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9년의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으려는 각오로 뭉친 SK 최항 ⓒSK와이번스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주전이 눈앞에 보였다. 부푼 마음으로 2019년 시즌을 열었다. 그러나 그래프가 계속 올라가지 않았다. 오히려 꺾였다. 최항(25·SK)은 그 꺾인 그래프를 보며 1년 내내 고민하고 있었다. 더 정확하게 말하면 당황스러웠다. 

최항은 2017년 37경기에서 타율 0.321을 기록하며 가능성을 내비쳤다. 본격적으로 2루수로 전향한 뒤에도 타격 흐름은 나쁘지 않았다. 2018년 98경기에서는 타율 0.293, 출루율 0.384를 기록하며 주전 문턱에 다가섰다. 타격은 모두가 인정하고 있었고, 수비도 점차 나아지고 있었다. 마침 2루는 무주공산이었다. 가장 강력한 경쟁자였던 강승호마저 이탈했다. 최항에게는 절호의 기회였다.

그러나 좀처럼 손에 잡히지 않았다. 나름대로 준비를 잘했다고 생각했는데 벽에 부딪혔다. 한동안 잊고 있었던 ‘두려움’이 최항의 머리를 강타했다. 최항은 “주전 기회를 잡지 못해 아쉬웠던 것보다는, 계획하고 움직였는데 실패를 하니까 다시 이겨내는 과정이 두려웠다. 그런 느낌은 처음이었다”고 털어놓으면서 “정립됐다고 생각했던 것이 부딪혀보니 아니었다. 머리로만 하는 게 아니라는 것을 느꼈다”고 담담하게 돌아봤다.

2할대 초반에 처진 타율은 좀처럼 올라오지 않았다. 타격이 안 되다보니 모든 자신감이 떨어졌다. 2군도 경험했지만 반등은 없었다. 최항은 허둥지둥했던 것이 실책이었다고 말한다. 올해 가장 절실히 느낀 것도 이것이다. 최항은 “내것이 있었다고 생각했는데 정작 내가 나를 못 믿었다. 나 스스로 불안해했다”고 했다. 

최항은 “엄청 분석을 많이 했지만 정답이 없었다. 찾았다 싶었지만 아니었다. 감독님께서 왜 그렇게 말씀하셨는지를 정확히 알겠더라. 실패를 해도 내 것으로 실패를 했어야 했다. 그런데 계속 변화를 주다보니 남는 게 없었다”면서 “심플한 기본기가 있었는데 잘해야겠다는 욕심이 많았다. 변화를 줬다가 안 되니 스스로 쫓긴 것이다. 결과만 내려고 했다”고 후회했다. 

담담하게 말을 이어 나가다 잠시 숨을 고른 최항은 “그게 야구다. 쉬어질 것 같다가, 다시 어려워진다”고 했다. 그러나 그 실패를 발판으로 삼겠다는 각오로 끓어오르고 있다. 최항은 “실패했던 느낌을 다 기억한다. 멘탈적으로나 기술적으로나 이렇게 해야겠다는 방향이 섰다”면서 “다시 시작하는 것이다. 시즌 막판부터 그런 느낌을 많이 받았다”고 강조했다.

확실한 목표를 가지고 호주에 갔다. 그래서 그럴까. 호주 캔버라 유망주 캠프 당시 최항의 얼굴에는 웃음기가 없었다. 누구보다 진지했고, 실패의 정도가 컸던 만큼 누구보다 고민했다. 훈련에 열중하면서도, 공부를 게을리 하지 않았다. 최항은 “실패를 정확하게 기억하면서 다시 찾아가고 있다”고 했다. 

스스로 “쉽지만은 않다”고 이야기한다. 그러나 그만큼 각오가 남다르다. 최항은 “캔버라 캠프는 정신력 싸움이었다. 모든 파트마다 다 노력하고 있다”면서 “내 스스로에 대한 기대는 하고 있다. 감도 감이지만 방향이 중요하다. 이제는 실패를 한다고 해도 얻는 게 많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 비활동기간 동안 공격이든 수비든 내 것을 확실하게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각오를 드러냈다. 1년의 고민을 거치며 더 강해진 내면은 최항의 다음 단계를 도와줄 것이다.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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