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리뉴가 준비한 포백 라인은 래시포드를 막지 못했다. ⓒ연합뉴스/EPA

[스포티비뉴스=한준 기자] 비대칭 스리백에서 정통 풀백으로 변화를 줬지만, 주제 무리뉴의 토트넘 홋스퍼는 또다시 2실점을 했다. 이번에는 화력이 터지지 않아 무리뉴 감독 체제의 연승이 끝나고 첫 패배를 당했다. 하필이면 상대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였다는 점에서 무리뉴 감독에겐 타격이 큰 패배였다.

무리뉴 감독은 빠른 측면 공격에 대비해 부임 후 3연승의 동력이었던 비대칭 스리백 전술에 변화를 줬다. 그러나 정통 포백으로 나선 첫 경기에 토트넘 수비 라인의 약점이 드러났다. 토트넘의 포백과 두 명의 중앙 미드필더는 맨유 공격진의 슈팅을 속수무책으로 허용했다. 무리뉴 감독은 경기 후 회견에서 “전반전은 맨유가 우리보다 그냥 잘한 게 아니라 훨씬 더 잘했다”고 인정했다.

▲ 맨유 vs 토트넘 포진도 ⓒ김종래 디자이너


◆ 젊고 빠른 선수들로 측면 공략, 토트넘 약점 노린 맨유

맨유에서 경질된 후 토트넘 사령탑에 올라 프리미어리그로 복귀한 무리뉴 감독에게 5일 새벽(한국시간) 올드 트라포드 원정은 의미가 남달랐다. 1년여 만의 올드 트라포드 방문은 ‘무리뉴의 복수극’이라는 이름의 프리뷰가 이어졌으나, 결과적으로 토트넘이 맨유에 1-2 패배를 당하며 8위로 내려갔다. 경질 위기를 겪던 올레 군나르 솔샤르 맨유 감독은 이날 승리로 맨유 순위를 6위로 끌어 올려 위기를 면했다.

토트넘은 지난 3경기에서 모두 이겼으나 매 경기 2실점을 하며 수비 불안을 노출했다. 맨유도 이점을 공략했다. 양발 슈팅이 가능한 젊은 공격수 메이슨 그린우드를 축으로 좌우에 발 빠른 마커스 래시포드와 대니얼 제임스, 2선 중앙에 기술이 좋은 제시 린가드를 배치한 4-2-3-1 포메이션으로 경기했다. 이 둘의 뒤를 스콧 맥토미니와 프레드가 받쳤다. 포백은 애슐리 영, 해리 매과이어, 빅토르 린델뢰프, 에런 완비사카가 구성했다. 다비드 데헤아가 골문을 지켰다.

측면 공격에 집중할 맨유에 대응해 무리뉴 감독은 얀 페르통언, 토비 알데르베이럴트, 다빈손 산체스, 세르조 오리에를 일자로 배치했다. 이전 경기에서는 레프트백이 왼쪽 센터백처럼 아래에 자리하고, 라이트백 오리에가 윙어 영역으로 올라간 비대칭 포메이션을 가동했다. 주중, 주말 경기가 연이어 이어지는 와중에 주력 선수를 계속 가동한 무리뉴 감독은 맨유의 측면 공격에 대비하는 것은 물론, 선수들의 체력을 안배하기 위해 전방 압박을 하지 않고 자기 진영에 진을 치고 역습을 노렸다.

▲ 오리에(오른쪽)는 공수 양면에서 부진했다. ⓒ연합뉴스/EPA


◆ 무리뉴, 비대칭 스리백의 허점 대비책으로 포백 전환…오리에 흔들렸다

토트넘은 포백이 배후에 일자로 자리하고, 윙크스와 시소코가 풀백의 측면 수비를 지원하는 수비 그물을 준비했다. 최근 많은 움직임과 수비 가담으로 체력이 떨어진 공격진의 부담을 덜어주려 했다. 하지만 이로 인해 맨유의 후방 빌드업이 여유롭게 진행됐고, 중앙 미드필더 프레드가 자유롭게 자신의 패스 기술을 뽐낼 수 있었다. 안정적으로 후방에서 공이 살아 올라왔고, 래시포드와 제임스가 측면을 기반으로 힘 있는 돌파를 펼치자 토트넘 수비 라인이 흔들렸다.

