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BS2 '동백꽃 필 무렵'에서 흥식 역을 맡은 배우 이규성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박소현 기자] "가장 큰 수혜자 아닐까요?"

최근 종영한 KBS2 '동백꽃 필 무렵'의 '까불이' 이규성은 자신 있게 자신이 '수혜자'라고 말할 수 있다.

본격적으로 TV와 영화로 뛰어든 지 2년 만에 이규성은 모두의 기억 속에 남을 캐릭터 하나를 손에 쥐었다. 이규성은 "선배들이 5~10년에 한 번 만날까 말까 한 작품이라고 하더라. 감사한 마음 뿐"이라며 웃었다. 주로 촬영을 한 포항과 보령에서는 이규성을 보고 '흥식아, 안녕'이라고 인사하는 사람도 많았다. 최근에는 부모님을 위해 선물을 사러 갔다가 자신을 알아보고 '연예인 디씨'도 해줬단다.

'동백꽃 필 무렵'의 흥식은 철물점의 말이 없고 고양이를 좋아하는 청년이다. 동시에 옹산을 떨게 한 살인마 '까불이'기도 하다.

이규성은 살을 더 빼며 왜소해 보이도록 노력했다. 흥식이 자체가 지닌 우울하고 외톨이같은 면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했다. 자연스럽게 수척해졌다. 그는 "시골에 사는 느낌이 없는 하얀 피부였으면 한다고 차영훈 감독과 임상춘 작가가 설정했다. 여름에도 거의 나가지 않고 햇빛도 보지 않으려 했다. 혹여라도 나가면 선크림을 많이 발랐다. 종방까지 하얗게 유지하려고 노력을 많이 했다"라고 털어놨다. 이동하는 차 안에서도 햇빛 차단에 신경을 썼단다.

그는 "유일한 메이크업이 선크림이다. 헤어랑 메이크업도 일부러 안 했다. 헤어 스타일도 집에서 가르마 탄 상태로 그대로 들어갔다. 메이크업도 타지 않게 색이 없는 선크림을 바르는 정도였다. 그래서 초반에 시청자도 흥식이가 잠깐 나오고 말 것으로 생각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청자도, 그도 도대체 까불이가 왜 그렇게 됐을지 한참을 생각했다. 이규성은 "흥식이는 혼자 있었던 상황이 많았다. 어린이들이 아무것도 모르고 인형의 목을 자르거나 하는 잔인한 충동이 들 수 있는데, 그걸 아무도 제지해주지 않았을 거다. 주변에서 이유를 설명하고 제어할 수 있는 경계선을 잡아주고 그게 생겨야 하는데, 흥식이는 그게 없는 인물 같았다"라고 설명했다.
▲ 배우 이규성이 KBS '동백꽃 필 무렵'의 가장 큰 수혜자는 자신이라고 밝혔다 ⓒ곽혜미 기자

이어 "까불이도 결핍에서 나왔다. 우발적 살인의 당위성을 찾아야 하는데 나의 윤리의식과 아무래도 싸울 수밖에 없었다. 이규성과 흥식이의 싸움이었다"라고 털어놨다.

이규성은 "까불이는 지질하고 '강약약강'인 인물이다. 자장면 배달부를 죽이지 않는 이유도 단순하다. 건장한 남자라서다. 용식이(강하늘)도 흥식이를 건드리지만 안전하다. 강자 앞에서는 선택적으로 제어가 가능한 것"이라며 "용식이가 동네 형이기도 하고 경찰이라서 그렇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옹벤저스' 누나들은 조심스러워했을 거다. 흥식이는 눈치가 빨라 피해 다녔을 거다. 동백이(공효진)가 흥식에게 밥을 먹고 가라고 하면 대답을 하지 않아도, 용식이가 말하면 대답한다. 아주 지질한 애다. 세상에 존재하면 안 된다"라고 힘줘 말했다.

