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레이몬드 베르하이젠 전 한국 대표팀 피지컬 코치, 현 WFA 디렉터


| 한국 대표팀의 저승사자, 피지컬 전문가 레이몬드 베르하이엔 단독 인터뷰②

| "라이선스 따면 끝? 축구 코치가 평생에 걸쳐 공부하고 발전해야 한다."

[스포티비뉴스=한준 기자]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 한국 축구의 4강 신화를 이끈 ‘저승사자’ 체력 코치로 유명한 레이몬드 베르하이엔(48) 현 월드 풋볼 아카데미 디렉터는 세계적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1990년대 네덜란드 축구의 우수 지도자 육성의 중심에 있었던 네덜란드 축구협회 피지컬 파트 연구원이자 네덜란드 풋볼 아카데미 강사였던 레이몬드는 이후 주요 국제 대회의 코치와 컨설턴트, 유럽 주요 클럽 자문과 코디네이터로 일하며 영향력을 발휘해왔다. 레이몬드는 세계적인 명장들의 훈련 방식을 거침없이 비판해 화제가 된 바 있다. 

레이몬드는 저승사자로 불렸지만, 사실 그는 선수들을 소진하거나 고갈시키는 코치가 아니다. 한국 선수들에게는 온 몸이 녹초가 될 정도의 혹독했던 ‘파워 프로그램’의 설계자로 유명하지만, 레이몬드는 선수들의 부상 방지를 최소화하고, 체력 향상을 극대화하며 축구적 발전을 동시에 끌어내는 균형 잡힌 훈련을 중시한다. 훈련의 양이 아닌 질을 고려한 과학적인 연구를 통해 훈련법을 개발해왔다. 

네덜란드 풋볼 아카데미를 확장한 월드 풋볼 아카데미(WTA)의 디렉터로 최근 전 세계를 돌며 세계 축구 트렌드의 중심에 있는 축구 감독, 축구 클럽과 협업 중인 레이몬드는 오는 10일 한국을 방문해 12일까지 3일간 K리그 1, 2부 22개팀 코치와 피지컬 코치에게 축구 주기화 방법론을 전수한다. 축구싱크탱크 후에고의 초빙으로 서울시 마포구 독막로 소재 문화공간 엘후에고에서 레이몬드의 축구 주기화 세미나가 한국에서는 처음으로 열린다.

▲ 레이몬드는 축구 코칭 방법론을 위한 다양한 코스를 개발해 전 세계에서 강연하고 있다.


루이스 판할 감독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실패한 원인을 냉철하게 짚으며 비판했던 레이몬드지만, 2002년 한일 월드컵 예선을 준비한 네덜란드 대표팀에서 함께 일하며 판할과 막역한 레이몬드는 판할과의 장시간 대담을 통해 WTA의 코스 중 하나로 ‘판할에게 배우는 10가지’를 정립해, 강연하기도 했다. 

레이몬드는 위르겐 클롭의 방식은 물론 과거 아르센 벵거, 데이비드 모이스는 물론 최근 올레 군나르 솔샤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감독까지 선수들의 부상을 야기할 과도한 훈련 방식을 적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때는 페예노르트 구단의 운영을 비판하기도 했는데, 이를 통해 페예노르트가 유소년 코디네이터 직을 제시해 일하는 인연으로 이어지도 했다. 이제 레이몬드는 유럽 축구계의 대표적인 '미스터 쓴소리'로 통한다. 

세미나에 앞서 스포티비뉴스와 단독 인터뷰를 가진 레이몬드에게 현대 축구에서 뚜렷한 성과를 낸 명장들의 방식을 비판했던 이유, 그리고 현대 축구의 전술과 훈련 방법론이 어떻게 발전해왔는지를 물었다. 

피지컬 코치로 일하며 직접적으로 한국 축구의 발전에 기여해온 레이몬드는 또 다른 방식으로 한국 축구 발전을 위해 일하고 있다. 레이몬드와 문답을 가감 없이 전한다.

■ "내가 비판하는 이유는 가설을 검증하는 과학자들처럼 축구를 발전시키기 위해서다." 
■ "지적인 코치가 뛰어난 선수들을 보유하고 많이 승리하면 새로운 트렌드가 된다."
■ "전술 주기화는 전술에만 포커스를 둔다. 축구 주기화는 축구의 모든 것을 다룬다." 

