했고 파이널A에 진출하는 소기의 성과를 달성했다. 그리고 김지현은 이 경험이 곧 팀과 선수들의 자신감으로 이어진다고 말한다.

"전북 상대로 이길 수도 있지만, (올 시즌 강원은) 좋은 경기력으로 이겼잖아요. 울산한테도 지긴 했지만 항상 좋은 경기를 했고요. 이런 경기를 하면서 '우리가 잘하고 있구나, 우리가 원하는 걸 하고 있구나'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더 좋아질 거라고 생각해요."

전북을 상대로 정면대결이 가능한 팀. 울산을 경기력으로 괴롭힐 수 있는 팀. 지금의 강원이 가진 위상을 설명한다. 김지현은 정확한 전술적 포인트는 말할 수 없다고 말했지만, 동시에 선수로서 잊고 있던 기본을 찾은 것이 팀을 바꾸고 있다고 말한다. '기본'을 강조하는 김 감독의 지도가 있기 때문이다. 김 감독은 훈련장에서도 공을 찬 이후의 동작, 볼을 받는 자세, 공이 없을 때 위치 등을 세세하게 설명한다.

"감독님이 말씀하시는 건 기본이에요. 미처 몰랐던 점을 알려주시는 것 같아요. 그게 엄청난 효과를 일으키는 게 사실이고요. 제가 생각하기엔, 기본이 돼야 그 다음으로 넘어갈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 기본을 충실히 하다 보니까 다음이 나오고, 또 그 다음이 나오고. 배우는 과정에서 참 힘든 점도 물론 많았지만, 그보다 재미있는 점이 더 많았어요. 유능한 지도자에게 지도를 받는다는 게 축복인 것 같아요. 지금 기록을 낼 수 있었던 것도, 또 잘하게끔 만들어주신 것도 감독님 덕분이라고 생각해요. 포지션이나, 전술적으로나요. 제 포지션은 그렇게 득점할 기회가 많은 위치에요. 물론 개인적으로도 훈련에서 많이 성장했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기본이 된 이후에 각자의 장점이 더해진다. 강원은 톱니바퀴 같은 조직력을 자랑하면서도, 선수 개개인의 장점이 잘 드러나는 팀이다. 올해 김지현 외에도 두각을 나타낸 젊은 선수들은 있다. 여름 이적한 이영재를 비롯해, '6월 이달의 선수' 조재완, 중원의 살림꾼 이현식처럼 비교적 어린 선수들이 마음껏 자기 기량을 발휘하고 있다. 정조국, 오범석, 한국영, 신광훈 등 베테랑들의 경험이 더해지면서 시너지가 났다.

"감독님은 큰 틀 안에서 임무를 주고 수행하도록 지시하세요. 내가 드리블을 좋아하더라도 공간으로 빠져야 한다고 하면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선수 개인적으론 장점을 조금 더 끌어올려주는 지도를 해주세요. 기본적인 건데 중요한 걸 알려주세요. 자세한 전술적 이야기는 '영업 비밀'이긴 한데 저의 경우는 장점이 그래도 잘 보이는 것 같아요. 수비 뒤를 잘 파고 드는 게 장점입니다."

무뚝뚝한 것처럼 보이지만 프로 의식을 강조하는 김 감독 체제에서 강원에선 자연스럽게 '축구 우선'의 문화가 있다. 각자 개인의 장점을 발휘할 수 있는 배경이다.

"감독님이 '가장 잘하는 선수가 경기를 뛰는 게 맞다'고 항상 말씀하세요. 프로니까 누구든 잘하는 선수가 뛰는 게 맞고, 형들도 자연스럽게 분위기를 그렇게 이끌어가세요. 후배들이 더 잘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시니까. 그래서 저희도 더 자신감 있게 할 수 있어요. 감독님이 개인적으로 칭찬은 많이 안 하시는데, 대신 팀적으론 칭찬을 자주 하세요. (무뚝뚝한) 이미지와 다르게 말씀도 잘해주시고 팀을 잘 끌어가세요."

현재보다 미래가 나을 것이란 기대감이 있다. 세밀하고 복잡한 만큼 '병수볼'의 완성엔 시간과 공이 많이 들기 때문이다. 지난해 잡아둔 '기본' 위에 조금 더 특별한 것들을 더할 차례다. 김지현은 2020시즌에 대한 기대감을 감추지 않으며, 강원이 더 높은 곳까지 갈 수 있다고 자신했다.

"선수들도 생각하는 게 내년엔 더 완성도가 있을 거에요. 올해는 상위 스플릿이 목표였다면, 더 높은 목표를 잡을 것이라고 생각해요. 오랜 시간을 들여서 감독님하고 팀을 만들어가니까 완성도도 높아질 거에요."

스포티비뉴스=유현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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