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돌파를 시도하는 장슬기 ⓒ연합뉴스
[스포티비뉴스=부산, 김도곤 기자] "숙명이죠."

한국 여자 축구 대표팀이 통산 2번째 동아시안컵 우승에 도전한다. 상대는 숙명의 대결 상대 일본이다.

콜린 벨 감독이 이끄는 한국은 15일 부산아시아드경기장에서 열린 EAFF E-1 챔피언십(동아시안컵) 2019 대만과 경기에서 3-0 완승을 거뒀다. 이 경기 승리로 벨 감독은 부임 2경기 만에 첫 승을 신고했다.

한국이 압도적인 우위의 경기를 했다. 대만이 한 단계 아래 전력인 건 맞지만 한국은 확실히 달라진 공격과 수비, 무엇보다 패스 플레이 위주의 공격 전개와 빠른 속도를 더한 공격으로 '벨' 체제 축구를 기대하게 했다. 특히 앞서 중국전 선발 11명을 대만전에서 모두 바꿨다.

벨 감독이 대만전에서 첫 선택한 교체 카드는 장슬기였다. 장슬기는 후반 20분 부상 당한 추효주 대신 투입됐다.

대표팀 부동의 주전인 장슬기가 선발이 아닌 교체로 출전한 건 정말 오랜만의 일이다. 경기 후 믹스트존 인터뷰에서 '대표팀 경기를 벤치에서 본 게 얼마만인가요?'라는 질문에 "어…모르겠어요"라고 답했다. 장슬기가 선발이 아닌 교체로 뛴 건 지난 3월 호주 4개국 친선대회 뉴질랜드전 후 약 9개월 만의 일이다. 그 정도로 장슬기는 대표팀 부동의 주전이다.

장슬기는 "11명이 다 바꿔 들어간 경기는 처음이었다. 대만이 일본에 0-9로 져 이번 경기에서 많이 내려설 것으로 예상했다. 예상보다 선수들이 더 힘든 경기를 한 것 같다. 수고했다고 말해주고 싶다"고 밝혔다.

좋은 기회가 있었다. 후반 39분 장슬기가 찬 슈팅이 수비를 맞고 굴절, 다시 골대를 맞고 아웃됐다. 장슬기는 "아쉬웠지만 교체 선수로 인해 분위기가 조금이라도 올라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고, 올라갔으면 동료들에게 도움이 됐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기분 좋았다"고 답했다.

장슬기 인터뷰에서 빼놓고 나오지 않는 질문이 있다. 포지션 질문이다. 장슬기는 소속 팀 인천현대제철에서 공격수로 뛰지만 대표팀에서는 수비수로 뛴다. 다행히 콜 감독은 이를 잘 알고 있다. 부임 후 WK리그 잔여 경기가 있었고 장슬기가 공격수로 뛰는 경기를 봤다.

포지션으로 대화도 나눴다. 콜 감독이 직접 장슬기에게 좋아하는 위치가 어디인지 물었다. 장슬기의 대답은 늘 그렇듯 '상관 없다'였다. 장슬기는 "감독님이 좋아하는 공격수 스타일이 있으실 것이다. 그래서 어디든 괜찮다고 답했다. 지금 수비수로 뛰는 것도 좋다"고 답했다. '진심인지' 묻는 질문에 장슬기는 단호하고 확실하게 "그럼요. 진심이에요"라고 말했다.

콜 감독은 한국어를 하나씩 준비해 기자회견 등에서 쏠쏠하게 쓴다. 대만전 기자회견에서는 '전 행복해요'와 '저는 조금 긴장했어요'였다. 물론 선수들에게도 한국어를 준비해 다가간다.

장슬기는 "항상 새로운 말은 공부하셔서 오신다. 무실점 경기를 하면 맛있는 걸 사준다고 하셨는데 무실점을 했다. 하지만 다음 일본전이 있다보니 감독님이 한국말로 '다음에~'라고 하셨다. 그래서 저도 알겠다고 했다"며 웃었다.

이제 한국은 일본전 딱 한 경기가 남았다. 일본이 승점 6점으로 1위, 한국이 승점 4점으로 2위다. 일본은 비기기만해도 우승이지만 한국은 꼭 이겨야 우승을 차지한다. 2005년 대회 이후 14년 만에 우승을 노린다.

장슬기는 "(한일전은)숙명이다. 홈에서 하는 경기이기 때문에 쉽게 물러서고 싶지 않다. 또 수비수로 뛰게 된다면 공격수들이 편하게 뛸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그리고 꼭 이기는 경기를 하겠다"고 다짐했다.

끝으로 장슬기는 '언니'가 된 소감도 밝혔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동생보다 언니들이 많았지만 이번에는 언니들보다 동생들이 많다. 최근 인터뷰에서 "언니들이 보고 싶다"고 하기도 했다.

장슬기에게 언니들이 많이 있을 때가 편했는지, 아니면 동생들이 많은 지금이 편한지 물었다. 장슬기는 "무조건 동생일 때가 편했다. 그런데 막내 때라고 해도 후배들이 마음가짐을 다르게 했으면 좋겠다. 저는 언니들에게 너무 의지하면서 해 후회할 때가 있다. 의지하는 것보다 다른 사람이 내게 의지할 수 있게끔 실력을 키워야 자신도 발전할 수 있고 팀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느꼈다. 지금 경기에 뛰는 어린 선수들은 어리지만 책임감을 갖고 뛰었으면 좋겠다"며 진심 어린 조언을 남겼다.

▲ 대만전 승리 후 한국 여자 축구 대표팀 ⓒ연합뉴스
스포티비뉴스=부산, 김도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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