▲ 유럽 축구 최전선에서 일하고, 전 세계를 돌며 세미나를 열고 있는 레이몬드


- 리버풀 부임 초기 클롭의 운영 방식을 비판한 적이 있다. 리버풀의 지난 시즌 챔피언스리그 우승은 훈련 방법론 개선의 결과로 봐야 하나? 그 외에도 벵거, 모예스, 판할 등 명장들의 훈련 방식에 대해 비판했는데 어떤 이유에선가?

“나 역시 질문이 있다. 발전을 위해 중요한 것이 무엇인가? 인정해주는 것인가 비판하는 것인가? 과학자로 예를 들어보자. 과학자가 늘 하는 게 무엇인가? 자신의 가설을 인정해주는 것인가, 논증하는 것인가? 과학자들은 가설을 갖고 있다. 그들은 가설을 비판한다. 기본적으로 과학자들은 스스로를 비판한다. 스스로 비판하는 것을 통해 생각을 발전시키는 것이다. 충분한 비판이 없다면, 그들의 생각이 충분히 좋다고 생각한 것이다. 과학적 발전에서 비판은 아주 아주 중요하다. 비판은 발전에 아주 중요한 요소다. 과학계에선 모두가 이를 이해한다. 하지만 축구계에선 이것을 누구도 이해 못 한다. 내가 비판하는 이유는 나 역시 과학자들처럼 축구를 발전시키기 위해서다. 누군가 실수한다면 난 그 실수를 비판한다. 모두가 거기서 배우길 바라기 때문이다. 그게 과학자들이 하는 일이다. 논문을 쓰고, 학생들도 그에 대해 글을 쓰고, 그런 글을 통해 발전된다.” 

“위르겐 클롭은 리버풀에서 시작할 때 아주 큰 실수를 했다. 아마 기억할 텐데, 그 일이 벌어진 후가 아니라 앞날을 비판한 것이다. 부상 위험이 예상됐기 때문이다. 내 트위터를 보면 미리 비판했다는 것을 알 것이다. 그래서 더 강력한 것이다. 2년 뒤, 그 실수 이후, 클롭은 그의 방법을 바꿨다. 그리고 다음 해에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서 졌다. 그 다음 해에 우승했다. 위르겐 클롭은 그 자신을 혁신했고, 그 자신을 발전시켰다. 그래서 나 역시 소셜 미디어를 통해 클롭의 방법론이 크게 보완됐다고 말했다. 그리고 난 ‘어린 코치들이 클롭에게서 배우길 바란다’고 말했다.” 

“모두가 자신을 비판해야 한다. 스스로 비판한다면 잘못을 찾고 스스로 발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비판하지 않으면 자기가 실수를 반복하고도 모를 것이다. 비판하는 법을 모른다면, 알지도 못한 채 실수를 하게 된다. 그것이야말로 큰 문제다. 사람들은 비판을 부정적인 것으로 보지만, 그것은 긍정적인 것이고 필요한 것이다. 과학계에선 모두가 이해하는 점이다.”

▲ 레알 마드리드를 방문한 레이몬드 디렉터


-과거 축구는 바르셀로나식 능동적 소유 축구, 아틀레티코식 수동적 압박 축구로 구분되었는데 지금은 통합적 흐름이 보인다. 현대축구의 발전 흐름을 어떻게 파악하나? 한국 축구의 어떤 점에서 따라가고 배워야 하나?

“한국 지도자들은 두 콘셉트의 축구를 모두 연구해야 한다. 그저 카피(copy)해선 안 된다. 툴 박스에 넣어놔야 한다. 선수를 지도할 때는, 이 선수들에게 뭐가 최선인지 살펴야 한다. 때로는 패싱 게임이 나을 때가 있고, 때로는 프레싱 게임이 나을 때도 있다. 그래서 지도자들은 한 가지만 택하고 카피해선 안 된다. 모든 콘셉트를 배워야 한다. 그러고 나서 이 시즌에 보유한 선수에게 최선이 무엇인지를 보고 적용해야 한다.”

