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닌자거북이' 박준용은 오는 21일 UFC 부산 대회에서 옥타곤 첫 승을 노린다.
[스포티비뉴스=UFC부산 특별취재팀 박대현 기자] TFC 전찬열 대표는 2년 전 한 선수를 향해 칭찬을 쏟아 냈다.

"국내 거의 모든 웰터급 강자와 스파링을 해봤다. 그 가운데 가장 강했다. (파이터로서) 느낌이나 레벨, 태생이 다른 선수다. 한국 격투계가 주목했으면 좋겠다. 반드시 세계적인 파이터로 거듭날 것"이라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대상은 박준용(28, 코리안탑팀)이었다. 전 대표는 일찌감치 박준용이 지닌 가능성에 주목했다.

아마추어 무대도 경험하지 않은 그를 잠재력 하나 믿고 TFC 내셔널리그 1 메인이벤터로 세울 정도였다.

선수도 인정했다. 당시 UFC 웰터급 12위였던 '스턴건' 김동현(38)은 서울에 볼일이 있으면 코리안탑팀 체육관을 들러 자주 훈련했는데 "몸 자체가 다르다. 박준용은 정말 크게 성장할 선수"라며 혀를 내둘렀다.

종합격투기를 시작하기까지 곡절이 많았다. 박준용은 원래 수영 선수였다. 국가 대표 수구 선수인 형을 따라 자연스레 물을 접했다.

중학교 시절엔 자유형 100m를 1분 1초 대에 주파했다. 강원도 지역 대회에 나서면 꼬박꼬박 메달을 목에 걸었다. 재능이 있었다.

수영과 연은 그러나 오래가지 못했다. 재미를 못 느꼈다. 무엇보다 맞는 게 싫었다.

맞지 않기 위해 물살을 갈랐을 뿐 학년이 올라갈수록 물이 싫어졌다. 결국 수영을 그만뒀다.

수영을 포기한 박준용은 고교 졸업을 2개월 앞둔 2008년 12월 해병대에 입대했다. 팔각모 수영 조교로 군 생활을 하던 어느 날, 내무반에서 TV를 보다 눈이 번쩍 뜨였다.

킴보 슬라이스와 탱커 애봇의 2008년 경기가 화면에 나왔다. 본능적으로 '나라면 이렇게 해서 싸울 텐데, 저렇게 움직여서 이길 텐데' 생각이 스쳤다.

박준용은 "그때 종합격투기 선수가 돼야 겠다고 마음먹었다"며 배시시 웃었다.

집안 반대가 심했다. 종합격투기를 향한 인식이 저열할 때였다.

한 번 운동(수영)을 포기한 것도 모자라 돈도 못 벌고 피 튀기는 MMA를 하겠다니 곱게 보일 리 없었다.

무작정 짐을 쌌다. 단돈 12만 원 들고 강원도 영월에서 서울로 상경했다.

▲ 박준용(왼쪽)은 지난 8월 중국 선전에서 열린 UFC 파이트 나이트 157에서 석패했다. 경기 내내 한 수 위 타격 솜씨를 보였지만 앤서니 에르난데스의 집요한 그래플링에 고개를 떨궜다.
코리안탑팀 길현권 코치는 박준용에게 숙제를 냈다. 123kg였던 체중을 80kg대 초반까지 빼라는 것. 그렇지 않으면 입부를 허락하지 않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박준용은 수영부와 해병대 생활에서 단련한 체력 정신력으로 첫 미션을 훌륭히 통과했다. 75kg까지 감량하고 합격 사인을 받았다.

MMA 파이터로서 첫발을 뗀 순간이었다.

성장세가 눈부셨다. 박준용은 투기 종목을 경험한 적이 없어 타격과 그라운드 모두 기본기부터 착실히 익혔다.

원체 힘이 좋았다. 상대를 넘어뜨린 뒤 눌러놓는 능력이 탁월했다. 자신보다 한두 체급 높은 선수를 맞닥뜨려도 밀리지 않았다.

웰터급으로 시작한 그가 2017년 12월 미들급 월장을 결심한 이유다.

2016년 겨울부터 탄력이 붙었다. 거침없이 7연승을 쌓았다. 일본과 필리핀, 러시아 강자와 붙어 호성적을 거뒀다.

변화무쌍한 타격과 빼어난 근력, 기습적인 태클로 호평 받았다. 하지만 박준용의 가장 큰 장점은 다른 데 있다. 바로 멘탈이다.

특유의 낙천적인 성격은 큰 무대에서도 떨지 않고 제 기량을 발휘하는 동력이 됐다.

오는 21일 옥타곤 첫 승을 노린다. 박준용은 부산 사직체육관에서 열리는 UFC 부산 대회에서 묵직한 한 방을 지닌 저돌적인 타격가 마크-안드레 바리올트(29, 캐나다)와 주먹을 섞는다.

지난 8월 UFC 데뷔전 석패를 깨끗이 만회하겠다는 각오다. 첫 경기에서 상대보다 한 수 위 타격 솜씨를 보였지만 집요한 그래플링에 무릎 꿇었던 만큼 플랜을 더 정교하게 다듬어 승전고를 울리겠다는 계산이다.

박준용은 지난달 28일 스포티비뉴스와 인터뷰에서 "옥타곤에서 죽을 각오로 싸우겠다. 부산에 팬들이 많이 와주셨으면 좋겠다. 후회없이 반드시 승리하겠다"며 의지를 불태웠다.

스포티비뉴스=UFC부산 특별취재팀 박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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