결정적으로 문제가 된 곳은 오리에가 있는 토트넘의 오른쪽 수비다. 오리에는 이전보다 낮은 위치에 자리해 공격 가담이 활발하지 않았는데, 수비적으로도 허점을 보였다. 그로 인해 시소코도 뒤로 물러나야 했고, 산체스가 자기 위치를 비우고 측면 수비에 가담하면서 틈이 생겼다. 경기 시작 7분 만에 나온 맨유의 선제골은 그린우드와 린가드를 거치며 연결된 공을 향해 래시포드가 달려들 때 전혀 반응하지 않은 오리에의 수비 문제가 있었다.

전반 28분에도 린가드의 슈팅이 빗나갔지만, 전개 과정에서 오리에가 수비적으로 문제을 일으켰다. 토트넘은 손흥민의 체력 부담이 큰 상황에 레프트백 베르통언이 오버래핑으로 측면 공격을 지원하고, 수비 전환 상황에는 윙크스가 레프트백 영역을 커버하며 부지런히 뛰었지만, 수비 밀도는 떨어졌다. 윙크스도 자주 왼쪽 수비를 커버하기 위해 뛰다 보니 공을 소유한 공격 전개 상화에서 힘에 부쳤다.

▲ 잦은 수비 가담으로 최근 3경기 체력이 고갈된 손흥민은 맨유전에 지친 모습을 보였다. ⓒ연합뉴스/EPA


◆ 케인-손흥민 희생한 알리-모우라 살리기…떨어진 체력에 공격도 부진

토트넘은 전술적, 체력적 열세 속에 0-1 리드를 내줬으나 전반 39분 델리 알리의 개인 기술을 통해 동점 골을 넣었다. 기점은 손흥민의 페널티 에어리어 왼쪽 지역 돌파였다. 손흥민은 맨유 수비에 둘러싸이자 측면에서 오버래핑한 페르통언에게 패스했고, 페르통언의 크로스가 문전으로 투입되어 혼전이 야기됐다. 페르통언의 크로스는 맨유 수비가 헤더로 차단했지만 흐른 볼을 오리에가 슈팅했고, 재차 공격에서 알리가 절묘하게 볼을 띄워 수비를 제친 뒤, 마무리 슈팅으로 득점했다.

무리뉴 감독 체제 토트넘의 특징은 케인과 손흥민의 수비 가담과 부지런한 움직임을 통해 알리가 공격 창조성에 집중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주는 것이다. 오리에가 우측면에서 공격적으로 위치를 점하고, 그 옆에 루카스 모우라가 배치되면서 알리를 향한 수비가 분산된다. 이런 흐름이 몇 경기째 이어지면서 알리는 수비 부담, 체력 부담 없이 자신의 기지를 발휘할 수 있는 여건이 됐다. 알리는 무리뉴 감독 부임 후 치른 4경기에서 4골 1도움으로 전 경기 공격 포인트를 올리고 있다.

무리뉴 감독은 후반전에 래시포드의 돌파를 제어하기 위해 시소코로 하여금 오리에의 뒤 공간을 커버하도록 지시했다. 후반 시작 2분 만에 오리에가 래시포드의 돌파를 허용했고, 뒤따르며 수비하던 시소코의 파울로 페널티킥을 내줘 실점했지만 이후 래시포드를 통한 맨유의 왼쪽 측면 공격은 시소코의 지속적인 커버 플레이를 통해 어느 정도 둔화했다.