-현대 축구 전술은 미헬스와 크루이프의 토털 풋볼, 아리고 사키의 압박, 루이 판할의 포지션 플레이가 과르디올라의 방법론으로 이어져 왔다. 전술 주기화, 구조화된 훈련 등 다양한 방법론도 개발되었다. 이러한 흐름 속에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그게 의미하는 것은 사람들이 어떻게 축구를 해야 하는지에 대한 모든 다양한 방법을 발전시켜왔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발전은 앞으로도 더 발전할 것이다. 이러한 일이 또한 벌어져 왔고 때로는 사고처럼 생겨났다. 마치 진화처럼 말이다. 몇몇 아주 지적인 코치가 뛰어난 선수들을 보유했다면, 그는 특정한 플레잉 스타일을 발전시킬 수 있다. 그리고 팀이 아주 큰 성공을 이룬다면 새로운 스타일이 트렌드가 되고 모두가 그것을 카피하길 시작할 것이다. 아리고 사키의 경우는 예외적이다. 그는 이미 아이디어를 갖고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뤼트 훌리트, 마르코 판 바스턴, 프랭크 레이카르트 등 아주 좋은 선수를 보유했다. 그가 가진 생각과 더불어 유명해질 수 있었다. 그에게 그런 선수가 없었다면 유명해지지 못했을 것이다.” 

“축구 전술의 발전은 자발적인 과정이기도 하고, 행운이 따르는 사고적인 일이기도 하다. 때로 코치가 좋은 아이디어를 갖고 좋은 선수를 보우했고, 이 선수들로 성공하면 그게 새 트렌드가 된다. 먼저 좋은 아이디어가 필요하고, 그리고 좋은 선수, 그리고 많이 이기면, 그러면 당신은 새로운 과르디올라가 되고 새로운 트렌드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거기엔 많은 가정이 필요하다. 그게 많은 트렌드가 없는 이유다. 이 많은 프로세스는 이미 멈췄다. 결승선을 지났다. 그래서 축구 진화라고 말하는 것이다.”

-이제 키도 크고 빠르고 지능과 기술이 좋은 선수가 나와서 작은 선수, 느린 선수는 도태될 것인가?

“스페인을 보라. 그들이 큰 선수인가 작은 선수인가? 근데 어떻게 세계 최고가 됐나? 그들은 아주 좋은 선수간 좋은 커뮤니케이션을 갖고 있고, 명확한 플레잉 스타일, 좋은 의사 결정을 갖고 있다. 아주 좋은 탈압박 기술을 갖고 있다. 스페인이 증명한 것이 무엇인지 아는가? 크기만 해서는 축구를 할 수 없다는 것이다. 리오넬 메시는 세계 최고의 선수다. 하지만 그는 아주 작다. 이니에스타, 차비, 프렝키 더 용. 그들 모두 자이언트 플레이어(몸집이 거대한 선수)가 아니다. 선수가 크고 강하면, 의사 결정이나 기술이 적어도 보상을 받을 수 있다. 그렇다면 의문점은 이것이다. 큰 선수를 축구를 잘하게 만들어야 하나, 아니면 아주 좋은 축구 선수를 조금 더 키우는 것을 택할 것인가. 스페인에서 좋은 선수를 만들 땐 큰 선수를 축구를 하게 만들기보다, 축구를 잘 하는 선수들을 조금 더 강하게 만든다. 전자가 더 더 어렵기 때문이다.”

-당신이 구축한 WFA가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것은 무엇인가? 축구 주기화 방법론은 기존의 다른 방법론과 어떤 차이점이 있나?

“풋볼 코치 에볼루션(축구 코치 진화)이 말하는 것은, 축구 코치가 평생에 걸쳐 발전해야 한다는 것이다. 코치 라이선스를 따면 공부를 안 하는데, 평생 해야 한다. 축구 주기화가 의미하는 것은, 주기화가 축구의 모든 것을 다뤄야 한다는 것이다. 전술 주기화는 전술에 관한 주기화다. 그런데 전술이 축구의 전부인가? 일부인가? 뭐라고 말하겠나. 전술 주기화는 축구의 일부일 뿐이다. 축구 주기화는 모든 것을 포괄한다. 사람들이 무리뉴를 비판하는데, 일각에서는 무리뉴 감독의 축구가 작동하지 않은 이유로 선수들이 갖춰지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그것은 사실이 아니다. 이건 사실 다른 토론 거리인데, 비판의 팩트는 체력에 대한 것이다. 왜냐면 전술 주기화는 축구의 일부이고 다른 파트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축구 주기화는 축구와 관련된 모든 것(전술, 기술, 체력, 부상 방지, 재활, 브레인 트레이닝 등)을 포함하는 주기화라는 점이 차별점이다.”

스포티비뉴스=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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