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상철 인천 유나이티드 감독 ⓒ한희재 기자




[스포티비뉴스=이성필 기자/송승민 영상 기자/송우석 PD] 진정한 자유를 찾은 유상철 인천 유나이티드 감독의 머릿속에는 축구 생각만 있었다.

유 감독은 췌장암 4기로 투병 중이다. 제자들은 유 감독을 위해 지난달 30일 경남FC와 하나원큐 K리그1 2019 파이널B 38라운드에서 0-0 무승부를 이뤄내며 10위로 잔류에 성공했다.

'잔류왕', '생존왕'으로 불리는 인천의 다음 목표는 안정적인 전력 보강을 앞세워 파이널A로 가거나 일찌감치 생존해 마지막까지 떨지 않는 것이다. 매번 시즌 초, 중반까지 부진하다가 귀신같이 막판에 살아나는 인천이 스토리메이커로는 좋지만, 성적 그 자체로만 본다면 그리 좋은 상황은 아니다.

건강 회복을 위해 애쓰는 유 감독도 마찬가지다. 유 감독이 투병 사실을 알린 뒤 치른 지난달 24일 37라운드 상주 상무전은 제3자가 보기에도 힘든 경기였다. 내리는 비를 90분 내내 맞으며 지휘해 2-0 승리를 이끈 유 감독이다. 팬들이 걸어 놓은 '유상철은 강하다'는 문구의 현수막과 딱 맞았던 유 감독이다.

그러나 곁에 있었던 임중용 수석코치는 "사실 비를 맞아서는 안 됐다. 아무리 옷을 잘 입었다고 하더라도 건강에 좋지 않을 수 있었다. 정말 존경스러운 분이다"며 책임을 다했던 유 감독에게 박수를 보냈다.

지난 2일 K리그 대상 시상식에서 만났던 유 감독은 "그라운드에서는 강하지만, 외적으로는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지 않나"라며 웃은 뒤 "선수 시절 지기 싫어했고 승리욕도 있고 팀 소속감도 있었고 남달랐다. 그런 이미지가 지금까지 이어지지 않았나 싶다. 강하게 버텨서 쾌유를 할 수 있게 하겠다"며 췌장암과 싸워 이기겠다는 의지를 재차 표현했다.

시상식에 참석하는 그 자체가 기분 좋은 일이다. 유 감독은 "혼자 있으면 생각도 많아지고 우울해지고 그래서 싫다. 약속도 지켰고 잔류도 했고 기쁜 마음으로 와서 선수들도 보고 감독들도 봤다"며 즐거워했다.

정상적인 삶을 위한 투쟁을 이어가고 있는 유 감독이지만,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그는 "사실 좋아지다가도 또 갑자기 나빠지고 다시 좋아지는 것이 반복되고 있다. 그래서 열심히 병마와 싸우며 노력 중이다"고 전했다.

당분간 병원을 오가며 치료와 휴식에 전념하는 유 감독이다. 인천 구단도 유 감독의 부담을 줄여주려 일 생각은 하지 말라고 신신당부했다고 한다. 항암치료 과정에서 스트레스를 받으면 회복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인천 관계자는 "내년에 대비해 선수 수급 등 할 일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 그렇지만, 전지훈련은 이미 짜여 있고 선수 영입의 경우 미리 유 감독과 상의해 접촉 가능한 선수들은 이천수 전력강화실장과 전달수 대표이사가 긴밀하게 소통하며 움직이고 있다"고 말했다.

유 감독도 "부임 전에 내년 전지훈련은 다 잡혀 있더라. 다만, 어떤 훈련을 할 것인지 구성이 필요하다. 올해 초에는 다소 미흡했다고 한다"며 "시즌 준비에 있어 몸은 쉬고 있는데 머리는 그렇지 않은 것 같다"며 웃었다.

그래도 팬들의 믿음으로 견디며 다음을 준비하려고 하는 유 감독이다. 매일 편지 2~3통이 구단 사무국에 배달되고 있다. 구단 직원들은 이를 유 감독에게 그대로 전달하고 있다. 강원도 철원에 거주한다는 한 남성은 병세 호전 효과가 있다며 '약수'를 구단에 보내겠다고 한다.

업무에 곤란을 겪을 정도로 전화도 많이 온다. 유 감독을 잘 관리하라는 당부 전화부터 응원 메시지 전달도 있다. 어떤 중년의 팬은 "유 감독을 잃을 경우 구단을 가만두지 않겠다"는 주장을 계속 하고 있다.

이미 대전 시티즌, 전남 드래곤즈라는 실패의 시절들을 기억하며 극복하는 데 집중하는 유 감독이다. 그는 "팬들도 성적이 좋지 않지만, 응원을 해줬다. (선수들은)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열심히 해줬다. (구단의) 지원도 있었다. 믿고 응원해준 부분들 힘이 됐다"고 말했다.

이어 "(대전, 전남에서의) 그런 경험, 어렵고 힘들었던 것들이 내게는 인천 감독을 하는 데 있어 큰 도움이 됐다. 어렵고 힘든 일이 없었다면 힘들었을 것이다. 앞으로 더 경험도 쌓아야 하고 할 것도 많다"며 인천 부흥과 자신과 싸움에서 꼭 승리하는 약속을 지키겠다고 다짐했다.


스포티비뉴스=이성필 기자/송승민 영상 기자/송우석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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