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콩은 강하다"는 뜻의 현수막을 내건 홍콩 팬들
[스포티비뉴스=부산, 유현태 기자] 홍콩 팬들은 불안한 정세 속에도 웃음 속에 경기장을 찾았다.

한국 축구대표팀은 11일 부산 아시아드주경기장에서 열린 2019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이하 동아시안컵) 홍콩과 첫 경기에서 맞대결을 펼쳤다. 결과는 한국의 2-0 승리였다.

약 50여 명의 홍콩 팬들이 경기장 남측 좌석을 차지했다. 이들은 무리를 지어 앉아 경기 전 연습부터 응원의 목소리를 냈다.

경기 전 양팀이 한 줄로 서서 국가가 연주될 때는 야유도 나왔다. 홍콩은 1997년 영국에서 중국으로 반환됐다. 중국의 정치 체제인 사회주의 정치 체제 아래로 들어갔지만, 자본주의 경제 체제가 조건부로 공존하는 형태를 취하고 있다. 홍콩은 국제대회에서 경기 전 중국 국가를 연주한다. 이번에도 홍콩의 차례에 중국 국가 '의용군행진곡'이 흘러 나왔는데 홍콩 팬들은 등을 돌리고 야유를 쏟아냈다. 

경기장 내부엔 조금 특별한 현수막도 걸렸다. 이를 직접 건 두 명의 홍콩 팬은 "홍콩은 강하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홍콩은 지난 6월부터 대규모 시위를 이어오고 있다. 홍콩 정부가 '범죄인 인도 법안'을 제정하려하자 시민들의 거센 반대에 직면했다. 홍콩 정부가 이후로 법안을 철회했지만 자유를 외치는 홍콩의 목소리는 줄어들지 않았다. 10, 20대를 중심으로 전개된 시위에 맞서, 홍콩 경찰이 강경 진압해 사상자가 나오는 등 시위가 격화됐다.

이 때문에 이번 대회에서 홍콩, 중국 팬이 싸울지 모른다는 걱정도 있었다. 실제로 오는 18일에는 홍콩-중국전이 기다리고 있다. 대회조직위는 물론 부산시까지 안전 문제에 각별히 신경쓰고 있다.

정세는 불안하지만 홍콩 축구 팬들은 환하게 웃었다. 익명의 홍콩 팬은 "한국에 쉬면서 즐기려고 왔다. 몇몇 경험 있는 선수가 있긴 하지만 어린 팀이다. 결과 대신 선수들의 동기부여를 보고 싶다"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스포티비뉴스=부산, 유현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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