그렇다면 까불이가 마지막으로 죽인 향미(손담비)는 까불이가 좋아했던 걸까. 그는 "솔직히 그 부분이 많이 헷갈렸다. 진짜 좋아하는 걸까 생각도 했었다. 하지만 그냥 고양이 같았던 거다. 진심으로 좋아하는 것처럼 보인 건 용식이에게 거짓 연기를 한 거다. 길 가다가 고양이를 보면 '귀여워!'라고 내 손 한번 만져줬으면 하지 않나. 그 정도의 마음인 것"이라고 밝혔다. 사랑이란 감정을 인지하지 못했을 인물이라 서툴러서 느끼지 못했을 것이라는 부연설명이 이어졌다.

옹산 고양이들을 괴롭힌 흥식과 달리 이규성은 실제로는 동물을 좋아한다. 이규성은 "처음에 캣맘이라는 설명을 듣고 고양이 밥 주는 장면에서 그럼 고양이들도 만나고 놀 수 있을 거로 생각했었다"라고 털어놨다. 그는 "그런 놈인 줄 몰랐다. 고양이가 시끄럽다고 다 죽이러 다닐 줄 몰랐다. 고양이를 좋아해서 데려와도 조그맣게라도 자신을 귀찮게 굴면 시계의 건전지를 빼듯 고양이 생명을 뺏은 것"이라고 허탈해했다.

임상춘 작가의 대본은 이규성의 마음에 깊게 파고들었다. 그는 "나도 모르게 대본에 사인을 해줄 수 있냐고 물어봤다. 염혜란 선배가 먼저 받았던 거로 기억한다. 임 작가는 시작부터 배우들에게 존경을 받았다"라며 함께 모여 뒷이야기를 궁금해했단다. 시청자와 다르지 않았다는 것이 공통된 설명이다. 그는 "강종렬과 필구는 나와 만나기 어려워서 종방연에서 만나니 연예인을 만나는 것 같았다. 서로 '종렬이 형', '흥식아' 하고 반가워했다"라고 당시를 떠올렸다.
▲ 배우 이규성이 강하늘과의 호흡에서 많은 것을 배웠음을 전했다 ⓒ곽혜미 기자

또래인 강하늘과의 연기는 이규성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이규성은 "흥식이는 악을 대표하고, 용식은 선을 대표한다. 나이 차이도 크게 나지 않고, 강하늘에게 인간적으로도 많이 배웠다. 배우로서도 물론이다. 또래라 친하게 나올 수 있는 둘만의 연기 합이 있었다고 본다"라고 밝혔다.

그는 "흥식이가 자신에게 아빠밖에 없다고 하며 팔을 잡는 장면이 애드리브다. '용식이가 완전히 속았을까'를 확인하는 마음과 속지 않았다면 여기서 더 믿음을 주려고 잡는 거다. 강하늘에게 이야기하지 않았는데도, 팔을 툭툭 치고 빼주더라. 그 마음을 알아준 거다. 그런 점에서 희열을 느꼈다"라고 털어놨다.

이규성은 임상춘 작가의 러브콜도 일찌감치 받았다. 그는 "임상춘 작가가 너무 좋아서 다음 작품에서도 함께 하자고 할 수 있게 성공적으로 해내고 싶었다. 그게 목표였다"라며 "정말 감사하게도 종방연에서 '다음 작품을 하면 같이 할 수 있으세요?'라고 물어봐 줬다. 부탁하는 느낌으로 조심히 이야기를 해주셨다"라고 고백했다. 그는 "나는 단역이건 뭐건 언제건 갈 수 있다고 답했다. 내가 부탁을 드려야 하는데 그렇게 말해주셔서 절대 부탁하는 말투로 하지 말아 달라고 했을 정도"라며 웃음을 감추지 못했다. 자신의 목표는 이룬 셈이다.

매력적인 캐릭터가 많았던 만큼 다른 배역도 연기하는 처지에선 탐날 수밖에 없다. 그는 "극 초반 '동백꽃 필 무렵'의 모든 남자 배역이 탐났다. 용식이부터 규태, 종렬이 모두 해보고 싶었는데 극이 진행될수록 알겠더라"라며 "모든 선배가 자신만의 역처럼 소화하더라. 저건 저 사람일 수밖에 없단 생각이 들었다. 나도 누군가 흥식이를 봤을 때 그런 마음이 들도록 내 것을 잘 해내야겠단 생각도 했다"라고 힘줘 말했다.

(인터뷰②로 이어집니다)

스포티비뉴스=박소현 기자 sohyunpark@spotv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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