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첫 내한 공연을 연 밴드 U2. 한희재 기자 hhj@spotvnews.co.kr

[스포티비뉴스,고척=장진리 기자] U2가 결성 43년 만에 역사적인 첫 내한 공연을 열었다.

U2는 8일 오후 서울 구로구 고척동 고척스카이돔(이하 고척돔)에서 '더 조슈아 트리 투어 2019' 서울 공연을 열고 2만 8000여 명의 한국 팬들을 만났다. 지난 1976년 아일랜드 더블린에서 결성된 U2가 한국에서 공연을 여는 것은 데뷔 43년 만에 처음이다. 

"길고 긴 길이 우리를 드디어 서울로 데려다 놨다"는 U2의 말처럼 이들이 한국 팬들을 만나기까지 무려 43년이라는 긴 세월이 걸렸다. 밴드로서 전성기를 다 보내고 한국을 찾았다는 일부의 아쉬움도 있었던 것이 사실. 그러나 U2는 작은 불만도 씻어낼 정도로 완벽한 무대를 선보였다. 보컬 보노는 고척돔을 울리는 쩌렁쩌렁한 보컬을 자랑했고, 디 에지(기타), 래리 멀렌 주니어(드럼), 애덤 클래이튼(베이스)는 사운드로만 공연에 집중할 수 있는 연주로 눈과 귀를 동시에 사로잡았다. 

광주 5.18 학살을 떠오르게 하는 아일랜드 '피의 일요일'을 소재로 한 '선데이 블러디 선데이'로 공연을 시작한 U2는 '아이 윌 팔로', '뉴 이어즈 데이', '프라이드' 등으로 쉴 틈 없이 이어졌다. '더 조슈아 트리' 앨범의 수록곡으로 이어진 무대에서는 관객의 '떼창'이 터졌다. 팬들은 한국이 사랑하는 '위드 오어 위드아웃 유'를 비롯해 '웨어 더 스트리츠 해브 노 네임', '아이 스틸 해븐트 파운드 왓 아임 루킹 포', '불렛 더 블루 스카이' 등을 함께 부르며 U2와 호흡했다. 

▲ 8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첫 내한 공연을 연 밴드 U2. 한희재 기자 hhj@spotvnews.co.kr

이날 공연에서 U2는 국내 최대 규모, 세계 최대 수준의 무대를 선보였다. 투어 역사상 최대 규모인 8K 해상도, 가로 61미터, 세로 14미터의 초대형 LED 비디오 스크린은 넓은 고척돔을 압도했다. 또한 화물 전세기 3대 분량으로 공수된 투어 장비는 고척돔 4층에도 생생한 음향을 전달했다. 매 무대로 전하고 싶은 이야기를 집약적으로 전달하는 영상, 탄탄한 사운드만으로 공연에 온 신경을 집중하게 만드는 것은 U2의 힘이었다.

음악 뿐만 아니라 U2가 전하는 '메시지'는 이번 공연의 백미였다. 사람과 사회를 노래해온 밴드 U2는 이번 내한 공연에서도 무대 뿐만 아니라 영상과 무대 중간 코멘트를 통해 사랑과 평화, 평등과 화합을 강조했다.

▲ 8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첫 내한 공연을 연 밴드 U2. 한희재 기자 hhj@spotvnews.co.kr

보노는 "남과 북의 평화를 위해 모두 노래하자", "북녘에 있는 이들에게도 '우리가 너희를 사랑한다'는 말을 전하자"고 한반도의 화합을 기원했다. 마지막 곡인 '원'을 부르기 전에는 "남북으로 나뉜 우리의 땅으로부터, 역시 남북으로 나뉜 여러분의 땅으로"라고 한국처럼 분단 상황인 모국 아일랜드를 언급하며 "평화를 향한 우리의 여정에서 '타협'이라는 단어가 가장 힘이 세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말하기도 했다. 

'울트라 바이올렛' 무대에서는 세상을 바꾸고, 또 바꾸려 했던 수많은 여성들의 발자취를 되짚었다. '히스토리'가 '허스토리'로 바뀌는 영상과 함께 영부인 김정숙 여사, 여성 인권에 큰 관심을 가졌던 고(故) 설리, 한국 최초의 민간 여성 비행사 박경원, 대한민국에 '미투 운동'의 물꼬를 튼 서지현 검사, 근대적 여권론을 펼친 '영원한 신여성' 나혜석, 한국 인류무형문화유산인 해녀, 범죄심리학자 이수정 경기대 교수 등의 얼굴이 초대형 스크린에 아로새겨졌다. U2는 '우리 모두가 평등해질 때까지 우리 중 누구도 평등하지 않다'는 묵직한 메시지로 또 하나의 생각할 거리를 관객에게 안겼다. 

▲ 8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첫 내한 공연을 연 밴드 U2. 한희재 기자 hhj@spotvnews.co.kr

결성 43년 만에 찾은 한국 팬들에 대한 뜨거운 애정 역시 눈길을 끌었다. 기념비적인 U2의 첫 내한공연에 한국 팬들은 폭발적인 환호와 떼창으로 이들을 반겼다. 뜨거운 환영에 감격한 보노는 "감사합니다", "한국 대박이에요"라는 서툴지만 또박또박한 한국어 인사를 전했다. 래리 멀렌 주니어는 "처음 만났지만 우리가 아주 오래 전부터 알던 사이처럼 느껴진다"고 말했고, 디 에지는 "얼른 (한국에) 다시 돌아와야겠다"고 다음 내한 공연을 언급하기도 했다. 

U2의 첫 내한 공연은 43년의 기다림도 씻을 만했다. 음악, 영상, 오랜 시간 쌓아온 메시지까지, 잘 완성된 공연이 아니라 그 이상의 예술 작품을 감상한 듯 만족스러웠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다고 하지만, U2는 '더 조슈아 트리 투어' 서울 공연으로 왜 대한민국이 U2를 이토록 오래 기다려 왔는지를 스스로 증명했다. 

내한 공연을 마친 U2 보컬 보노는 9일 청와대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접견한다. 이날 공연에는 문재인 대통령의 부인 김정숙 여사가 참석하기도 했다. 보노는 민간기구 '원'을 설립, 빈곡과 질병 문제 해결에 앞장서온 사회운동가로, 노벨평화상 후보에 세 차례 오른 바 있다. 보노는 문 대통령과 만나 한반도 평화 등에 대해 이야기할 것으로 전해졌다. 

스포티비뉴스,고척=장진리 기자 mari@spotv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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