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NC 다이노스 포수 양의지는 개인 통산 5번째 골든글러브를 수상하는 영광을 안았는데, 수상 소감은 방송되지 않았다. ⓒ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삼성동, 김민경 기자] "올해는 활짝 웃으려고요."

NC 다이노스 포수 양의지(32)는 9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 오디토리움에서 열린 '2019 신한은행 MYCAR KBO 골든글러브 시상식'을 앞두고 한 가지 다짐을 했다. 올해는 수상 소감을 할 때 활짝 웃겠다는 것.

이유가 있었다. 양의지는 지난해 생애 4번째 골든글러브를 수상할 때 2011년부터 2017년까지 두산 베어스에서 배터리 호흡을 맞춘 우완 더스틴 니퍼트(은퇴)를 이야기하다 눈물을 훔쳤다. 니퍼트는 당시 은퇴 위기에 놓여 있었다. 양의지는 "니퍼트에게 고맙다. 항상 내 마음속 1선발이라고 전해주고 싶다"고 말하며 눈물을 흘려 시상식에 참석한 많은 관계자와 TV 중계로 시청한 야구팬들에게 감동을 안겼다. 

양의지는 올해도 KBO리그 최고의 포수였다. 유효표 347표 가운데 316표를 얻어 득표율 91.1%로 수상의 영광을 안았다. 2014년부터 2016년까지 3년 연속 수상했고, 지난해에 이어 올해까지 2년 연속 수상해 개인 통산 5번째 황금장갑을 품었다. 두산에서 NC로 이적한 뒤 처음 받는 골든글러브라 개인적으로 또 특별한 의미가 있었다.

앞서 포수로 5차례 수상한 강민호(롯데 4회, 삼성 1회), 이만수(삼성 5회)와 어깨를 나란히한 순간이기도 했다. 포수 역대 최다 골든글러브 수상자는 7차례 정상에 선 김동수(LG 5회, 삼성 1회, 현대 1회)다. 

시상식 마지막 순서로 양의지가 화려한 피날레를 장식하려던 차에 뜻밖의 일이 일어났다. 생방송으로 진행하다 보니 편성 시간이 지났고, 방송사는 양의지의 수상 소식만 알린 상황에서 수상 소감을 듣지도 않고 방송을 끊었다. 

▲ SK 와이번스 투수 박종훈은 시상식이 방송되기 전에 사랑의 골든글러브를 받아 TV로 시청한 팬들은 수상 장면조차 볼 수 없었다. ⓒ 곽혜미 기자
시상식에 참석하지 않은 외야수 부문 수상자 제리 샌즈(키움)와 멜 로하스 주니어(kt), 지명타자 부문 호세 미구엘 페르난데스(두산)의 대리 수상자들도 수상 소감을 말할 기회가 있었는데 정작 주인공이 스포트라이트를 받지 못하고 행사가 끝났다. 예상치 못한 흐름에 장내가 잠시 술렁였다.

양의지는 시상식이 끝나고 구단에 "다섯 번째 받는 골든글러브인데 올해는 새 팀에서 받는 거라 더 기쁘다. 내 결정을 지지하고 이런 결과 얻을 수 있게 믿어준 아내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고 수상 소감을 전했다.

주인공을 제대로 대접하지 않는다고 느끼게 하는 사례가 하나 더 있었다. 사랑의 골든글러브를 수상한 SK 투수 박종훈(28)은 시상식이 방송되기 전에 수상해 TV로는 확인할 수 없었다. 특별상이라고 해도 선행에 앞장선 선수에게 주는 만큼 박종훈과 그의 가족에게는 뜻깊은 상이었다. 박종훈은 시상식에 앞서 "머리도 하고 화장도 하고 왔다"며 조금은 들떠 있었는데 방송 큐시트에 들어가지 못했다. 

골든글러브 시상식은 KBO리그의 한 해를 마무리하는 자리라 해마다 감동적이고 재미있는 수상 소감으로 야구팬들에게 즐거움을 줬다. 하지만 올해는 주객이 전도된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아이돌 가수에게 할애한 2차례 축하 공연, 시상자들이 억지로 만담을 나누게 한 대본 내용만 줄였어도 양의지와 박종훈은 응원하는 가족과 팬이 지켜보는 가운데 수상의 기쁨을 누릴 수 있었다. 여러모로 씁쓸한 2019년의 마무리였다.  

스포티비뉴스=삼성동, 김민경 기자
저작권자 © SPOTV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