하지만 이로 인해 시소코의 공격 지원이 어려웠고, 루카스 모우라와 오리에를 통한 공격이 효과적으로 이뤄지지 못하면서 반격이 원활하지 않았다. 무리뉴 감독은 후반 19분 루카스를 빼고 크리스티안 에릭센을 투입했는데, 그제야 전방 지역에서의 볼 탈취와 빠른 전환 패스로 공격 리듬이 살아났다. 토트넘의 입장에선 일찌감치 시소코에게 실질적인 라이트백 임무를 맡기고, 루카스 대신 에릭센을 선발 투입해 전방 수비 밀도를 높였다면 전반전 경기력이 달라질 수 있었다는 결과론적 아쉬움이 남았다.

▲ 타이트한 일정의 12월, 무리뉴 감독(왼쪽)과 세크라멘투 코치는 전술과 체력의 균형을 찾아야 한다. ⓒ연합뉴스/EPA


◆ 안전하게 승리 지킨 맨유, 또 한 번 클래스를 입증한 에릭센

솔샤르 감독은 후반 34분 그린우드를 빼고 안드레아스 페레이라를 투입해 토트넘 수비 전진을 제어할 돌파력을 갖춘 공격 라인을 유지했다. 후반 42분에 이르러 린가드를 빼고 루크 쇼를 투입, 애슐리 영을 전진 시켜 수비 체력을 보강했다. 안정적으로 2-1 리드를 지키기 위해 교체 작업을 했다.

토트넘은 후반 25분 윙크스를 빼고 탕기 은돔벨레를 투입해 중원 공격력을 보강했고, 후반 40분에는 시소코를 빼고 조반니 로셀소를 투입하며 2선 공격 숫자를 늘렸으나 효과를 보지 못했다. 은돔벨레과 로셀소 모두 이미 그라운드 위에 있던 케인과 손흥민이 지친 과중에 콤비네이션 플레이가 이뤄지지 않았다. 에릭센 투입을 통해 손흥민이 후반 34분 왼쪽 측면을 돌파하고 올린 크로스를 문전 우측으로 배달하고, 후반 40분 역습 상황에서 돌파해 알리를 거쳐 우측으로 배달한 공격이 오리에에게 연결됐으나 오리에의 크로스와 슈팅이 부정확했다.

지난 3경기를 통해 체력이 고갈된 토트넘은 공격 상황의 슈팅과 패스 정확성이 크게 떨어졌다. 토트넘은 3연승 과정에도 매 경기 2골을 실점했고, 이날도 2골을 실점했다. 문제는 2실점에도 승리하기 위한 충분한 골이 터지지 않은 것이다. 이는 손흥민과 케인에게 수비 부담을 지우며 기회를 준 루카스 모우라가 기대만큼의 창조성을 발휘하지 못했고, 오리에가 정통 포백으로 수비 전형이 바뀐 상황에 공수 양면에서 부진한 플레이를 펼친 문제가 컸다. 

무리뉴 감독은 토트넘에 부임하며 수비 라인의 선수 보강이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체적으로 토트넘에 보강이 필요한 포지션은 풀백과 수비형 미드필더다. 토트넘의 허리에는 수비 전문가가 없고, 풀백 포지션은 첫 번째 옵션도 공수 양면에서 균형을 갖춘 자원이 없다. 이적 시장이 열리기 전까지 이 문제는 전술적으로 풀어야 하는 숙제다. 이적 시장에 열린다고 해도 이 포지션의 수준급 선수를 시즌 중 영입하기는 쉽지 않다. 

지금 무리뉴 감독이 내놓은 해법은 케인과 손흥민의 체력 부담이 지나치다. 에릭센은 다시 선발 선수로 복귀할 필요가 있고, 비대칭 스리백과 포백 상황에서 각기 다른 형태로 드러난 문제를 해결할 전술적 묘수가 필요하다. 문제는 프리미어리그는 12월 일정이 훨씬 더 빠듯하다는 점이다. 토트넘은 8일 번리, 12일 바이에른 뮌헨, 15일 울버햄프턴, 23일 첼시, 26일 브라이턴, 20일 노리치, 2020년 1월 2일 사우샘프턴과 경기를 쉼 없이 치러야 한다. 경기를 치르며 새로운 전술과 조합을 시험해야 한다. 쉽지 않은 미션이다. 

스포티비뉴스=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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